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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박사의 고군분투기
호주 박사의 고군분투기
  • 강혜정 박사/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 승인 2019.01.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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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강혜정 박사/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와 육아의 병행으로 정신없는 날이 계속되던 중, 문득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왜 연구자가 되었나?’ 학습능력이 우수하지도, 연구자로서 큰 포부를 지녔던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연구에 대한 재미였다. 첫 대학원 생활을 시작해 논문 주제를 선택할 때 정보화는 생소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실제 연구 과정은 재미있었다.

‘Why’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 제기했고, 이에 대한 논리를 하나씩 정리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뿌듯했다. 호주를 방문했을 때 실감했던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된 정보화, 그리고 정보화에 대한 인식은 연구에 대한 재미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돼 결국 호주에서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박사과정 동안에는 여러 국적의 동료들과 ICT, 전자정부,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나눴고, 2013년 3월 호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외박사라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대견함과 함께 한국에 돌아가면 꽃길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해외에서 박사까지 했으면서 이것밖에 안되냐’ 혹은 ‘왜 들어왔냐’는 식의 질타는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호주의 박사 지도교수님께 의지해 볼까 생각해봤지만, 지병으로 이미 퇴직하셔서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막막했다.

그러던 중 전자정부 전문가 포럼에서 동년배인 송효진 박사님을 만났다. 송효진 박사님은 서울시립대에서 대학원 과정을 일찍 졸업하고, 전자정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여성 연구자다. 박사님의 소개로 신진학자들의 모임을 알게 됐고, 전공 관련 연구회에도 참석해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 관심사가 비슷한 연구자 간의 끊임없는 논의과정은 연구에 대한 재미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공동으로 논문을 발간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무엇보다 여러 박사님들이 학문후속세대 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던 터라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 지원사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의 선행경험을 통해 ‘나도 독립적으로 나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겠구나’하고 자신감을 얻고, 박사후국내연수 과정을 지원했다. 

다문화 가정이 당면한 정보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다문화 사회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의 조화로운 사회구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계획을 수립해 2년간 지원을 받게 됐다. 덕분에 연구에 대한 재미와 의욕이 한층 강화했으며,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박사후국내연수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다문화 가정의 정보격차’ 이슈에 대해 심층적인 문제의식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있다. 더불어 정보격차, 정보화를 활발하게 연구하는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열정, 훌륭한 연구결과 등을 보며 자극받고 의욕도 강해졌다. 좋은 연구주제를 발견하고, 관련 연구자들을 만나 논의하고,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공부하며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자로서의 성취감과 뿌듯함도 느끼고 있다. 물론 계약직, 비전임이 지니는 고용·연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고학력자들의 높은 취업경쟁 등과 같은 냉혹한 현실 앞에 힘 빠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그럼에도 가족, 친구, 동료 등의 끊임없는 지지와 격려는 쉽지 않은 이 길을 묵묵히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한 가지를 제안하고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 사업에서 (인건비 외) 학술연구비 비목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주제에 따라 필드 조사를 필요로 하는데, 학술연구비의 부재는 연구수행을 어렵게 만들며, 결국 연구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사후국내연수 사업에도 학술연구비가 지원되길 희망한다.

 

강혜정 박사/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호주 캔버라대에서 한-호간 전자민주주의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에서 박사 후 연수연구원으로 정보화 시대 다문화 가정의 정보격차 해소 방안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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