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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문제 외면하는 대학도서관 정책
근본 문제 외면하는 대학도서관 정책
  •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 출판평론가
  • 승인 2019.03.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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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한 사회의 미래 경쟁력은 역량 있는 차세대를 길러내는 교육에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학에 그것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학문의 바다를 항해하는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대학도서관이건만, 대학과 교육부 모두 부실한 대학도서관을 방치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방관하겠다고 교육부가 공언한 것이 지난 1월의 <제2차 대학도서관 진흥 종합계획(2019~2023)> 발표였다.

5년 단위의 계획 수립을 위해 10만 명 넘게 참여한 대학생 대상의 대학도서관 만족도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자료의 최신성’이었다. 도서관에 새 책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다. 신간 도서, 베스트셀러, 전공도서 개정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중요한 개선점으로 제시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혁신하겠다는 내용이 정책 방향에 담기는 것이 정상일 터인데, 교육부는 명확한 대안 제시 없이 뭉개버렸다. 그러면서도 대학 교육과 학술연구 경쟁력을 높이며 이용자 중심의 대학도서관 역할에 초점을 둔 계획이라고 홍보한다.

<2017년 대학도서관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이 구입한 도서는 연평균 4128권에 그쳤다. 외국 도서 등을 제외하면 3천 권 대의 국내 도서를 구입했음을 알 수 있다. 연간 8만 종 이상의 신간이 발행되는 국내 출판 종수에 비춰 대학도서관의 장서 구입이 미미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4년제 대학 기준의 대학 총예산 대비 도서관 자료구입비 비율은 2013년 1.0%에서 2017년 0.9%로 감소했다.

특히 해외 학술논문의 전자저널 연간 구독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도서를 살 수 있는 여력은 계속 악화하였다. 장서의 균형성이 깨진 지 오래다. 유력 전자저널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글로벌 출판자본(엘스비어, 와일리, 스피링거 네이처 등)의 상업적 폭력에 맞선 국가 컨소시엄 대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미온적인 협상력 제고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대학도서관과 공공연구기관을 합해 연간 2천억 원의 전자저널 구독료가 지불되는데, 이는 막대한 국부 유출임과 동시에 국내 간행물 구입의 상대적 불이익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전자저널 구독료가 전체 자료구입비의 85%나 되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서울대에서는 1년간 엘스비어 1개사에 지불한 전자저널 구독료만 21억 원 이상이었다. 대학 구성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국가 라이선스로 전자저널을 이용하는 네덜란드 같은 선례를 왜 정부가 벤치마킹하지 않는지 알기 어렵다.

나아가 이번 계획에서는 대학도서관 활성화의 견인차인 전문인력의 확보가 미흡한 상황에 대한 어떤 개선책도 담기지 않았다. 대학도서관 평균 직원 수는 2013년 8.9명에서 2017년 8.0명으로 감소했고, 사서 직원 수도 같은 기간 동안 6.6명에서 6.1명으로 줄었다. 대학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이 정한 대학도서관 최소 인력 기준이 오히려 인력을 축소시킨 악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부는 개정 약속을 하지 않았다.

미국과 비교한 한국 대학도서관의 평균 사서 수는 5분의 1 수준이고, 1인당 대학도서관 예산과 자료구입비는 각각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강력한 정책 의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도서관 발전 포럼을 개최해서 대학들의 투자와 관심도를 높이겠다며 자율적인 노력에 방점을 찍었다.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2020년부터 대학도서관 평가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것이 대학 평가와 연계되지 않는 한 아무런 실효성도 없을 것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는 의미 없다. 또한 취업이 대학생들의 생존 과제인 마당에 대학도서관에서 취업 지원을 위한 연계 사업이나 아무런 관련 계획조차 없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대학도서관을 “학문의 광장이자 대학의 심장”으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심장’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정책은 수사학이 아니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의 실행을 통해 대학과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품도록 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 제도의 뒷받침이 없는 맹탕 계획과 비전 없는 교육정책은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반교육적이다.
 

 

백원근 서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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