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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스와 호모 버티컬리스
호모 엑스와 호모 버티컬리스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9.02.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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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지구상에는 엄청난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 생명체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는 일은 스웨덴의 박물학자인 린네(Carl von Linne)에 의해 시작되었다. 린네는, 앞에는 속명(屬名)을, 뒤에는 종명(種名)을 배치하는 이명법(二名法)을 고안하여 종을 분류하였다. 린네는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 10판에서 현생 인류 종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명명하였으며, europaeus, afer, asiaticus와 americanus를 지리적 아종으로 제시하였다. 이런 이명(異名)은 생명체의 특징이나 서식지를 나타낸다.

인류는 원시 세대로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져 왔으며, 그들이 사는 환경에 따라 후손 세대는 미적(美的) 정서, 사회적 행동과 생리적 기능 등에서 중요한 차이를 나타내며, 이러한 변화를 진화라 한다. 인류는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를 거쳐 현재는 <호모 엑스(Homo x)> 세대에 이르고 있다.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이론과 함께, 현재까지의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생물학적 기록에 따르면, 우리의 자녀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고등하거나 우리와 많은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들을 <호모 엑스>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호모 엑스> 세대의 출현은 먹거리 및 육아로부터의 해방, 기술의 획기적인 발달, 지식의 대량 축적 및 용이한 접속 등 여러 면에서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현재의 우리 기성세대가 변화하는 환경을 끊임없이 따라잡지 않으면 <호모 엑스>인 자식 세대와 서로 다른 종으로 구별될 것이다.

인류의 진화는 인류가 생활하는 사회 및 공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자본의 축적 및 집중에 따라 도시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으며 지금은 거의 폭발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의 도시는 대량오염, 교통체증과 인구과밀이라는 수렁에 빠져 있는 동시에, 강렬한 지적 성장과 사회적 창의성이 생성되는 곳이기도 하다.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유토피아적 시각에서, 도시 공간은 사회적 결합을 촉진하여 창의성을 자극하고, 인간 정신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체계적인 계획과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는 경제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하게 <보파나이스(Roland Bouffanais)> 등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신 호에서 <호모 버티컬리스(Homo verticalis)>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의 대도시는 고층 건물들로 채워져 있으며, 새로운 고층 건물들이 계속 세워지고 있다. 고층 건물은 인간의 도시집중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고, 운송수단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에 적합한 형태이기도 하다. 고층 건물로 이루어진 수직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3차원으로 구성된 도시를 상하 그리고 횡적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일상적인 이동을 위해 승강기를 이용하거나,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통하여 이동한다. 이러한 수직 이동 패턴은 인간의 삶을 규정할 것이며, 이런 면에서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버티컬리스>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호모 버티컬리스>는 수직 도시의 본 모습을 자유롭고 편하게 바라보며 돌아다닐 수 있을까? <보파나이스>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는 뚜렷한 상업적 동기에 따라 고객의 배회를 제한하는 전략적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시인인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도시를 배회하면서 광활한 공간을 탐색하는 동안 완전한 자유를 즐기는 <플라뇌르(flaneur)>를 묘사하였다. 이런 면에서 <호모 버티컬리스>는 진정한 <플라뇌르>가 될 수 없으며, 정해진 경로와 정해진 운명의 기계적 삶을 영위할 것이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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