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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왜 대학등록금을 받지 않는가?
독일은 왜 대학등록금을 받지 않는가?
  • 김상무 한독교육학회 회장
  • 승인 2019.01.2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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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고등교육 ⑪ 독일의 대학 등록금

전국 각 대학 등록금 수납의 시기가 다가왔다. 현행 고등교육법에서는 등록금 인상률 산정 시 직전 3개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2019년 등록금 법정 인상한도를 2.25%로 결정했다. 원칙적으로 각 대학은 법정 인상한도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시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에서의 제한, 국가장학금 II유형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재정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지방 사립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대학등록금이 없다. 1960년대까지 등록금을 받았던 독일은 1970년 이후 등록금을 받지 않고 있다. 독일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균등한 생활과 노동조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누구나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1950년 약 12만 명에 지나지 않았던 대학생 수는 1989년 약 150만 명으로 약 1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비해 대다수가 주립인 독일 대학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충분치 못한데다가, 독일 통일 이후 동독지역 투자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이전보다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교수 부족, 강의실과 기자재 부족 및 낙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중의 하나로 등록금을 받자는 논의가 전개되었다. 대학생들이 반대하고 정치권에서도 쉽게 합의하지 못하고 격론을 벌이면서 등록금 징수가 여의치 않자, 대안으로 여러 주에서 장기등록학생, 고령학생, 타 주 출신학생 등으로부터 500유로 정도의 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충분치 못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각 주 정부로서는, 그 중에서도 보수정당이 집권하고 있던 주들이 전면적인 등록금 수납을 주장했다. 1999년, 이에 반대하던 당시 사민당-녹색당 연정의 연방정부는 적어도 첫 번째 학위과정에서는 등록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대학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보수정당이 집권하던 주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2005년 헌법재판소는 대학기본법에서 등록금 수납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등록금을 받더라도 그 액수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제한을 두었다. 이후 여러 주에서 대학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 주정부의 권력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대학 등록금 폐지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이후 전체 16개 연방주 중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비유럽연합 국가 출신 학생들에게 1500유로의 등록금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록금은 폐지되었다. 일부 주에서 장기등록 학생들에 대해 400-500유로의 등록금을 받고 있고, 4개주를 제외하고는 학기 당 50유로 정도의 행정처리 비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등록금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 등록금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대학교육 이수자들이 취업이나 보수 등에서 혜택을 보고 있으므로 무엇보다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서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국가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며, 이를 대학교육의 질을 개선하는데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등록금을 받는다고 해서 대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지 않으며, 등록금수납은 장기 등록 학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고 보다 목적 지향적으로 대학교육을 이수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등록금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자신의 경제상황이나 사회적 출신에 관계없이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인권이며, 유엔의 경제ㆍ사회ㆍ문화권리협약에 가입한 독일의 의무준수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호주와 오스트리아 사례를 보면 등록금을 받게 되면서 대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등록금 수입이 반드시 대학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그리고 등록금 수입을 근거로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 축소를 정당화하고,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등록금 부담까지 생기면 대학 재학기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반대한다.

이런 논쟁은 결국 대학교육의 성격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인식과 결부되어 있다. 점점 더 디지털화하는 지능정보사회에서 대학교육은 모든 사람들의 기본권인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사적 재화인가에 대한 사회적 판단에 따라 독일대학의 등록금은 계속 폐지될 수도 새로이 도입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상무 한독교육학회 회장/동국대(경주)·교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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