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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대통령예우법 전부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전직대통령예우법 전부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 이경선 서강대/입법학 · 법정책학
  • 승인 2019.03.20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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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대통령에게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보수연액의 100분의 95를
지급하는 것은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다.

전직대통령예우법이 존재함으로써 유발되고 있는 첫 번째 문제점은 전직대통령예우법을 근거로 제공되고 있는 예우 수준이 너무 과도하다는 점이다. 전직대통령은 현직이 아니므로 대통령직무 수행에 따른 응분의 보수를 지급해야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보수연액의 100분의 95를 지급하는 것은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전직대통령이 사망하였는데, 유족에게 여전히 대통령 보수연액의 70%를 지원한다는 것도 매우 합리적이지 못하다. 특히 연금에는 상속세, 증여세, 소득세 등 세금도 부과되지 않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미 대통령직을 수행한 이들 대부분은 그러한 연금 지급이 없어도 충분히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만큼의 재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설령 재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품위 있는 삶’을 거들어줄 조력자 그룹을 방대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적어도 이러한 전직대통령 본인이나 법정 부양의무자들의 ‘재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소득이 없는 실업자에게 주택이나 차가 있다는 이유로 재산 가치를 반영해 사회보험료 납부여력이 있다고 강제추징 되는 현실에서, 정작 수혜를 주는 제도에서 전직대통령과 가족이 보유한 재산 상황, 사업 영위 수익, 각조 기업과 사회단체 등의 임직원 및 자문직 등의 겸직 수익(수당 포함), 고액의 일반 강연료 내지 대학 강의료 수익, 저서 출판 수익 등을 단 한 점도 고려하지 않고 일괄 지급한다는 것은 너무나 대조되는 불합리한 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서민과 동떨어진 전직대통령의 과도한 귀족(왕족)생활이 국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로, 대통령 임기 종료 이후, 극렬한 정치적 반대세력이나 불만자의 예상치 못한 위협으로부터 일정한 신변 보호를 위하여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경호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과도한 지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전직대통령예우법에서는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를 근거로 두고 있고, 이에 호응하여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제4조 제1항 3호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퇴임 후 10년 이내의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한 경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설정해 두고 있다.

그러나, 같은 조 제3항에서 ‘제1항제3호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배우자의 요청에 따라 처장이 고령 등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5년의 범위에서 같은 호에 규정된 기간을 넘어 경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계속적인 갱신 연장을 통하여 사실상 종신적인 경호 지원이 가능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40대 기수의 대통령이 나오는 경우, 대통령제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100세 시대에 55년 정도의 기간 동안 국민의 세금을 들여 연금 지급은 물론 경호 지원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우는 비단 대통령제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원내각제나 그 밖의 정치제도로 전환될 지라도, 대통령에 준하는 또 다른 형태의 최고집행자(수상, 총리, 집정관, 의장 등)에게 여전히 적용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배우자의 요청’이라는 요건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처장이 고령 등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는 요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합리하다. 전직대통령 등 요인에 대한 경호는 처장의 ‘재량적 판단’이 아니라 좀 더 합리적인 협의기구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의제적 의사결정으로 개시되거나 연장되어야 할 것이다. ‘고령’이라는 요소도 일반 고령자에게 지원되는 요양보호 지원과 같은 맥락의 지원이 이뤄져야할 문제이지 경호인력이 지원될 문제가 아니다. 경호 연장에는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을 고려한 신변 위협 등 명시적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전직대통령예우법에 의해 근거를 두고 있는 경호 규정은 단순히 경호인력에 의한 보호에 그치는 경호가 아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3조에서는 전직대통령과 그 배우자에게 경호안전상 별도주거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현거주지와 별도주거지에 대한 병행 경호와 더불어, 대통령전용기, 헬리콥터, 차량 등 기동수단 지원 등 사실상 거주와 이동에 필요한 대부분의 편의를 경호라는 명분으로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전직대통령이나 가족 소유의 주택일지라도, 그 주택 인근 주택과 부지를 정부가 결코 적지 않은 예산으로 매입하여 경호목적 공간(‘경호동’ 등)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세 번째로, ‘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지원’규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전직대통령이나 그 가족의 생명과 건강이 일반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이유가 없다. 생명이나 건강의 문제는 모든 국민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누군가의 건강과 생명이 더 소중하므로 특별히 취급되어야 한다는 발상은 매우 부적절하며 가히 위헌적이다.

네 번째로, 전직대통령예우법으로 지원하는 열거적 예우 내용 가운데, ‘그 밖에 전직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예우’라는 모호한 규정을 둠으로써 일반 국민이 예상할 수 없는 과도한 혜택과 특혜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여지를 두고 있다. 일반 시민이나 사회 주체에 대한 권리 확장적 여지를 두는 것은 수용될 수 있지만, 특정인에 한정된 개별적 이익을 보장하고 부여하기 위해 여지 규정을 동원하고 설정해 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입법 방식이다. 여지 규정은 그야말로 정권의 우호적인 의지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다섯 번째로, 묘지관리 지원 규정의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경우에는 다소 문제가 덜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대통령까지 한 사람의 묘지도 나름의 역사적 가치가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문화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했던 사람의 묘를 중요시하고 현대판 능참봉(陵參奉) 인력까지 지원하는 것은 왕릉처럼 전근대적 숭배문화의 잔존에 다르지 않다.
 
