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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호수의 은빛 요정
얼음 호수의 은빛 요정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 승인 2019.02.25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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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16. 빙어
▲ 호수 속의 빙어.                                              (사진출처=위키백과)
▲ 호수 속의 빙어.                                                                   (사진출처=위키백과)

 

일전에 본란에 이야기한 기록적인 ‘화천산천어축제’가 끝나자마자 그다음 날 바로‘인제빙어축제’가 날름 이어받았다. 강원도 겨울축제 시리즈라고나 할까.

“冷水의 妖精인 빙어가 아리따운 자태로 강물 위로 몰려옵니다. 겨울 한 철에 그 모습을 반짝입니다. 이들이 어우러져 헤엄칠 때는 은반 위에 춤을 추는 살결 하얀 舞姬들입니다. 한 해만 살고 죽기에 그 춤은 더욱 애절합니다. 어때요, 이 겨울에 빙어 찾아, 얼음 찾아 호수로 떠나지 않으실래요.” 강원도 인제군 소양호 신남 선착장의 ‘인제빙어축제’를 선전하는 샘나는 글이다. 

氷魚는 자잘한 바다멸치를 닮아서 ‘연못멸치(pond smelt)’라 하니 그리 어색지 않게 들린다. 이 녀석들은 냉수성이라 여름철에는 찬물이 흐르는 서늘한, 깊은 저수지나 호수 바닥에 노닐다가 겨울이면 산란하려고 물 위로 슬금슬금 떠오른다.

빙어(Hypomesus olidus)는 빙어과의 몸길이 10~15cm쯤 되는 피라미 닮은 민물고기로 은빛 찬란한 빙어는 속살이 얼음장처럼 맑아 내장, 속뼈까지 투명하게 다 비춰 보이기에 氷魚라 했을 터다.

빙어 암놈이 수놈보다 더 크고, 몸 빛깔이 연한 회색 바탕에 등 쪽은 황갈색이며, 배 쪽은 희다. 등지느러미는 1개이고, 옆구리에 연한 흑색 세로 줄이 하나 있으며, 거기에는 은백색의 세로줄이 또 하나있다. 또한 본종은 세계에 서식하는 5종의 빙어 중 한 종으로 아시아·알라스카·러시아·캐나다 북서부 등지에 분포한다.
빙어가 강에 갇혀 살기 전에는 강과 바다를 오락가락했다. 우리나라 빙어도 원래 바다에서 지내다가 산란하기 위해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포획하여 저수지에 방류한 것들로 민물에 갇힌 물고기 陸封魚類(landlocked fish)가 된 것이다. 축제를 빛내는 인제 소양호 빙어 역시, 산천어나 무지개 송어처럼 강과 바다를 오가는 성질을 잃고, 그만 민물(淡水)에 적응해버린 물고기다.

사실은 해방 전에 함경남도 龍興江에 살던 빙어를 제일 먼저 제천 의림지에 갖다 옮기고, 그다음 여러 사람의 손을 두루 거쳐 춘천 소양호·춘천호·합천호 등지에 옮겨졌다고 한다. 아무튼 예부터 아주 귀하디귀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큰 몫을 해왔던 빙어다.

빙어를 과어(瓜魚)라 하니 육살에서 오이 향이 나기 때문이고, 공어(空魚)라 하는 까닭은 빙어는 물벼룩 등 동물성 플랑크톤(zooplankton)을 잡아먹고 사는데 겨울에는 쫄쫄 굶어 물고기 속내장이 깡그리 비어 있어서 일컫는 말이다.

빙어는 육질이 연하고 비리지 않아서 회·튀김·조림·무침에 인기다. 그런데 인제 얼음 바닥 축제장에서는 어른애 가릴 것 없이 길길이 날뛰는 날고기를 통째로 사발에 들어붓고는 거기에 초고추장이나 일본 겨자(와사비)를 부어 조물조물 버무린다. 이렇게 싱싱한 빙어 회를 후루룩후루룩 젓가락으로 건져 먹는 것을 TV에서 본다.

얼마나 식성, 비위가 좋기에 살아 퍼덕거리는 놈들을 냅다 생채로 꾹꾹 씹어 먹을까. 좀 찜찜한 것이 남우세스럽고, 야만적이며, 정녕 몬도가네가 따로 없다. 이탈리아어 몬도가네(mondo cane)란 볼썽사나운 혐오성 식품을 먹는 등 꺼림칙하고 기이한 식생활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민물 빙어가 얼마 전까지 ‘간디스토마(肝distoma)’라 불렸던 肝吸蟲(liver fluke)에 안전한 것일까? 얼굴이 시커메지면서 간을 망가뜨리고, 간암과 담도암의 원인이 되는 간흡충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양호에도 ‘기생충 경보’가 내렸다. 10년 전에 서울대학교 의대 기생충학 교실의 채종일 교수팀이 ‘소양호 및 대청호에서 수집한 빙어 및 피라미의 흡충류 피낭 유충(애벌레) 감염상태’라는 주제 발표에서 소양호 빙어가 3% 넘게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분명한 것은 10년 전보다 기생충 감염률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어쨌거나 건강을 위해 생회는 절대 삼가고, 튀김이나 볶음으로 익혀 먹는 것이 백번 옳다. 노랗고 얄팍한 옷을 입은, 지글지글 바싹 튀긴 빙어고기는 담백하고, 고소하며, 맛깔스럽다. 뼈째 꼭꼭 씹어 먹을 수 있고, 샛노랗고 고수한 알이 한입 씹히는 풍미 또한 그지없이 좋다.

어쨌거나 인제빙어축제를 주관하는 인제 군청 당국자는 모쪼록 빙어를 절대 날로 먹지 않도록 계몽해야 할 것이다. 섣불리 행사(결과)에 너무 연연한 나머지, 국민건강을 해치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 어물쩍 얕은 수로 넘어가려 해선 절대 안 될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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