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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 해외 소재 사료 수집, 체계화하자
제언 : 해외 소재 사료 수집, 체계화하자
  • 김현영 박사
  • 승인 2003.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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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계획 마련해야

최근 해외에서 중요한 한국사, 문학 관련 자료들이 발굴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발굴이 굉장히 우연찮게 이뤄지고 있어 해외에 있는 우리 사료의 체계적 발굴이 시급하다는 걸 일깨운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해 사료수집을 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편집자주]

김현영 /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필자는 조선시대 사회사를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일본 오사카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일본 지역의 한국사 관련 사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게 됐다. 필자가 체재했던 일본 간사이 지역은 재일동포가 특별히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곳 재일동포의 역사는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재일조선 활동사료 수집 급선무
하루는 대학의 연구 모임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대학 사학과 앞에는 각 박물관,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의 포스터가 많이 붙어 있었다. 그 중 한 포스터에 눈길이 가게 됐는데 오사카 남쪽의 와카야마 현립 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포스터였다. 포스터의 배경으로 사용한 그림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딘가 일본의 그림과는 다른, 필자의 눈에 익숙한 그림이었다.

그림에 그려진 산과 나무 등은 일본 화가의 그림이 아닌 조선 화가의 그림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그림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조선의 성을 공격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의 제목은 없었지만 명명하자면 '壬辰倭亂 守城圖'쯤이 될 것 같다. 이미 전시회 기간이 끝나 있어서 그 박물관의 담당자에게 부탁해 특별 열람을 했다.

 

와카야마 현립 박물관에 있는 '임진왜란 수성도'(가칭).

그 박물관에는 그 그림 이외에도 임진왜란 당시 와카야마에 포로로 잡혀와 살았던 조선 유학자에 관련된 사료도 다수 남아 있었다.
또 다른 경험 하나.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한창일 때 재일 동포 관련 단체나 일본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강연이나 토론회를 할 기회가 많았다. 그 중 오사카 북부의 한 조그만 시의 모임에서는 그 지역 역사 유적 답사와 토론회를 열었다. 오사카 북부 지역은 2차 대전 중에 군수공장이 있던 곳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자의든 타의든 그곳의 군수 공장의 노동자나 신도시 건설, 도로, 철도, 저수지 건설의 노동자로 많이 동원됐다. 그 유적 답사의 안내자는 현직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그 당시에는 사료 조사를 위해 휴직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근대 이후 일본의 모든 신문이나 잡지의 마이크로 필름에서 재일한국조선인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수집했다. 그가 안내한 오사카 북부의 여러 지역은 재일한국인에 의해 건설된 역사의 현장이었는데, 그러한 곳에 대한 각종 자료를 그는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를 발췌해 소개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작업을 그가 해줘서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었다.

국편의 수집사업이 기틀로 자리 잡아야
위의 두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는 한국 관련 사료가 산재해 있다. 근대 이전의 사료는 단편적이고 산발적인 형태로 일본이나 중국 등에 많이 소재해 있겠고, 한반도가 세계 질서 속에 편입된 근대 이후의 사료는 집중적이고 다량의 형태로 일본, 미국, 중국, 소련 등 세계 각지에 소재하고 있다. 일본에만 하더라도 외교사료관, 국회도서관, 방위청도서관, 국립공문서관 등에는 다량의 한국 관련 사료가 소장돼 있다. 이런 사료들을 국가에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집 정리해 역사 연구자와 일반인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2년 전부터 '해외소재 한국사 자료 수집·이전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그 동안 역사학계가 단편적, 산발적으로 해온 해외사료 수집, 정리 사업을 체계화시키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는데, (1)한국사 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해외의 주요 문서보관소·연구소·도서관·개인의 자료 소장 현황을 조사하고 (2)이를 토대로 해외의 사료를 수집해 (3)해당 사료, 문서군, 문서철 등을 국가·기관·지역·주제·시기별로 해제, 정리하고 (4)상세한 내용 해설과 가치 평가를 통해 학계에 사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의 활성화를 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사업은 1차적으로 2001년 이후 5개년간의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5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확대, 발전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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