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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마음’이 왜 중요한가
‘진화한 마음’이 왜 중요한가
  • 전중환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 승인 2019.02.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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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 『진화한 마음: 전중환의 본격 진화심리학』 (전중환 지음, 휴머니스트, 2019.01)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연구할까? 그냥 사람들을 붙잡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아쉽게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대다수 사람은 자기가 한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아기를 꼭 끌어안고 뺨에 뽀뽀하는 부모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보라. “그냥, 우리 애가 정말 귀여워서요.” 정도로 답할 것이다. 왜 아기는 귀엽고, 바퀴벌레는 징그러울까? 아기가 징그럽고 바퀴벌레가 귀여우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을까?

▲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에 대한 진화적 접근을 시도하는 여러 학문 분야들의 계보. 자료제공=저자
▲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에 대한 진화적 접근을 시도하는 여러 학문 분야들의 계보. 자료제공=저자

우리는 외부의 자극에 대해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케 하는 심적 과정을 잘 의식하지 못한다. 이성에게 반하고, 질병을 피하고, 은혜를 갚고, 자녀를 돌보고, 음식을 고르고, 친구를 챙기는 일 등은 그냥 우리가 저절로 하는 일일 뿐,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척척 해내는 일들의 기저에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고 정교한 심리 기제가 깔려 있다. 얄궂게도, 마음의 연산 장치들이 너무나 잘 작동하는 바람에 우리가 평소에는 마음의 위대함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마치 스마트폰을 꺼내어 화면을 만지면 앱이 열리는 것을 보통 때는 당연하게 여기듯이 말이다.

진화적 시각은 마음의 복잡한 구조를 만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어떠한 기능을 잘 수행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 탐구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해준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어떠한 의도나 목적이 없는 기계적 과정이지만, 편의상 의인화해서 표현했다). 마음의 진화적 기능은 무엇일까? 마음의 진화적 기능은 외부에서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여 먼 과거 조상들의 번식에 도움이 된 행동을 산출하는 것이다.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바퀴벌레는 전염병을 옮길 수 있었기에, 바퀴벌레를 보면 이를 귀여워하는 행동보다 징그러워하는 행동을 산출하는 심리 기제가 선택되었다. 요컨대, 마음은 인류가 진화한 먼 과거의 환경에서 조상들의 번식에 도움이 되었던 수많은 심리 기제들의 묶음이다. 이 핵심 원리를 바탕으로 인간의 다양한 심리 현상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오늘날 진화심리학은 서구 학계에서 날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16년에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는 82명의 학자와 함께 1210쪽에 걸쳐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는 두 권짜리 총서를 엮어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진화심리학은 뜨거운 관심사다. 영미권의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쓰는 전공 교과서까지 포함하여 다수의 관련 서적들이 번역되었다. 그러나 아직 전공자가 적은 탓인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 분란이 벌어지곤 한다. 진화심리학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며내기에 급급한 사이비 과학이다, 인간을 유전자의 꼭두각시로 떨어뜨리는 유전자 결정론이다, 혹은 남성 우위를 과학으로 정당화하는 성차별주의다 등의 오해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졸저 『진화한 마음』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진화심리학을 좀 더 알차게 써먹을 수 있길 바랐다. 진화심리학의 역사적 배경과 이론적 토대를 설명하고, 진화심리학에 대해 흔히 품는 오해들을 바로잡고, 생존, 짝짓기, 혈연, 집단생활, 폭력, 문화, 학습, 성격, 도덕, 정치, 정신 장애 등 다양한 연구 영역들에서 나온 새로운 발견들을 정리했다. 그래서 이 책은 진화심리학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들에게 적합한 입문서는 아니다. 진화심리학이란 말을 어쨌든 들어는 보신 분, 진화심리학이 사이비 과학, 우생학, 혹은 유전자 결정론이라고 굳게 믿으시는 분, 그리고 진화심리학 책을 샀더니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서 실망하셨던 분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요약하자. 마음이 먼 과거의 환경에서 조상들의 번식을 높이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산물이라는 사실이 왜 중요한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진화적 시각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일관되게 설명하는 통합적 이론 틀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진화적 시각은 심리학을 탄탄한 과학으로 진보시킬 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단일한 인과적 그물망으로 통섭하는 열쇠가 된다.

“인간은 누구인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수천 년 동안 종교와 학문, 그리고 예술을 사로잡았던 숙제였다. 160년 전,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이 수수께끼를 풀었다. 마음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데 활용된 것은 고작 반세기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성과는 이미 눈부시다. 역사는 우리 시대를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마침내 모든 학적 탐구에 거대한 혁명을 몰고 온 시대로 기억할 것이다.

전중환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행동생태학 석사를 마쳤다. 텍사스대학교(오스틴) 심리학과에서 진화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진화한 마음』, 『본성이 답이다』, 『오래된 연장통』, 역서로 『적응과 자연선택』, 『욕망의 진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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