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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의 숲, 국법체계 일대정비를 위한 프롤로그
법령의 숲, 국법체계 일대정비를 위한 프롤로그
  • 이경선 서강대/입법학 · 법정책학
  • 승인 2019.02.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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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기행]

우리 사회가 그동안 생산하고 축적 시켜 놓은 공동체 약속의 결과물들, 즉 국법체계, 법령체계를 커다란 하나의 ‘숲’이라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커다란 숲으로 상정한 국법체계 전체의 형성 양상과 분화 구조를 전지적 관점에서 관측하는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국법체계 총체, 내지는 국법체계 총체를 조망하면서 입법작용을 논하는 일체의 접근법과 분석틀을 ‘법령의 숲’(‘Forest of Laws’ Theory)이라 칭할 수 있겠다.

법령의 숲을 전지적으로 내려다보는 조망력을 갖추게 되면, 현재 우리사회가 신봉하는 규범, 약속, 사회적 가치 등이 우선순위나 중요도 등 가치 서열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축된 것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입법자의 개인 관심, 정치세력의 유불리, 언론의 호들갑, 사회적 논란, 대중인기영합 필요성 등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형성돼 왔음을 간파하게 된다.

사실 국법체계가 이렇게 중구난방 어수선하게 형성돼온 것도 우리 한국사회의 부정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원칙 없이 대충대충 수요에 따라 법제를 덧붙여가는 패턴을 반복해 갈 것인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현재까지 누적되어온 국법체계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규범과 약속의 총량을 헤아리고, 어느 부분이 미흡한지, 어느 영역이 과도하게 생성돼 있는지 가늠하면서, 좀 더 촘촘하고, 가치있는 규범으로 살을 붙여나가는 ‘법령의 숲’이 되어야 한다. 좀 더 합목적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시대정신이나 사회적 가치의 시급성과 중요도를 판단하는 입법의 우열을 논하는 사회적 지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국법체계의 복잡성과 난해성을 해소해 나가는 한편, 시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때 정비되지 못한 낡은 법률들과 과잉 법률, 잉여 법률, 관익과 사익이 깃든 법률들을 과감하게 폐기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대대적인 국법체계 일대정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추후 헌법 개정이 이뤄지면 그 직후가 일대정비의 최적기라 사료된다.

국법체계의 재편, 국법체계의 일대정비라는 과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 전체를 통찰해야 한다. 1천435개의 법률만 놓고 보더라도, 바로 이 법률들이 어떤 구조로 분화돼 있는지, 어떤 법률적 특성을 가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헌법 규범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법률로 구체화 되고 있는지 실태 파악도 필요하다.

헌법과 법률 간의 연계 구조 파악, 법률 모델 분류화, 법 분화 체계 파악 작업 등을 기반으로 하는 법령의 숲 이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의 실익을 준다. 국법체계의 총체를 좀 더 전지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간파할 수 있다면, 입법의 홍수, 입법만능주의 문제를 비롯해 무분별한 입법표절이나 입법증식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좀 더 지혜로운 대처가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법률지식 서비스 내지 입법 서비스의 인공지능화 활용’, ‘국법체계의 시각화 구현’, ‘입법(영향)평가 기준 고도화’, ‘부처 칸막이 해소 및 부처 간 업무협력 촉진 등 다부처소관법률과 융합법률 설계 활성화’, ‘입법 과정에 있어서 상임위주의를 초월한 입법 우선순위에 대한 정무적 판단 기능 도입’ 등에도 도움을 준다.

새로운 100년을 도모하기 위해, 매트릭스처럼 얽혀있는 대한민국의 국법체계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할 때다.
 

 

이경선 서강대/입법학 · 법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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