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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도시화는 ‘냉전·분단도시화’로 규정할 수 있다”
“남북한의 도시화는 ‘냉전·분단도시화’로 규정할 수 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1.21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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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차 아산서평모임이 읽은 책_ 『냉전, 분단 그리고 도시화』(장세훈 지음, 알트, 2017)

 

 

“햇볕 없이 살아갈 수 없듯이, 냉전과 분단의 영향을 떼어놓고는 현대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그간의 사회과학 연구는 냉전과 분단, 그리고 남북한 관계를 밑그림으로 삼아 실제 사회 현실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서구의 논의를 한국 사회에 덮어씌우는 데 더 매달리곤 했던 게 사실이다.” - 머리글 ‘냉전과 분단, 한반도 도시화의 밑그림’에서 발췌

지난 16일 열린 24차 아산서평모임은 장세훈 동아대 교수(사회학과)의 『냉전, 분단 그리고 도시화』를 주제도서로 삼았다. 그는 냉전과 분단 속에서 지난 세기 중반 이후 남북한 도시화 과정과 도시경관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1부는 정수복 사회학자가 사회를 맡아 장세훈 교수가 발제하고, 김백영 광운대 교수(사회학과)와 안창모 경기대 교수(건축학과)가 비평하는 순서였다. 이어 2부에서는 모임 참여자들 모두가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이 마련됐다.

저자 장세훈 동아대 교수(사회학과).
저자 장세훈 동아대 교수(사회학과).

한국적 도시화 이론에 대한 고민이 낳은 책

장 교수는 “한국의 도시화 이론을 고민하던 중 생각해낸 것이 바로 냉전과 분단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서구 이론을 넘은 한국적 이론에 대한 그의 고민이 낳은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도시화 비교라는 큰 틀을 보기 위해 한반도 전체를 함께 조망하는 냉전, 분단, 도시화적인 시각으로 도시화를 바라봤다. 도시하면 떠오르는 단편적 이미지인 공장, 야경 등은 공간환경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이에 그는 도시의 문제를 사회적 관점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로 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끝으로 도시화를 둘러싼 구조와 행위의 관계들에서 냉전·분단이라는 구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를 조명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가 크게 주목한 키워드는 ‘냉전 도시화’와 ‘분단 도시화’다. 냉전 도시화를 살펴보면, 미소의 체제 대결 속에서 지하벙커나 대피 시설 등 전쟁 경관이 탄생한다. 냉전이 심화하며 홍보용·대외 과시용 대형 건축물들이 축조됐고, 경관은 획일화됐다. 

분단 도시화는 냉전 도시화를 극화된 상태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내에 군부대가 자리하는 등의 전쟁·요새·병영도시 양상이 나타났고, 김일성 광장이나 5.16 광장처럼 보여주기식 도시화를 통해 도시경관이 동형화됐다. 남북은 체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국가 주도적 도시화를 했고 이는 미소보다 극대화된 모습을 나타낸다.

24회 아산서평모임의 참석자들이 저자의 발제를 듣고있다.
24회 아산서평모임의 참석자들이 저자의 발제를 듣고있다.

연구 부족의 한계 등 아쉬움 남아

김백영 교수는 “남북한의 도시화를 ‘분단·냉전’ 개념으로 하나의 해석 틀 속에서 버무려 낸 쉽지 않은 도전적 시도다”고 이 책의 미덕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 책의 5가지 학문적 기여에 주목했다. △북한 도시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한국전쟁이 남북한 도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 △발전주의 국가의 강압적 도시화 △남한의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냉전도시화의 특성 △몇 가지 새로운 이론적 문제제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냉전 도시화와 분단 도시화라는 개념이 충분히 구체적 이론화나 경험적 논의로 뒷받침되지 못한 채 단지 시론적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을 한계점으로 꼽았다. 도시 연구서임에도 지도나 도면 자료가 하나도 제시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공간적 분석의 결여는 시간 변수에 대한 고려 부족과도 연결된다. 이에 “도시사회의 질적 내용에 대한 풍부한 논의가 담겨질 때 입체적 이론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안창모 교수는 “다른 분야에서 같은 주제를 고민하는 분의 연구를 접하는 것이 공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 깊게 읽었다”고 운을 띄었다.

우선 그는 “책의 앞부분에서는 남북 묘사에 편향성이 보이는데 이는 8장의 문제의식과 차이를 보인다”며 “이것이 글을 서술하는 시간상 차이인지, 아니면 생각의 변화에서 기인한 차이인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안 교수는 평양이 대외전시용 도시인지에 대해서도 반문했다. 그는 “평양은 대외선전의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북의 모든 도시가 따라가야 할 모델도시였다”고 지적했다. “해방 전 건물이 남아있다는 것이 식민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도 이야기했다. 식민도시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진단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노력했는지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토론자가 지적한 연구의 한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연구가 부족한 한국 도시사회학계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분명하다.

글 박소영 기자 zntusthsu@kyosu.net / 사진 장우진 기자 wjchang39@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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