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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뷰] 극단적 이념을 경계한 열린 민족주의 사상가, 민세
[신간리뷰] 극단적 이념을 경계한 열린 민족주의 사상가, 민세
  • 윤대식 한국외대·미네르바교양대학
  • 승인 2019.01.21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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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_ 『안재홍 평전: 순정우익의 나라를 위해서』 (정윤재 지음, 민음사, 2018.12)

드디어 완성됐다, 안재홍 평전이! 한국 근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서사구조를 보여주는 중도적 정치리더들의 발자취 중 완전한 이론체계와 시종일관 지사적(志士的) 실천을 보여준 민세 안재홍(民世 安在鴻, 1891-1965)에 대해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정윤재 교수가 30년의 긴 여정 끝에 이정표로서의 위상을 지닐 만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근현대 한국 정치리더들에 대해 평생을 바친 저자의 열정과 지성적 고투에 존경을 표한다.

저자는 본 『평전』을 기존 『다사리 공동체를 향하여』(2002)의 개정 신판이라고 겸손히 소개하지만, 『평전』의 완성이라는 것이 해당 인물의 정신과 활동 모든 면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일체화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본 『평전』은 인간 안재홍에서 정치리더 안재홍, 나아가 세계인 안재홍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가능한 새로운 완성임이 분명하다.
본 『평전』은 안재홍의 정신적 각성을 가져온 고향 평택의 청년기로부터 대한민국의 완성을 위해 평화통일을 지향했던 지사적 리더 시기 그리고 납북 이후 생을 마무리하는 때까지 전체 9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기존 안재홍 연구의 주요 관심대상이었던 식민지 시기 좌우합작을 중심으로 한 비타협적 투쟁보다 해방 이후 통일건국을 목표로 했던 안재홍의 정치적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세 안재홍: 미군정청 민정장관실에서.      사진제공=국가기록원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저자가 안재홍의 건국사업을 ‘순정우익’의 논리와 노선으로 규정하고, 안재홍이 민족주의자의 입장에서 이념투쟁의 극단성을 배제하고 민족진영을 주체로 한 좌우합작 그리고 통일된 민족국가 건설이라는 최종목표로 총역량을 이끌어내려고 했음을 분석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안재홍이 미군정 이후 순정우익의 정치적 입지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던 과정에서 시국대책요강과 행정태세강화안을 결의·발표했던 사실을 통해 그의 ‘순정우익론’이 건국의 청사진이 될 진정한 민주주의론이자 노선이었음을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출범한 제1공화국이 최초의 민주공화주의 혁명으로 불릴 만한 1919년 3월의 기미독립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안재홍이 새 정부가 민주주의, 경제발전, 남북통일이라는 당면과제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만 진정한 민주적 정부로 인정받게 될 것임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전적인 의존보다 국내 민족진영과의 협력을 강조했음을 지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군정 시절 민정장관직을 사임한 후 ‘촉루철학’으로 명명되는 관조의 삶으로 환원하지만, 관조하는 것만큼 활동적인 것이 없다는 카토의 정언처럼 안재홍이 다시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교육에 집중했고 곧 이은 전쟁으로 좌절되었지만 현실정치로 복귀했던 행동가였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납북 이후 안재홍의 삶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추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민족통일과 관련된 사업에만 참여했을 뿐 끝까지 공산주의 노선에 동조하지 않았던 진보적 민족주의자로서 안재홍의 시종일관한 지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민족 고유의 조선정치철학을 체계화한 선비로서, 순정우익 노선을 제기하여 민족 구성원 모두를 건강한 공동체로 끌어안고자 했던 사상가로서 안재홍의 진정한 의도를 북한에서 교조적으로 받아들여 자신들의 주체사상을 체계화하는데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한다.

해방 이후 현실 정치영역에서 좌우 양 진영을 포섭하려 했던 통합의 조정자로서 안재홍은 진영논리로부터 배척당하고 양 진영의 전쟁 선택과 분단고착이라는 현실구조로 인해 양쪽 모두에게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저자가 결론에서 지적하듯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치가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국가경영을 보여주지 못하고 북한은 전체주의적 독재국가로 남아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남북 모두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 『평전』은 아마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진행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무관심했고 소홀히 여긴 한 지성적 리더의 정신과 활동에 대해 뒤늦었지만 존중과 포용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 점에서 본 『평전』은 안재홍이 제시한 다사리의 의의를 재출발하게 하는 단서일 것이다. 

 

윤대식 한국외대·미네르바교양대학
한국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대 법가 철학과 조선왕조의 리더십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 『동아시아의 정치적 의무관에 대한 모색』 등이, 논문으로 「상앙의 법치주의에 내재한 정치적 의무」, 「맹자의 왕도주의에 내재한 정치적 의무의 기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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