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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과 불량 엘리트
존 레논과 불량 엘리트
  • 김정규 서평위원/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
  • 승인 2019.03.20 0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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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소유함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탐욕스럽거나 굶주릴 필요는 없어요. 인류에 대한 형제애만 있다면요. 상상해 봐요, 모든 사람이 온 세상을 함께하는 것을요. 당신은 아마도 저더러 몽상가라고 하겠지만 저 혼자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당신도 언젠간 우리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 거예요.”

존 레논이 1971년에 발표한 노래 「이매진」(Imagine)의 가사 한 대목이다. 그는 1960-70년대 반전(反戰)운동의 아이콘으로서 비틀즈의 멤버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길을 걸었는데, 이 노래의 메시지는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일반 시민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최저시급 1만 원을 위해 투쟁하고 어떤 사람은 한해에 연봉을 1천만 원이나 인상한다. 어떤 사람은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훔친 죄로 고발당하고, 어떤 사람은 수백억을 탈세하고도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 1980-90년대에는 일반 직원과 CEO의 임금 격차는 14배 수준이었다. 오늘날 임원은 일반 직원의 54배, CEO는 80배의 급여를 받는다.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자신들만의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엘리트들. 이제 불평등은 경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중과 괴리된 삶을 사는 엘리트 집단은 점점 대중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들이 내리는 결정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비단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소득 양극화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 엘리트와 대중들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특히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엘리트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부유층, 상류층,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이로써 사회적 불평등은 점점 심화하여 가고 있다.

독일 사회학자 미하엘 하르트만은 그의 근작 『엘리트 제국의 종말』(이덕임 역, 북라이프, 2019)에서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결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엘리트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바꾸고, 소수의 세력이 지배하는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포괄적이면서 열린 엘리트 사회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사상가인 다니엘 코엔은 과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는데도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는 그 혜택이 일부 사람들에게만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과학기술만으로 경제성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아버리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사회 불평등에 관심을 두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나, 계급에 대한 이해도는 낮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자신들이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있는 이유가 본인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믿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그들이 진정 계급 문제를 이해하려면, 본인이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3루에 서 있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평생 타석에 서보지도 못한 사람에 비하면 홈베이스를 밟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말이죠.”

캘리포니아大 조앤 윌리엄스 교수가 『초예측』(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9)이라는 책에서 사회 불평등에 대하여 한 말이다. 이렇게 부와 권력은 극소수에게 더욱 집중되고 있고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는 약자에 대한 혐오로, 기득권에 대한 증오로,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면서 우리의 미래는 자욱한 미세먼지 속에 갇혀 버린 느낌이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권에서는 서서히 색깔 논쟁에 불을 댕기고 있는 모습이다. 앞으로 펼쳐질 ‘불량 엘리트’들의 행보가 사뭇 기대(?)된다. 그래서 그럴까? 존 레논이 노래했던 「이매진」의 가사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늘같이 꽃샘추위가 날카로운 날엔, ‘시민들이여, 욕심을 내려놓고 연대하라’고 속삭이던 존 레논의 목소리가 그립기도 하다.
 

 

김정규 서평위원/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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