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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꿈을 향한 디딤돌을 놓아주는 사람”
“스승, 꿈을 향한 디딤돌을 놓아주는 사람”
  • 박경호 중앙대 연구교수 
  • 승인 2019.01.2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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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박경호 중앙대 연구교수 

필자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유년 시절부터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고 그분들로 인해 깊이 있게 성장할 기회를 얻으며 현재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삶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스승을 꼽는다면 30여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과 대학 지도교수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지금도 1년에 한두 번씩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유년시절 감성과 마음의 양식에 긍정적인 씨앗을 뿌려주신 분이다. 학부시절부터 박사과정을 거쳐 지금까지도 학문적·인성적 길잡이가 되어 주고 계신 지도교수님은 10여년 이상 제자의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보내주는 분이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은사님이 필자에게 많은 영향을 줬고 ‘그분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내가 있었을까?’라고 반문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스승을 만나며 성장해 왔다.

필자는 좋은 스승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 왔기에 그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도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취업난이 심화되고 청년실업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점점 꿈을 잃고 살아가는 제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는 최대의 고민이다. 연일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청년실업의 실상은 대학의 현장에 있는 우리가 보기에 더욱 심각하다. 분명 많은 대학생이, 또 우리의 제자들이 꿈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혹자는 대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현실은 향후 우리나라의 사회적 전문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문하고 싶다. 과연 우리는 제자들이 다양한 꿈을 꾸고 자신의 전공을 살리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많은 대학이 대학평가의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신입생 충원율’을 채우기 위해 대학의 사활을 걸고 노력하지만 정작 입학 이후 그들이 어떤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가? 대학 본부가 중심이 돼 행정적으로 취업 전담 부서를 만들고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 제도적인 노력 이외에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기관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필자는 분명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학은 분명 학문을 탐구하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학술적 기관이다. 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진로를 고민하며 꿈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을 방관해도 되는가?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학평가를 위해서가 아닌, 취업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우리의 제자들이 자신의 꿈이 무엇이며 그것을 이루어 가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치고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인도해 주는 것은 우리 또한 우리의 스승에게 받은 혜택이며 우리의 제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학자로서의 책임이고 의무다. 

스승은 제자가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디딤돌을 놓아주는 사람이다. 특히 전공 분야 종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교수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학생들은 스스로 꿈을 찾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수동적인 시스템에 익숙해져 왔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도와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에게 교수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연구실의 문턱이 높아서가 아니라 스승이라는 존재는 그 존경심만큼 여전히 조심스러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다가가야 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도 우리의 제자들이 꿈을 찾지 못해 졸업 이후에도 전공과 무관한 시급 아르바이트의 현장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필자는 오늘도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에 빨간펜을 불사른다. 그것이 나의 존경하는 스승님들이 나의 제자들에게 전해주라고 빌려준 마음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박경호 중앙대 연구교수 
충북대에서 한국축구사와 관련된 주제로 박사학위를 마쳤다. 이후 제주대학교 학술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박사 후 전임연구원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스포츠 사회문화사와 정책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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