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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진 지식인…정부 언론에 끌려다녀
뒷짐진 지식인…정부 언론에 끌려다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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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회, 국가현안에 제목소리 못낸다

교수 및 지식인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북핵문제 해결, 경제모델 구상, 노조파업, 새만금, 청계천 등 국가정책과 사회현안에 교수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자성과 비판이 일고 있다.

요즘 상황을 보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려는 세력이 실종된 듯하다. 당파싸움으로 행정부와 국회는 발이 묶이고, 몇몇 언론은 편파보도를 일삼으며, 시민사회 또한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장기적인 정책은 전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우려섞인 출발선에 선 상태며, 조흥은행 사태, 철도파업, 스크린쿼터 논란 속에서도 진정성보다 집단 목소리가 앞서 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이와 관련된 교수들의 활동은 지극히 혼란스럽다. 책임감 있는 비판과 대안제시는 없고 편협한 반대와 찬성의 형식주의적 사회참여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한편에서 국가현안과 관련된 세미나들은 줄을 잇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이나 대안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어 실질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교수들의 무기력함에 대해 내부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먼저 요즘 같은 상황에선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학)는 "예전에는 진보학계에서 그런 일을 했는데, 요즘은 진보든 보수든 지리멸렬한 편"이라는 걸 인정하며 "연구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식인들이 국가현안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과거보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이견이 많아졌다. 한 목소리를 내는 시절은 지난 것 같다"라며 다양한 목소리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교수들이 언론, 시민운동단체, 정부자문기관 등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논란이 그치질 않는다.

반면에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사석에서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보자고 얘기를 하고 나 같은 경우 제안을 해보고 받은 적도 있지만, 결국 눈치를 보게 된다"라고 털어놓는다. 학술단체협의회의 김정인 정책기획위원장도 "요즘 시간강사, 학문정책 문제에 주력하다보니 정부정책, 사회현안에 다소 소홀했다"라고 지식인 목소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학회 차원에서의 대응도 지지부진하다. 한국산업사회연구회 등 비교적 덩치가 큰 학회는 "성격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특정 사안에 집중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역사문제연구소가 진행하는 토론회 등 지식인 스터디그룹도 "정해진 대로 움직이다보니 사회현안에 즉각 대응하기 힘들고, 별로 매력을 느끼지도 못한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한국사회의 시계는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단적인 예가 청계천 복구사업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는 "청계천 사업은 지표조사, 환경조사가 전부 요식적으로 이뤄졌다. 앞으로 문화재 보호 등에서 시민단체 등과 부딪힐 경우 사업이 파행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학계의 대안제시를 주문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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