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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이상한 셈법 논란 "학생은 줄어도 고위직은 늘린다"
교육부 이상한 셈법 논란 "학생은 줄어도 고위직은 늘린다"
  • 허진우
  • 승인 2019.03.27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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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보 등 상층부 9명 증원 방침
"조직축소할 시점에 시대착오적"
조희연 교육감도 "정책흐름 역행"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서울시교육청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서울시교육청

교육계가 교육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뜩찮다. 교육부의 차관보를 포함안 인력 9명 증원 요청안이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알려진 뒤부터다. 학생수가 줄고 교육부 업무도 역시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부의 기능 상당부분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로서는 업무가 절반 가량 줄어들게 되는 셈이지만 힘있는 자리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차관보는 1급으로, 차관보 자리가 부활하면 교육부 내 1급 자리는 본부 기획조정실장, 고등교육정책실장, 학교혁신지원실장,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교원소청심사위원장에 이어 6개가 된다. 교육현장에서 교육부의 규제와 간섭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교육부 상층인력 증원 국민 동의 어려울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조 교육감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린 ‘교육부 역할 변화에 따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를 통해 “개인적으로 지금 시점에 교육부가 차관보를 신설하는 등 상층 인력을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육청 고위직의 지방직 전환도 이뤄지지 않는 마당에 교육부의 상층 지위 확충은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교육정책기구 개편에 관해 가장 먼저 날 선 의견을 개진하고 나선 셈이다.

조 교육감은 “현재 전반적인 논의 흐름은 교육부에 집중된 권한을 상당히 분산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교육부가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시도교육청의 3원적 구조로 재편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부 인력구조도 변화되는 역할에 상응하게 개편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 인력 배분(배치) 방안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교위 설립 시 교육부 인력을 ‘50-30-20’ 비율로 분산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교위-교육부-시도교육청 3원 구조에 따라 교육부 인력 중 50%는 존치하고 30%는 시·도 교육청과 각 교육청 사무국으로, 20%는 국교위로 각각 이동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안타까운 점은 이런 흐름에 교육부의 행보가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역행적이라는 것이다. 차관보 신설은 물론 지난 보수정권 때 시도교육청에 대한 과도한 간섭조차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교육부에서 고위공무원을 파견하고 있는 시도교육청 부교육감을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서울·경기교육청에 교육부가 파견하고 있는 기획조정실장직은 지방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그는 교육부가 차관보 신설의 이유로 사회부총리 보좌 부서의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내세우는 데 대해 "현재 조직 인력 재편성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당장의 필요가 있다고 해서 앞으로 대폭 조정이 필요한 조직의 상층부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육계도 교육부의 덩치 키우기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육부 업무가 국교위와 시도교육청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인력 증원이 아닌 감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장 규제와 간섭이 늘 거시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 자리가 늘어나면 규제와 통제가 늘어나게 된다. 앞으로 교육부 업무가 대학에 집중되는 데 간섭이 늘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포용국가 실현위해 사회부총리 보좌 필요”

교육부는 당황스럽다. 국교위, 시도교육청과의 협력과는 별도로 업무 필요에 의해 오랜 기간 증원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차관보는 없던 자리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진 자리를 복구하는 상황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차관보 부활은 11년 만이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확대하고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하면서 차관보를 신설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통합돼 교육과학기술부가 되면서 차관보 자리가 없어졌다.

차관보는 직속 조직없이 장·차관을 보좌하는 참모 직책이다. 1급이 담당해 선임 실장 역할을 해 장차관을 대리해 업무 통솔까지 하게 된다. 교육부 차관보는 사회정책협력담당 인원과 함께 업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사회부총리 보좌 부서 인력이 부족해 차관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국가’ 관련 정책을 위해 차관보 및 사회정책협력담당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관보가 사회부총리를 보좌하면서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 측은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 정부 부처 의견 수렴과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관 보좌 역할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의 인력 증원 요청안은 기획재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기재부 승인을 얻으면 관련 시행령 개정,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확정되다.

허진우 기자 happ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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