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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인문학 '도미노'를 막아라
벼랑 끝 인문학 '도미노'를 막아라
  • 기획 취재팀
  • 승인 2019.03.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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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붕괴 막을 길은 없는가 [교수신문 中興 캠페인]

“강사법은 인문학에 대한 사형선고”. 최근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으로 강의 자리를 잃게 된 한 인문학 학자의 절망 섞인 한탄이다. 전세계적인 인문학 퇴조 현상과 맞물려 한국에서 강사법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인문학은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는 정도를 넘어서 거의 가사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용 학문에 밀려 인문학 분야는 이제 교수 임용 공고가 사라진지 오래됐고, 전공 교수가 정년퇴임을 해 결원이 생겨도 그 자리를 채우지 않은 것이 자연스러운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인문학 퇴조는 특히 학문후속세대에게 절망감과 함께 학문 연구의 당위성을 스스로 의심케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위기 차원을 넘어서 소멸 직전에 있는 인문학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라는 당연한 명제가 참이 되고, 가사 상태에 이른 인문학을 부흥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책읽기 밖에는 없다. 국가 경제 수준에 비해 독서량이 턱없이 낮은 한국에서도 인문학 부흥을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대규모 대중 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부 보수 언론에 의해 ‘복지 포풀리즘’, ‘현금 뿌리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최근 경기 성남시의 책 읽기 장려책은 주목할 만하다. 성남시는 만 19세 이하 청소년이 관내 공립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책을 대출하면 2만원을 지급하기로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은수미 시장은 “독서는 편견을 부수고 넓은 세상으로 가는 항해”라며 “편견의 근원인 사람의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알고 싶은 분야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지식과 견해를 접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서울도서관을 비롯해 충남 서산도서관, 원주시림도서관 등은 <한 책 한 도시>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은 느리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책 한 도시> 운동의 서울형 모델인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는 지난 1998년 미국 시애틀 도서관을 중심으로 시작된 지역사회 대중독서운동인 <원 시티 원 북(One City One Book))>의 서울형 모델로 한 권의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경기 성남시가 만 19세 주민이 관내 공립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도서를 대출하면 2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집무실에서 책을 펼쳐 읽고 있다. 은 시장은 "“독서는 편견을 부수고 넓은 세상으로 가는 항해”라며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기 성남시가 만 19세 주민이 관내 공립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도서를 대출하면 2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집무실에서 책을 펼쳐 읽고 있다. 은 시장은 "“독서는 편견을 부수고 넓은 세상으로 가는 항해”라며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 시티 원 북> 운동과 함께 주목할 만한 독서 운동은 지난 1999년부터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책을 읽다 들켜라(Get Caught Reading)>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독서 장려운동으로, 교수, 교사, 도서관 사서 등에게 책 읽는 영화배우, 운동선수, 작가 등의 포스터를 보급해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터에는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는 유명인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버스, 지하철, 운동장, 수영장, 숲, 체육관 라커룸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는 유명인들의 모습은 일반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이 캠페인 포스터에 등장한 유명인으로는 줄리아 로버츠, 우피 골드버그 같은 영화배우를 비롯해 전 영 부인 로라 부시, 종교인 빌리 그레이엄 등이 있으며 낮은 연령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도널드 닥, 스파이더맨 같은 만화 캐릭터도 책 읽는 모습으로 형상화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국내 출판계 대표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철호 회장. 출협은 창립 이후로 지속적인 독서진흥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윤회장은 취임 초부터 전 국민이 책을 읽고 사랑하는 나라, 독자들이 차고 넘치는 도서관 풍경, 책 읽기를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국내 출판계 대표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철호 회장. 출협은 창립 이후로 지속적인 독서진흥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윤회장은 취임 초부터 전 국민이 책을 읽고 사랑하는 나라, 독자들이 차고 넘치는 도서관 풍경, 책 읽기를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책을 읽다 들켜라> 캠페인은 미국 출판협회(AAP)가 주도하는 전국 단위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지난 2005년 유럽으로 확산돼 책을 읽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담아내기 시작했고 이들 중에는 유럽의회 의장,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들이 포함됐다. 또한 지난 2013년에는 베텔스만, 리브리우스, 피어슨 등 유럽의 초대형 출판 그룹들의 참여와 후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내 출판계 대표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사회평론 대표)는 1947년 창립 이후로 지속적인 독서진흥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윤회장은 취임 초부터 “전 국민이 책을 읽고 사랑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걸고 “독자들이 차고 넘치는 도서관 풍경, 독서문화로 형성된 책 읽는 학교, 책 읽기를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윤 회장은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과 함께 지난해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책읽기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출협은 온라인에서 독서 분위를 진작시키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책과 관련된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나도 북튜버’, ‘무슨 책 읽어’ 릴레이 태그 미션 작업을 유도해 선물을 주는 ‘위드북’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문학 부흥 독서운동”을 다양한 독서운동을 진행해온 국내 최대서점 교보문고(대표 이한우)는 소설 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 주최로 신세계아카데미와 함께 지난해 ‘낭만서점 독서클럽’을 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독서 운동의 대중적인 호응이 매우 제한적이라는데 있다. 정부, 유관 기관, 민간 서점, 각급 학교의 노력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산발적인 독서 운동이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근거해 교수신문은 출협, 각 도서관, 지자체 등의 독서 운동과 발을 맞춰 앞으로 2019년 연중기획으로 10년 계획 <책, 책부터 읽자> ‘One Book One Week’ 운동을 편다. 강사법으로 시간 강사들이 무너지고, 교양 강의실이 텅텅 비고, 문학과 사회와 철학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이 시대에 교수신문이 벌이는 인문학 부흥과 그를 위한 책 읽기 운동이 한국 사회의 지성 지평을 넓히는데 적으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수신문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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