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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철학 역사적 배경과 현대적 의의를 새롭게 포착
헤겔 철학 역사적 배경과 현대적 의의를 새롭게 포착
  • 이신철 성공회대 외래교수
  • 승인 2019.03.20 0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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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헤겔의 이성·국가·역사』 (곤자 다케시 지음, 이신철 옮김, 도서출판 b, 2019.01)

현재 헤겔 철학에 대한 연구는 1968년에 출판되기 시작한 새로운 ‘헤겔 전집’의 틀 내에서 종래 공간되지 않았던 헤겔의 초고와 강의록의 연이은 출판에 기초하여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 스스로도 헤겔의 역사 철학 강의 필기록 편찬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곤자 다케시의 이『헤겔의 이성·국가·역사』는 그러한 성과들에 토대하여 특히 역사 철학과 국가론에 초점을 맞춘 치밀한 발전사적 독해를 전개함으로써 종래의 헤겔 정치사상 이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저자는 헤겔 철학의 창조 및 재창조 과정과 그 영향 작용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첫째, 역사적 관점에서 헤겔이 지녔던 시대 체험과 역사적 맥락에 눈길을 돌리고, 둘째, 사상사적 관점에서 헤겔이 과거의 사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고쳐 읽어가는 ‘재창조’ 과정, 즉 서로 다른 계보의 사상들이나 문화들이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에 주목하며, 셋째, 영향 작용사적 관점에서 헤겔 사상이 그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영향 작용 맥락에 놓여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그리하여 『헤겔의 이성·국가·역사』는 무엇보다도 우선 세계사를 종적인 단선적 발전으로 파악하는 발전 단계설의 원형으로 생각되어온 헤겔 역사 철학을 인류사를 횡적인 것으로부터의 이문화의 충격으로 파악하는 문화 접촉에 의한 역사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유럽 문명의 기원을 오리엔트·그리스·로마의 고대 세계로까지 소급하여 묻는 헤겔에게 있어서는 서구의 그리스도교 문화 자신이 다른 타자의 문화를 섭취하고 가공하여 성립한 ‘문화 접촉’ 체험의 산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헤겔의 역사 철학이 삼위일체론에서 제시된 정신의 자기 인식이라는 자유의 이념을 전제하고 있으며, 자유의 이념이 현실에서 육화하는 세속화 과정으로서 유럽의 게르만 세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재평가한다.

헤겔(1770-1831) 『역사철학 강의』    출처=webzine.daesoon.org
헤겔(1770-1831) 『역사철학 강의』 출처=webzine.daesoon.org

또한 『헤겔의 이성·국가·역사』는 헤겔의 사상을 다 마무리된 기성의 체계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대결하는 가운데 창조된 생활 체험의 추상화로서 통일적으로 다시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시대의 과제와 격투를 벌이는 철학자 헤겔이 프랑스 혁명과 낭만주의의 대두, 제국의 붕괴와 독일의 새로운 질서 모색과 같은 동시대의 체험을 어떻게 받아들여 철학의 언어로 이론화해 갔는가 하는 사상의 창조 과정을 혁명 후의 역사를 추체험하는 가운데 초기 초고와 강의록으로부터 찾아내고, 그리하여 자기의 시대를 사상 속에서 파악한 철학자로서 통일적인 헤겔 상을 재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앞의 문화 접촉설을 헤겔 자신에게 적용하여 초기 헤겔의 발전사를 이문화의 창조적 계승 과정으로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주관성 철학과 동일 철학에 대한 청년 헤겔의 논쟁을 시대정신으로서는 프랑스 혁명에서 정점에 도달하는 계몽주의와 이에 대한 대항 운동을 이루는 낭만주의라는 두 개의 사상 조류를 극복하고 종합하는 성격을, 문화의 존재방식으로서는 근대 프로테스탄티즘 원리와 고대 그리스 정신이라는 이질적인 문화와 접촉하고 이것들을 융합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헤겔의 변증법적 관점이란 이러한 시대정신들을 분열인가 통일인가라는 이율배반의 형태로 서로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자의 일면성을 폐기하고 전체적 진리의 계기로 포섭함으로써 양자의 이율배반을 해결하고자 하는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동일성’, 실체와 주체를 양 계기로 하는 정신 개념의 형성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고투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신철·성공회대 외래교수
헤겔 철학에 관한 연구로 건국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와 성공회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논리학」, 「철학의 시대」(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칸트 사전」, 「헤겔 사전」, 「니체 사전」 등의 현대 철학 사전 시리즈와 「헤겔」, 「이성의 운명」,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 「독일 철학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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