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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무태장어를 먹는다고?
천연기념물 무태장어를 먹는다고?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 승인 2019.03.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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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0년전 천여녀기념물 해제
40년 수명 … 中선 맞좋아 '꽃뱀장어'

‘무태장어’를 대량 판매한다는 이마트 광고 전단을 보고 놀란 사람은 아마도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천연기념물로 알고 있던 그 물고기를 어디서 어떻게 생겨서 무더기로 팔 수 있단 말인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마트는 2019년 설을 앞두고 나주와 해남 등지의 무태장어양식장을 찾아 무태장어 2,000세트를 계약을 맺고 준비했다고 한다.

무태장어는 맛이 좋아 중국에서‘花鰻(화만, 꽃뱀장어)’이라 불린다 하고, 살이 깊어 쫄깃한 것이 고소하고 담백하다고 한다. 또 무태장어는 양식이 까다로워 시장에 퍽 많은 물량을 내놓을 만큼 대량생산을 하기가 어려웠으나 우리나라 어민들이 수많은 난관을 무릅쓰고 애쓴 보람이 있어서 드디어 양식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꽤 많은 양을 시판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장어나 무태장어는 바다에서 자라 강에 올라와 산란하는 연어와 반대로 깨끗한 민물에서 살다가 먼 바다로 나가 알을 낳기에 자연에서 번식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없다. 때문에 바다에서 새끼(치어)를 잡아다가 고작해서 인공사육을 한다.

성냥개비보다 작은 무태장어 치어 한 마리가 7,000원이 넘던 때도 있었으나 필리핀에서 많이 잡히는 까닭에 값이 많이 싸졌고, 또한 여러 어부의 값진 노력으로 치어의 생존력이 높아지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양식장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에 이다음 무태장어 시장은 더 넓어지고 많이 커질 전망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뱀장어과의 열대성 민물고기인 무태장어(無泰長魚, giant mottled eel)의 이름에서,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란 뜻의 장어(長魚)는 알겠는데 무태(無泰)는 무슨 뜻일까? 그렇다. 無太나 無泰는‘매우 크다’는 의미로 쓰인다. 다시 말해서‘이보다 큰(太/泰) 장어가 없을(無) 것’이라는 뜻인데 일례로 ‘무태상어’란 상어 중에서도 엄청 큰 상어를 일컫는다.

무태장어(Anguilla marmorata)는 뱀장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담수어)로 몸길이가 2m쯤이나 되고, 그보다 큰 것도 흔하다. 뱀장어와 비슷하지만 뱀장어에 비해 매우 둥글고 긴 편이고, 등뼈가 100~110개이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튀어나왔고, 이빨은 둔한 원뿔형이며, 이 띠(齒帶)를 이룬다. 꼬리는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합쳐져 다소 옆으로 납작(側扁)하다.   무태장어(marbled eel) 비늘은 둥근비늘(圓鱗)인데, 퇴화하여 아주 작은 것이 피부 밑에 묻혀 있다. 몸빛은 황갈색이거나 암청색이며 배는 담색이다. 뱀장어와 비슷하나 암갈색 구름모양의 얼룩덜룩한 무늬와 작은 반점이 몸과 지느러미에 산재하고 있기 때문에 장어와 쉽게 구별된다. 그리고 암컷은 2m, 수컷은 1.5m정도이고, 몸무게가 가장 무거운 놈은 20.5kg에 달하며, 물고기 치고는 꽤 오래 살아서 수명이 40여년이나 된다.  稚魚 때는 강어귀나 바다에서 서식하다가 成魚가 되면 깊은 강이나 호수, 기수 등지에 서식한다. 탐식성 물고기로 새우?게?물고기?조개 등을 마구 잡아먹는다. 이렇게 8~20년간 민물이나 바닷물이 섞이는 汽水(brackish water) 지역에 살다가 깊은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고, 부화한 후 다시 난류를 따라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새끼실뱀장어는 투명한 버들잎모양인데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라 부르고, 산란지는 뉴기니 북부에서 보르네오 동북부에 걸친 바다와 수마트라 서부로 추정한다.   무태장어는 남방계 열대성어종으로 한국·일본·타이완·중국·인도네시아·아프리카동부와 서부태평양 열대해역에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 제주 해역과 일본 나가사키(長崎)는 함께 무태장어의 최북단 서식지로 아려져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종에 속하는 물고기라 천연기념물 제258호로 지정하여 보호했으나 근래 무태장어 치어가 해외에서 수입되고, 제주도 서귀포시 천지연 말고도 전라남도 장흥군 탐진강, 경상남도 거제 구천계곡,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계곡에서도 소수가 살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2009년 6월 9일 지정이 해제되었다. 그러나 천지연의‘제주 무태장어 서식지’만은 현재 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무태장어와 비슷한 생김새를 한 장어물고기에는 ‘뱀장어’ 말고도 바다에서만 사는, 흔히‘아나고(アナゴ)’라고 불리는‘붕장어(硼長魚)’와‘갯장어’가 있다. 갯장어의 이름의‘갯’은 갯벌이 아닌 개(犬)에서 따온 말로, 특히 이빨이 날카롭고 잘 깨물어서 개를 연상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먹장어’는‘곰장어(꼼장어)’로 앞의 장어들과 달리 기생어류로 턱이 없는(이빨이 없는) 둥근 입을 가진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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