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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 충남대 불문학과 교수임용 논란
분석 : 충남대 불문학과 교수임용 논란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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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업적 중복판정 시비 … 學界가 기준제시해야

검찰수사로 확대된 충남대 불어불문학과 신임교수 임용논란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지원자가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던 논문이 왜 외부심사위원의 탁자에 올랐으며, 또 논문 '중복'이라는 판단은 공정한가냐는 문제이다. 특히 논문 '중복'으로 결정될 경우 연구실적물이 심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지원자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중복'판단기준은 전문가의 영역이라도 큰 틀에서 학계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 하나. 왜 제출하지도 않았던 논문을 심사했나
파리8대학과 충남대 두 곳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백 씨는 충남대에 지원하면서 파리8대학에서 받은 학위논문 1편과 불문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2편을 연구업적심사자료로 제출했다. 이후 대학측은 "백 씨의 학위가 두 개임을 행정처리상 확인시키기 위해서" 충남대 학위논문을 가져오게 했다. 

학위를 확인하기 위해 논문까지 필요했다는 충남대측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외부심사위원에게 전공적격심사논문으로 제공됐다는 점은 행정착오임에 틀림없다. 충남대는 "'실수'로 첨가됐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심사대상 연구업적물 목록까지 작성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참고자료로 제공했다"는 대학측의 설명도 달리 말하면 지원자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료를 보충해서 억지로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된다. 또 충남대 학위논문과 학술논문이 중복이라고 본 외부심사위원은 확인결과 "연구실적물로 제출하지 않은 백 아무개씨의 충남대 학위논문이 어떤 경로를 통해 심사 당일 본인에게 전달됐는지 의혹에 대해서는 외부심사위원으로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참고자료로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충남대는 외부심사위원의 심사가 전체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용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 학교측은 외부 심사위원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중복 판정하지 않았더라도 내부교수 2명이 이미 프랑스 학위논문과 학술논문을 중복 판정했기 때문에 전체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 씨의 프랑스 학위논문과 학술지 논문을 비교해 '중복'이라고 판정한 것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배 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원자에 따라 '중복'판정의 기준이 달랐다는 것이다.

쟁점 둘. 왜 같은 결과에 대한 평가가 다른가
백씨가 자신의 평가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에 하나는 자신과 다른 지원자에 대해 형평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지원자 'A'씨의 경우 프랑스에서 받은 박사학위논문과 학위논문을 그대로 해외학술지에 실은 것을 '일반논문심사대상'으로 제출했고, 이 지원자는 '전공적격심사'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자신은 중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A'씨에 비해 훨씬 정도가 덜한데도, '중복'으로 일반논문이 연구업적심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

중복에 대한 기준이 심사위원의 학문적인 판단기준과 나라별 학계의 관행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학위논문을 기반으로 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것이 결과적으로 백 씨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은 '공정성' 논란을 비켜갈 수 없는 부분이다. 

어디까지가 논문중복인가

충남대 불문학과 임용과정에 이의를 제기한 백 씨는 현재 자신의 논문은 '중복'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임용논란에 검찰이 나섰다고는 하나 연구실적물의 중복까지 판가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문분야마다 관행이 다르고,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들은 심사위원의 3분의 2이상, 2분의 1이상 등으로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연구자가 박사학위를 받으면, 학위논문의 일부를 보완해서 학술지에 게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일부 대학들은 박사학위논문 이전에 의무적으로 학술지에 게재해서 검증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 학위논문과 관련된 학술지 게재논문은 어디까지 업적으로 인정해줘야 할까. 주제나 연구방식이 같을 경우, 몇몇 단락을 인용할 경우, 일부 페이지를 그대로 전재할 경우, 아니면 단행본으로 출간할 경우 등 기계적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전적으로 학계가 나서야 할 문제다. 김조영혜·손혁기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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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7일자 교수신문 2면에 게재된 충남대 불어불문학과 신임교수 임용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기사에서, 충남대 장동일 교무연구처장이 "외부 심사위원이 박사학위 2개를 소지한 백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충남대 박사학위 논문을 참고자료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제공한 것"이라는 주장은 당사자인 외부심사위원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해 장동일 교무연구처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라고 해명했으며, 인터뷰 내용과 관련 외부심사위원에게 임용관련 논란의 책임이 전가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교수신문은 연구실과 학과사무실 전화를 통해 외부심사위원의 확인을 시도했으나 결국 당사자 확인을 거치지 못한 채 보도함으로써 외부심사위원에게 누를 끼친 점을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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