국민 다수가 화장, 자연장(수목장), 납골장 등 대안장을 선택하고 있는 마당에, 특별히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만이 재래적인 묘지장, 명당자리를 고수하여야 할 이유가 없으며, 묘지의 규모와 형태에 있어서도 일반인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꾸미고, 국가보존묘지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대통령(유족) 스스로 자연친화적인 장을 택함으로써 사회 일반에 본이 되어주는 것이 권장되어야 하고 또한 공헌적인 모습일 수 있다. 사회적으로 큰 일을 한 사람일수록 묘지도 크고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부터가 전근대적인 발상일 수 있다.

여섯 번째로, 전직대통령과 배우자에게 지원되는 비서관과 운전기사 지원제도도 심각한 문제가 노정되고 있다. 현재 비서관과 운전기사 모두 전직대통령이나 배우자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별정직공무원으로 보하고 있으며, 운전기사도 별정직공무원으로 보하고 있다. 전직대통령이 추천하여 임명하는 비서관 3인은 의전과 실무 지원 인력으로 쓰여지기엔 너무 과도한 고위직공무원 신분이다. 그리고 근무상한연령 제한도 적용받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서관과 운전기사로 보해져 왔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특정 정치적 연고가 있는 자나 측근, 측근이 음서하는 인사가 발탁되는 등, 불투명한 인력 충원과 공직자 임용 구조는 일종의 측근 문화의 연장, 계보 문화의 조장, 음서 채용과 발탁 관행의 계속화, 가신 중심의 불공정한 정치적 성장 관행 문제, 의전 중시 풍토 등의 문제 등을 발생시키는 매우 반사회적인, 불공정한 사다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직대통령 등이 사망할 때까지 잔여수명 50년에 걸쳐, 매년 3명의 비서관을 채용하여 경력세탁(스펙 관리)를 해주고 정계에 입문시키는 경우 150명의 비서관 출신의 가신 그룹이 형성된다. 이것은 심각한 패악이다.     

일곱 번째로, 전직대통령예우법상의 현행 제도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는 것은 기념사업 지원 규정이다. 전직대통령의 업적과 철학을 기리고 학술적으로 재평가하고 하는 일련의 학술활동, 저술활동, 기록활동, 혹은 전시활동 등은 권장될만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역사문화사업으로, 문화콘텐츠(를테면 ‘영화’ 등) 등으로 확장시키는 사업도 나름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생산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술적 접근조차도, 전직대통령이라는 한 사람에 집중된 방식보다는, 전직대통령과 함께했던 집권 그룹과, 해당 정권이 설정했던 국정과제, 국정목표, 집권철학, 대통령과 그 집권 동반자들이 이끌어 가고자 했던 사회문화적 방향 등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저술되고 기록되게 하는 형태로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기념사업이 대통령의 ‘우상화’에 가깝게, 각종의 기념관을 짓고, (이를 공영화하든 재단화 내지 사영화하든) 기념관 등의 유지보수와 운영을 위해 계속해서 국민의 세금인 재정을 지출하는 구조를 더해나가는 것이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 진지하게 회찰(回察)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전직대통령 가운데 사회적으로 크게 존경받는 분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분을 기리는 국격을 갖춘 기념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념관을 짓더라도 그 규모의 크기가 반드시 국격을 보여주는 척도인 것인지는 의문이다. 소박한 규모와 절제미 있는 인문적인 공간의 미학이 전직대통령의 철학과 사회철학을 더 많이 울림있게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

특히나, 기념관이나, 기념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지원, 기념재단 설립 지원 등을 하면서, 그 재정 지원이 특정 대통령을 정점으로 결집되어 있는 특정 정치세력과 계파의 정치적 결속력을 다지는 아지트, 놀이터, 사교장, 교류 비용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세금, 국가 재정이 전직대통령 기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정치세력의 이너써클 유지와 계보 항구화를 돕고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활동의 간접비용으로 쓰여지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만한 정보의 공개나 사회적 감시나 제도적 방지 장치는 현재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각종 크고 작은 기념관, 기념도서관, 기념재단, 기념시설 등을 현재와 같이 지속 추가해 나간다 할지라도, 그 운영주체는 전직대통령을 따르던 정권 핵심인사들이나 측근들이 아니라 일반 시민사회에서 개방적으로 공개모집되어 운영주체가 결정되고 교체되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념시설도 특정 전직대통령만을 우상화해놓은 폐쇄적 기념전시 공간, ‘관람’과 ‘전시’라는 공급자 중심으로 기획된 구조가 아니라, 시민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고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복합도서관(개방형 라키비움) 등 인문적 공간 형태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전직대통령예우법이 갖는 가장 중차대한 문제점은 전직대통령이 오로지 ‘예우만 받는 존재’, ‘혜택만 향유하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한 사람이니까, 대통령을 한 사람의 가족이니까 우아하게 품위를 유지하며, 격조있는 행사에 초청받고, 의전 받고 하는 그런 존재로만 살아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한 사람이니까, 그 가족이니까 평생 ‘대접과 휴식이 넘치는 삶’을 살아도 된다는 그 단순한 마감처리는, 공과금 몇 만원 낼 돈이 없어 동반자살을 택하고 있는 서민의 삶과 너무나 괴리되어 있다.
 

 

이경선 서강대/입법학, 법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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