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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이고,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이고 
  •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 승인 2019.01.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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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신년구상을 하는데 “네가 나고, 나는 곧 너다”라는 말이 맴돈다. 예전에는 갸우뚱했는데 나이 들면서 체감이 되는 말 중 하나다. 가르치는 일이 직업임에도 워낙 깨달음이 늦은 탓에 40대가 되어서야 이 말이 머리로 이해되더니, 50줄에 들어서 조금씩 가슴으로 느껴진다. 소싯적 삶의 이유에 대해 인생 선배들 말씀을 귀동냥하던 시절 두루 접한 인과응보, 업보, 카르마, 자업자득, 심은 대로 거둔다. 네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이웃에게 행하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등과 뿌리가 같은 말이다. 결국 내게서 나간 것은 내게로 되돌아오기 마련인데, 실행이 쉽지 않다. 

가시적인 것을 우선으로 살다보니, 이 말은 정신적·도덕적인 측면보다는 일상에서 먼저 다가왔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생태파괴가 한 예다. 내가 무심코 사용한 플라스틱 빨대와 포장재는 돌고 돌아 해산물 속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내 몸속으로 돌아왔다. 내가 망친 다른 생명체는 결국 나를 파괴한다. 적자생존 사회에서 ‘황금돼지’의 욕망을 성공, 출세, 복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한 물질만능주의는 농약과 항생제로 범벅이 된 동식물 먹거리가 되어 내 체내에 쌓인다. 편리와 효율성을 위해 내가 사용한 전력과 자가용은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의 원흉이 되어 내 삶과 터전을 황폐화시킨다. 생각해보니, 올해로 15년째 탔는데 불필요한 산업폐기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배기가스량이 아직 괜찮기에 타는 차를 이제 폐기해야할 듯하다.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비가시적인 면에서도 네가 곧 나다. 교육에서도 그렇다. 지식이 곧 권력인 사회에서 지식인 교수의 온갖 유형의 권력행사의 결과는 고스란히 모든 교수들에게 무거운 과제로 되돌아오고 있다. 부당한 학점과 장학금 배분부터 학생 노동력 착취, 연구비 오용과 횡령, 교수와 각종 부수적 직위를 통한 교묘한 직권남용, 내로남불식 자기이익 챙기기까지 갖가지 갑질로 인해 한때 ‘사부일체’였던 교수는 이제 자업자득으로 불신, 반감, 경멸. 욕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소한의 존중 때문이 아니라 보복을 의식해 학생들이 아직 대놓고 행동하지 않을지라도 학생들의 집합처, 인터넷 갤러리나 댓글들에서 쉽사리 차후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다. 

교수에 대한 사회적 적개심의 수준이 한국 사회의 유구한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혐오감과 맞먹고 있다. 오랫동안 곪아온 것이 터진 터라, 이제라도 표면화된 것은 미래를 위해 희망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여전히 권위행사라는 오랜 문화에 익숙한 우리 교수들이 시대적·사회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하며 학생들의 살과 함께 자기 살도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교수 초년시절 소소한 연구실 일을 도운 학생에게 수고비를 지불했다가, 학생이 소문을 내는 바람에 무보수 학생노동이 당연시되는 대학사회에서 이런 일이 ‘인기 끌기 작전’으로 간주됨을 뒤늦게야 알았었다. 대신 밥 사주면 족하다는데 이제는 이도 저도 청탁금지법에 묶이게 됐지만,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이웃에게 행하기란 체제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적 신분과 계층, 성별, 지역, 문화적 차이에 대한 톨레랑스보다는 차별주의와 혐오가 국내외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현실에서 인간의 역사적 과오로부터 배운 지식과 교훈을 전달하는 교수로서 과연 스스로 과오 덩어리가 아닌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학생들의 신뢰를 아주 잃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나도 원하지 않는 경험을 학생들이 나로 인해 겪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의 남은 날수를 계수하며 사는 지혜를 구해야겠다. 그리고 다른 이의 호흡을 내게, 내 호흡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바람이 잎새에 일 때마다 네가 곧 나이고, 내가 너임을 일깨워줌에 감사해야겠다.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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