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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수준의 미세먼지 대책
만화책 수준의 미세먼지 대책
  •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 · 화학
  • 승인 2019.03.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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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중국발·경유차·석탄화력만 탓하던 정부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라는 대통령의 엄중한 지시에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하루 만에 황급하게 쏟아낸 대책이 모두 만화책 수준이다. 미세먼지에 신음하는 국민들을 걱정하는 진심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선무당 수준의 장관들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에게 전문적·합리적·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대책에서는 자연의 거대함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도 찾아볼 수 없다. ‘저기압’ 상황에서 ‘국지적’ 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인공강우 기술로 ‘고기압’ 상황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서울시에만 적용하더라도 수천 문의 대포·미사일과 엄청난 양의 화약과 요오드화은(미세먼지)이 필요하다. 미세먼지의 해결은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지표면에서 1킬로미터까지 퍼져있는 엄청난 규모의 미세먼지를 고작 1억짜리 ‘대형’ 공기정화기로 해결겠다는 환경부 장관이나 건물 외벽의 광촉매로 맞서겠다는 서울시장의 무모함도 혀를 찰 수준이다. 실내에서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공기정화기의 가동에 필요한 전기 생산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미세먼지를 쏟아내는 석탄화력이나 초미세먼지를 쏟아내는 LNG화력을 돌려야 한다면 의미가 없다. 미세먼지 해결의 의지를 강조한 중국 정부의 퍼포먼스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경유세 인상을 거부해왔던 기재부가 갑자기 돌변한 것도 황당하다.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가 없다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오히려 경유세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에게 미세먼지의 책임을 떠넘기는 난처한 시도다. 경유세 인상이 가짜(탈세) 경유를 부추기는 문제도 심각하다. 더욱이 5월 7일부터는 리터당 100원의 유류세 할인 혜택도 없어진다. 자칫하면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끔찍한 유류세 폭탄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공직자들이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국무총리의 발언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발상이다. 어쩔 수 없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수행했던 실무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문책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의 일이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확실한 근거도 없이 섣부르게 중국 책임론을 제기해서 외교적 망신을 초래한 외교부 장관의 발언도 볼썽사나운 것이었다. 2005년 환경부가 면피용으로 내놓았던 무의미한 ‘중국탓’은 이제 폐기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과 차량 2부제는 구시대의 낡은 발상이다. 노후 석탄화력의 가동 제한에도 문제가 있다. 30년 이상된 ‘노후’ 발전소가 아니라 미세먼지를 내뿜는 ‘부실’(불량) 발전소의 관리가 필요하다. 줄어드는 석탄화력을 대체할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대도시 근처에서 질소산화물을 포함한 초미세먼지를 쏟아내는 분산형 LNG 발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단순한 배출원 관리 수준의 대책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기후·환경 변화로 미세먼지의 양상이 변해버린 탓이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새로운 융합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다양한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는 대학의 책임이 막중하다. 미세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탈원전의 폐기가 그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 ·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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