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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언어는 고통 받은 이들 위해 쓰여야”
“과학의 언어는 고통 받은 이들 위해 쓰여야”
  • 김재호
  • 승인 2019.02.1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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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서평_『우리 몸이 세계라면』(김승섭 교수, 동아시아, 2018.12.)
▲ 『우리 몸이 세계라면』의 말미에 김승섭 교수는 트렌스젠더 건강 연구를 언급한다. 국내에 최소 15만 명의 트렌스젠더가 살고 있지만 이들이 얼마나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기존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정부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런데 연구결과를 한국어로 출판할지 영어로 출판할지까지 고민이 생겼다. 연구결과의 유통과 실적의 인정, 대학평가와 지식 시장의 문제 등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구는 이미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부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던 그는 이제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라고 말한다. 세상의 중심이 아픈 곳이라면, 과학의 언어가 있어야 할 곳은 더욱 명백해진다.
▲ 『우리 몸이 세계라면』의 말미에 김승섭 교수는 트렌스젠더 건강 연구를 언급한다. 국내에 최소 15만 명의 트렌스젠더가 살고 있지만 이들이 얼마나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기존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정부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런데 연구결과를 한국어로 출판할지 영어로 출판할지까지 고민이 생겼다. 연구결과의 유통과 실적의 인정, 대학평가와 지식 시장의 문제 등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구는 이미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부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던 그는 이제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라고 말한다. 세상의 중심이 아픈 곳이라면, 과학의 언어가 있어야 할 곳은 더욱 명백해진다.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과학대학)가 근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동아시아)을 통해 아픔이 발생하는 사회적 편견의 뿌리를 들춰냈다. 왜 소외된 자들이 더 아파야 하는지 지식의 사회사 측면에서 살펴본 것이다. 김 교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이라고 적었다.

그동안 학문의 장이 남성 중심적으로 펼쳐졌던 것처럼, 우리 몸을 다루는 의학 역시 남성을 표준으로 삼았다. 의학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에 여성의 몸이 소외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의 적정 온도로 권고된 ‘21도’는 70kg,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1960년대 측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후 2015년이 되어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사무실은 21도에 맞춰진 셈이다. 여성 사무직 노동자에게 적합한 실내 온도는 평균 23.2도와 26.1도 사이라고 한다.

김승섭 교수는 “인간의 몸에 대한 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면서 “객관적이라 생각되는 질병에 대한 생물학적인 정보 역시 그 지식을 만들어낸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교통사고 충돌실험의 경우에도, 여성의 신체적 특성은 소외되고 남성의 몸이 중심이 돼 인체공학적으로 시뮬레이션 해왔다. 건장한 남자의 신체가 표준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신체를 연구할 때도 생리주기로 변하는 여성의 몸은 고려되지 못했다.

의학은 아프고 병든 사람을 위해 발전해야 한다고 으레 생각한다. 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다. 1975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팔린 1,393개의 신약 목록을 분석한 연구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결핵이나 말라리아, HIV/AIDS 등 감염성 질환에 개발된 신약은 고소득층이 주로 걸리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연구 개발비 역시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의학에선 어떤 약을 개발할지조차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좀 더 근원적으로 고찰하면, 어떤 지식은 아예 연구대상조차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의학은 정말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나

김승섭 교수는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사회의 아픔을 극복하려면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를 살펴봄으로써 좀 더 근원적인 성찰을 하며 올바른 과학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리는 용한 점쟁이가 내일 일어날 일을 맞추더라도 과학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뉴턴의 만유인력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완벽하지 않아도 과학의 정수다. 김 교수는 “과학은 확고한 진리의 묶음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에 질문을 던지는 비판적 사고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합리적 사유 방식”이라면서 “우리가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면, 그 결과가 올바른 것인지 그 예측이 맞았는지 보다도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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