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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스승
꼰대와 스승
  • 남영준 교수
  • 승인 2019.04.25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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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외래어로 알고 있다.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뜻하며 학생들이 '선생님'을 지칭하는 은어라고 사전에 등재된 순수한 우리말이다. 꼰대로 불리지 않으려면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지 알아봤다. 모든 것을 종합하면 꼰대들은 다른 사람과 말을 할 때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 “그거는 말이지라는 자기중심의 대화법과 식자(識者)인 양하는 거만한 태도다. 꼰대는 사사건건 모든 일을 수행함에 과거 자신의 무용담이 대화의 기준이 되고, 그 기준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문제가 뭔지도 모르면서 누가 이야기라도 꺼내면 남의 생각이나 해결책은 듣지도 않고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무조건 가르치려 드는 사람도 전형적인 꼰대다.

일반적으로 제자들은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안정을 찾는다. 그렇지만 대학원에 진학한 제자들은 대부분 전일제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직업을 갖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제자들은 필연적으로 대학원 졸업 후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지도교수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혹여 이 제자가 학문을 게을리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얻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문의 길에 접어든 제자에게는 유독 잔소리가 많아지고 간섭도 많아진다. 그렇지만 간혹 제자의 표정에서 나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움찔한다. 이 친구가 나를 꼰대라고 생각하는구나.

이럴 때마다 떠올리는 고전의 구절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 자객열전부 예양편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이다. “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사람은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다라는 뜻이다. 그 많은 사기의 좋은 문구 중에 자객 예양이 말한 대목이 나의 평생 문구 가운데 하나이다. 나에게는 예양의 의리도 나름 커다란 감동이었지만 그것보다 우선한 것이 있었다. 내가 목숨을 바쳐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사람을 만난 예양은 얼마나 행복하였을까.

학문의 길에 접어든 제자도 나의 꼰대 짓에 대해 자신도 서운했겠지만, 지도교수인 나도 몹시 서운했다. 왜냐하면 제자가 나의 마음을 몰라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꾸지람이 자신이 미워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끼는 사랑의 말임을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나는 제자와 자식을 이토록 예뻐하면서 왜 그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기 어려울까? 제자에게 존경받고, 아버지로써 사랑받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때 나에게 답을 주었던 고전의 문장이 있다. 중용의 6장이다. “ 舜好問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 執其兩端, 用其中於民”. 즉 윗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며, 상대방의 잘못함을 지적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과한 꾸지람과 과한 칭찬보다 그 중간의 자세로 소통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매사 가르치려 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지금 현재의 모습만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꼰대에서 벗어나는 확실한 방법임을 알려주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전까지는 나를 알아주지 않는 제자와 자식들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이를 다시 보면서 큰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상대방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꼰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고 상대방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며 아는 척하기 때문에 꼰대였던 것이다.

요즘 아들과 이야기할 때에 가능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나를 점점 더 이해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한테 서운해했던 그 제자는 세월이 흘러 교수가 되었다. 내 제자가 자신의 제자들한테 꼰대 소리를 듣지 않고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이 글을 쓰는 내내 든다. 내일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기와 중용을 다시 읽으라고 권해보려고 한다. 이런 내가 스승일까 아님 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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