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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는 여전히 역사전쟁 중 … ‘한사군 한반도설’과 ‘임나=가야설’ 왜 거짓 주장인가?
동아시아는 여전히 역사전쟁 중 … ‘한사군 한반도설’과 ‘임나=가야설’ 왜 거짓 주장인가?
  • 이덕일 신한대 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3.0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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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 『동아시아 고대사의 쟁점』 (이덕일 지음, 만권당, 2019.01)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의 ‘역사적’이란 수식어는  동아시아가 여전히 역사전쟁 중이란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동아시아 역사전쟁은 대부분 고대사에 집중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 세기 전 일제의 역사왜곡이나 지금 중국의 각종 역사공정이 고대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런데 동아시아 고대사에 대한 역사쟁점은 곧바로 현대의 영토분쟁으로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만리장성의 동쪽 끝은 중국 하북성(河北省)에 있는 산해관(山海關)이다. 천하제일관(天下第一關)이란 현판처럼 중국 동북방 기마민족들의 관내(關內) 입성을 막는 보루였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만리장성 지도를 보면 한반도 북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이 한반도 안까지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지도 역시 시진핑의 위 발언에 일조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이런 주장은 대부분 한 세기 전 일제가 이미 주장했던 내용의 복사판이란 특징이 있다. 일제는 한국 강점 후 친일파들의 기구인 중추원에 조선반도사편찬위원회를 만들고 『조선반도사』를 편찬했다. 조선반도사편찬위원회는 나중에 총독 직속의 조선사편수회가 된다. ‘반도’라는 이름에서 이미 한국사의 무대에서 대륙과 해양을 삭제해 반도사로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 반도 북쪽에는 한사군이란 고대 중국의 식민지가 있었고, 남쪽에는 임나일본부라는 고대 일본의 식민지가 있었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고대부터 반도의 남북이 모두 외국의 식민지였으니 지금 식민지가 된 것이 당연하다는 숙명론을 전파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총독부의 이나바 이와기치(稻葉岩吉)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秦)나라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조선의 황해도 수안까지 들어왔다고 우겼는데, 이런 주장을 남한 강단사학계에서 받아들인 결과 이런 왜곡된 만리장성 지도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게 된 것이다.

▲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리장성 지도. 동쪽 긑이 한반도 북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자료제공=저자
▲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리장성 지도. 동쪽 긑이 한반도 북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자료제공=저자

그래서 지난한 대일항전 끝에 해방된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는 일제 식민사학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이 과제에 대한 남북한의 자세는 사뭇 달랐다. 북한은 1947년 2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내에 조선력사편찬위원회를 설치하고 학술지 『력사제문제』를 발간했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의 아들인 홍기문은 『력사제문제』에 「조선의 고고학에 대한 일제 어용학설의 검토(1949)」라는 논문을 실었다. 홍기문은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왜곡한 역사가, “첫째 서기 전 1세기부터 4세기까지 약 5백 년 동안 오늘의 평양을 중심으로 한(漢)나라 식민지인 낙랑군이 설치되었다는 것이요(한사군 한반도설), 둘째 신라·백제와 함께 남조선을 분거하고 있던 가라가 본래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것(임나일본부설)”이라고 갈파했다. 이는 북한 역사학계가 한사군 한반도설과 임나일본부설(임나=가야설) 극복을 역사학의 과제로 삼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1962년 리지린의 북경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인 『고조선연구』가 출간된 후 한사군 한반도설, 즉 낙랑군 평양설은 종적을 감췄다. 또한 월북 역사학자인 김석형이 1963년 『력사과학』에 「삼한삼국의 일본열도 내 분국에 대하여」를 발표된 이래 ‘임나일본부설(임나=가야설)’도 종적을 감췄다.

그러나 남한 학계는 아직도 ‘한사군 한반도설’과 ‘임나=가야설’이 하나뿐인 정설이다. 왜곡된 만리장성 지도가 횡행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한사군 한반도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북한 학계에서 이미 57~8년 전에 폐기된 이런 논리들이 왜 남한학계에서는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가? 이 나라는 언제까지 왜곡된 만리장성 지도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도록 허용할 것인가? 『동아시아 고대사의 쟁점』은 남한 학계에서 아직껏 정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사군 한반도설’과 ‘임나=가야설’이 아무런 사료적 근거가 없음을 역사학적 방법론에 따라 논증한 저서다.
 

 

이덕일 신한대 대학원 교수

숭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조선 왕 독살 사건』,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조선 왕을 말하다』, 『근대를 말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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