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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축제에 산천어가 없다
산천어 축제에 산천어가 없다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 승인 2019.02.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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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_ 215. 산천어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일원에서 열렀던 제16회‘화천산천어축제’가 1월 27일에 끝났다. 올해는 작년보다 11만 명이 더 다녀가 184만 명이라는 역대최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2011년에 CNN에서 세계7대 불가사한 겨울대표축제로 선정했을 정도로 그야말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마디로 송어(Oncorhynchus masou)새끼가 바다가 겁나 못 나가고 그냥 강물에 머물러버린 것이 산천어山川魚(O. m. masou)다. 다시 말해서 산과 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 山川에 사는 물고기(魚)가 산천어인데, 송어의 아종亞種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산천어는 연어과의 어류로 송어(松魚,trout)치어가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딴청부려 산기슭상류로 거슬러 올라가(溯江) 거기서 평생을 사는 육봉형(陸封型,land-locked type) 어류다. 그런가하면 송어는 다른 연어무리들이 그렇듯이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내려가는 강해형(降海型,ocean going)어류다. 한편 일본 · 북미북부 · 알래스카 · 러시아에 분포한다.

사진제공=위키백과
사진제공=위키백과

송어는 1급수의 아주 차가운(7~15℃) 곳에 사는 냉수성어류로 우리나라 동해로 유입되는 간성북천과 양양남대천에만 서식한다. 이렇게 송어가 사는 지역이 일부 강에 국한되다보니 그들에 대한 연구가 덜 된 것은 당연하다.

송어는 좌우로 눌려졌고(側偏), 위턱은 아래턱보다 약간 앞으로 돌출되며, 옆줄(側線)은 옆구리중앙부위를 직선으로 지나고, 등지느러미는 몸의 중앙에 있으며, 작은 ‘기름지느러미’가 그 뒤에 붙어있다.

여기서 ‘기름지느러미(adipose fin)’란 가시나 뼈가 없이 살점(肉質)으로만 된 부들부들하고 물렁한 지느러미로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의 사이에 있고, 은어 · 송어 · 연어 · 열목어 등의 냉수성어류에서 볼 수 있다. 송어의 등은 짙은 남색이고, 배는 은백색이며, 옆구리에는 작은 암갈색의 얼룩무늬(斑紋)가 있다. 그리고 송어란 이름은 살색이 불그레한 것이 붉은 소나무(赤松)색깔을 닮았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또한 송어는 바다에서 成魚가 돼 구시월이면 물 맑고 자갈이 많이 깔린 여울로 올라온다. 수컷이 예리하게 굽은 주둥이로 알뜰하게 땅바닥을 후비면서 지느러미로 세찬 물살을 일으켜 구덩이(産卵場)를 판다. 가로세로 길이가 30~60cm, 깊이 30cm 정도의 엄청나게 큰 알 낳는 터를 만든다.

수정란은 부화해 두 달이면 10cm 정도로 자란 치어(稚魚)가 돼 강이 얼기 전에 바다로 내려간다. 바다에서 3∼4년간 자라 강으로 되돌아와 산란 후 그렇게 어미아비처럼 일생을 마친다. 모든 생물들은 저렇게 후손을 남기는 것이 悲願이렷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부화한 치어 중 몸피가 제대로 자리지 못한 어리바리한 일부는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엇길로(상류로) 올라가니 이놈들이 바로 산천어로 99%가 수컷이다. 강에서 자란 산천어수컷들은 바다에서 올라온 암컷이 산란하면 거기다가 정자뿌림을 하니 못난이들도 수컷행세는 제대로 한다. 이렇게 송어와 산천어는 생태적인 차이가 많지만 서로 짝짓기(交雜)가 가능한 탓에 같은 아종(subspecies)이거나 종(species)으로 취급한다.

무엇보다 산천어는 옆구리에 타원형의 큰 무늬 8∼12개가 있으니 이것을‘파 무늬(Parr mark)’라 한다. 산천어는 이 무늬가 확실하고, 일생동안 가지고 있는 점이 송어나 다른 연어과무리와 다르다. 송어나 연어는 어른고기가 되면 이 무늬가 사라지고 마는데 말이지.

강에 머문 ‘못난이’ 산천어는 몸길이 20cm로 먹을거리가 풍부한 바다에서 자란 60cm가 넘는 송어에 비하면 몸피가 초라하게 1/3에 지나지 않고, 때깔도 썩 좋지 못하다. 수컷은 시답잖고 허접스런 정자만 만들면 되기에 먹이가 적은 강에 살아도 되지만 기름지고 풍성한 영양을 듬뿍 필요로 하는 알을 낳는 암컷은 반드시 바다로 내려가 실컷 먹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날 이때까지 마냥 의문이 남아있었다. 한 해 축제에 쓰이는 산천어가 물경 190톤이란다. 실제로 강에 산천어가 하도 귀하기에 깡그리 다 잡아도 어림없는데 그 많은 산천어를 어디서? 그렇다. 전국양식송어의 약 98%가 축제에 동원된다니 송어양식장에서 키우는 어린 송어가 축제장에서 산천어로 둔갑한다. 바꿔 말하면 송어새끼를 산천어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송어는 우리송어가 아니고 북아메리카에서 들여온 무지개송어(O.mykiss)다. 그러므로 축제용 산천어는 양식한 산천어 일부와 무지개송어(rainbow trout)의 새끼들인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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