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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사회사 … 야만성의 상징이었던 후각, 근대를 문명화하다
냄새의 사회사 … 야만성의 상징이었던 후각, 근대를 문명화하다
  • 주나미 고려대 · 사학과
  • 승인 2019.02.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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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악취와 향기: 후각으로 본 근대 사회의 역사』 (알랭 코르뱅 지음, 주나미 옮김, 오롯, 2019.01)

20세기가 역사인식에 끼친 가장 중요한 영향 가운데 하나는 ‘혁명’을 훨씬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것으로 바라보게 했다는 점이다. 혁명은 그때까지 그 말을 독점적으로 소유해오던 몇몇 정치적 사건들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인간집단의 규범과 인식, 기호와 욕망 등을 포함하는 폭넓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인간의 삶과 사고의 구조적 양상과 변동에 초점을 맞춘 역사인류학자들의 연구는 그러한 이해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후각을 중심으로 18세기의 지각혁명을 다룬 알랭 코르뱅의 『악취와 향기(Le miasme et la jonquille)』도 그러한 역사인류학의 성과를 대표하는 저작들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이 책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향수』(1986)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원래의 제목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기면 『장기와 황수선: 18-19세기 후각과 사회적 상상』이다. 그러나 한국어판에서는 제목을 ‘악취와 향기’로 하였다. ‘장기’를 나타내는 프랑스어 낱말에는 ‘악취’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고, ‘황수선’도 이 책에서는 새로운 후각적 감수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도 ‘장기’를 ‘독기(毒氣)’라는 말로 대체해서 옮겼다.

『악취와 향기』는 1982년 처음 출간된 뒤에 1986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는데, 한국어 번역본은 2016년 개정판을 기초로 했다. 이 책에서 알랭 코르뱅은 ‘후각’의 중요성을 높인 18세기의 지각혁명이 근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화학과 의학·도시계획·공중위생·예절규범·건축양식·향수의 유행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제시한다. 그래서 부르주아적 사생활의 발달과 군대·감옥·병원·학교에서의 위생규율의 출현, 성적 전략의 변화 등이 ‘후각’이라는 주제 아래 하나로 엮여 서술되면서 18~19세기 서구 사회의 구조적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알랭 코르뱅의 작업은 전체사를 향한 프랑스 아날학파의 열망과 관심을 반영한다.

▲ 파리의 옛길.  사진제공=오롯 출판사
▲ 파리의 옛길. 사진제공=오롯 출판사

후각은 오랫동안 감각의 위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시각과 청각, 촉각이 객관적인 감각으로 중시되었던 것에 반해, 후각은 주관적인 감각으로 외부 대상의 인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후각은 “욕망과 욕구, 본능의 감각”으로, 그것이 예민한 것은 문명화가 덜 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이후 서양사회에서는 이러한 감각의 위계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후각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감각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람들은 냄새에 민감해졌고, 악취의 허용한계도 엄격해졌다. 사람들은 배설물이나 오물이 가까이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으며, 분뇨구덩이·도축장·변소·무덤·하수구 등의 악취가 사람들의 불안감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지배계층은 자연과 산지의 순수한 공기를 예찬하며 도시와 빈민의 악취로부터 벗어나려 했으며, 선박·병원·군대·학교 등에서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신체위생 규율들이 실험되었다.

이렇듯 사람들이 냄새에 민감해진 것은 그 시대에 유독 악취가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체화학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당시의 지적 분위기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부패한 물질로부터 발산된 독기 때문에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는 ‘독기론(miasmatism)’의 지배를 받던 의학도 공기에 대한 경계심을 부추겼다.

▲ 여인과 꽃.  사진제공=오롯 출판사
▲ 여인과 꽃. 사진제공=오롯 출판사

근대의 공중위생학은 바로 이러한 공기에 대한 경계심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악취를 제거하고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 그것의 주요한 목표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람들의 밀집을 막고, 공간을 새롭게 구획하고 배치하는 것이 위생 전략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기 안에 포함된 부패한 독기의 존재를 냄새로 감지해내는 후각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후각은 사회적 위계를 세분화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인간 집단은 냄새가 제거된 부르주아와 악취를 풍기는 민중으로 구분되었으며, 도시 공간도 그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고 계획되었다. 아울러 타인의 체취에 대한 불쾌감이 커지면서 ‘개인’이라는 관념이 고양되었고, 개인들이 독립된 공간과 침대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생활양식이 등장했다.

이처럼 알랭 코르뱅은 후각적 감수성의 변화가 근대의 삶의 양식들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이를 위해 그는 악취에 관한 공중위생학자들의 상세한 보고서와 루소·위고·발자크·플로베르·위스망스 등과 같은 작가들의 문학작품 등을 사료로 풍부히 이용한다. 이러한 그의 연구는 ‘심성(mentalites)’에 대한 뤼시앵 페브르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여 확장시킨 것인데, 그는 이 작품으로 다른 감각들에 밀려 뒷자리로 놓여 있던 ‘후각’에 빛을 비추어 ‘냄새의 사회사’라는 독창적인 영역을 멋지게 개척했다. 


 

주나미 고려대학교·사학과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중세사를 전공했다. 『12-13세기 동물지에 나타난 기독교적 상징과 이념』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다. 두산백과사전의 역사, 신화 분야 전문 집필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역서로 『곰, 몰락한 왕의 역사』, 『맨더빌여행기』, 『유령의 역사』, 『중세 동물지』, 『돼지에게 살해된 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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