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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이 '가톨릭'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가톨릭이 '가톨릭'일 수 밖에 없는 이유
  • 고현석 기자
  • 승인 2019.03.1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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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 et Nunc 고현석의 word/world watch
▲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세계 가톨릭 사제 수가 10년 새 처음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지난 6일 발표됐다. 가톨릭은 현재 전 세계 신자 수가 13억을 웃도는 거대 종교다. 여기서 가톨릭이라는 말이 가진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가톨릭이라는 말을 쓰게 됐을까?

영어 사전에서 가톨릭(catholic)이라는 단어는 ‘보편적인(공번된)’이라는 뜻으로 풀이돼 있다. 하지만 가톨릭이라는 말이 천주교를 의미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지난 1990년 예수회 소속 학자 월터 옹은 <아메리카>라는 잡지에 가톨릭 고등고육에 대해 기고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의 이론의 핵심은 가톨릭이라는 말의 기원에 관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가톨릭이라는 말은 보편적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월터 옹은 라틴어와 로마 교회에는 ‘보편적인’이란 뜻을 가진 단어가 따로 존재했다고 봤다. universalis(고전 라틴어 발음으로는 ‘우니웨르살리스’)다. 영어의 ‘유니버설(universal, 보편적인)’에 해당하는 말이다.

월터 옹은 ‘유니버설’이 ‘가톨릭’의 뜻이라면 왜 로마 교회는 ‘유니버설’을 쓰지 않고 고대 그리스어서 빌려온 단어인 ‘가톨릭’이라는 말을 채택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가톨릭이란 단어는 그리스어로 ‘하나의, 신성한, 사도의 보편 교회’라는 뜻을 가진 ‘카톨리코스(katholikos)’에서 온 말이다.

월터 옹은 여기에는 신학적 이유와 실용적 이유가 모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영어의 ‘유니버설’의 의미는 ‘하나’를 뜻하는 라틴어 ‘unum’과 ‘회전’을 의미하는 ‘vertere’의 합성어다. 하나의 중심점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원을 연상케 하는 개념이다. ‘유니버설’이라는 말에는 ‘포함’의 개념이 들어있다.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이미지다. 하지만 이 개념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원이 가진 공간적 한계 때문에 ‘유니버설’한 원 밖에 존재하는, 즉 ‘배제’되는 실체들의 존재가 상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카톨리코스’라는 말은 ‘전체에 걸친’이라는 뜻을 가진 ‘kata’와 ‘온전한’ 또한 ‘모두’를 의미하는 ‘holos’의 합성어다. 경계나 범위 또는 한계의 개념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단어다. 즉,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는 개념이라는 뜻이다.

‘가톨릭’이 지금의 천주교를 가리키는 말이 된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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