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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유은혜 교육부 장관께
다시 한번, 유은혜 교육부 장관께
  • 이기홍 논설위원/강원대 · 사회학
  • 승인 2019.02.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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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본부에서 ‘2019년 국립대학 정부혁신 중점사업’을 위한 ‘참신한 과제’를 제안하라는 공문을 돌렸다. 2월 말까지 교육부에 제출해야 하는 혁신과제 (사업) ‘실행계획’에 관해 교육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국립대학 혁신을 통한 교육의 질 제고’가 목표라고 밝히고 있었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구현하려는 정부에서 국립대학들에도 ‘혁신의 추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또한 국립대학들도 지난 시절의 ‘적폐’에서 예외가 아니므로 혁신은 필요한 일이겠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의 ‘교무회의’는 위원이 40명으로 절반가량은 단과대학장들이고 나머지는 총장이 임명한 본부 보직자들이다. 지난 7~8년 사이 이런저런 핑계로 갑절로 늘었다. 내 경험으로 20여 명을 넘어서면 토론식 수업도 불가능한데 40명의 ‘교무 심의’는 불문가지이다. 총장의 훈시, 담당 부서의 안건 보고, (이익을 염려하는 일부의) 소소한 불평, 그리고 (표결까지 갈 필요도 없는) 심의 종결. ‘교무회의’ 위원이 ‘국무회의’ 위원보다 훨씬 더 많다고 자랑하는 교수들도 있다.

교양수업의 폐강기준을 40명을 정한 것도 그 회의이다. 이제 학생들은 대학의 수업은 고등학교 때보다 많은 학생이 수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공 수업의 폐강기준은 20명인데, 이것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그 회의에서 복수전공, 부전공을 자유롭게 허용하기로 정했기 때문에, 사회학과 같은 ‘전공 불문’ 학과의 학생은 3학년이 되면 대부분 ‘경영대학’에 가서 지낸다. 게다가 강의가 폐강되면 교수의 실적 평가 (와 급료)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사회학과에서는 4학년 강의는 1~2과목만 개설하고 있다. ‘심화 학습’ 같은 것은 사라진 지 오래다. 5년 전 32명이던 사회학과의 입학 정원은 내년에는 23명으로 줄어든다. 그 회의에서 ‘학과를 통합하거나 입학정원을 줄이라’고 결정했는데, 백 년 넘은 학문분과라며 버틴 탓이다.

근래 자연대 교수에게서 실험실습비가 줄어서 실험 횟수를 줄이거나 일부 학생들만 실험하고 나머지는 참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결산 심의도 그 회의에서 한다. 교무회의 다음의 ‘(교수) 평의원회’ 심의 절차를 언제부터인가 총장은 (학칙조차 무시하고) 생략했다.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극성을 부린 신자유주의 대학정책이 대학을 어떻게 망가뜨렸는가를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 교육부의 혁신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갈수록 기괴하다. ‘공공성 강화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국립대학’ 등의 ‘3대 원칙’을 정하더니,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인재 양성’의 모호한 과제를 시작으로 11개의 과제를 내놓고는 ‘공정하고 갑질 없는 청렴한 교육환경 조성’의 과제는 혁신계획에 ‘필수’로 반영하란다. 또 다양한 내부 혁신 요구를 상향식으로 수렴하여 과제를 선정하고, 심지어 외부위원이 반수 이상 포함된 위원회 구성하는 계획 수립 방식을 권장한다. 이것들과 ‘교육의 질 제고’의 연관은 헤아리기 어렵다. 교육부는 왜 혁신조차 시시콜콜 ‘가이드’하는가? 교육부 관료는 교육의 질 제고를 방해하는 대학의 현실을 교수보다 잘 알고 있는가? 지금 대학들의 ‘적폐’ 대부분은 교육부의 ‘갑질’에서 비롯한 것 아닌가?

전임 교육부 장관이 ‘물먹었다’는 풍문이 돌 무렵부터 교육부 관료들은 대학에 대해 예의 ‘갑’으로 복귀했다. 새 장관에 대해서는 ‘경력관리용’이라는 풍문이 돌던데, 취임 이후 대학교육에 관한 한 아무런 입장도 내놓은 것이 없는 것을 보면 허랑한 말은 아니지 싶다. 이런 교육부가 있는 한 ‘교육의 질 제고’는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인재 양성’? 이기심과 경쟁을 자극하는 교육제도를, 예컨대 ‘열정과 연대’를 함양하는 제도로 바꾸지 않고 가능한 일인가? 대학을 교육부 업무에서 떼어내어 ‘국가 대학위원회’ 같은 기구로 이관하는 정책의 추진을 장관께 제안한다.
 

 

이기홍 논설위원/강원대·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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