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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고전 국역서 강세
동아시아 고전 국역서 강세
  • 표정훈 출판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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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올해의 우수도서’ 선정을 마치고

2018년도 한국대학출판협회 올해의 우수도서에는 136종 도서가 응모했다. 이 가운데 교재 부문 4종, 교양 부문 6종, 학술 부문 18종 등 모두 28종을 우수도서로 선정했다. 전년도 응모 도서들과 비교하면 수준이 대체로 높아졌다. 응모 도서들에 국한된 경향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고전 국역서의 약진이 눈길을 끌었다.

최우수 번역도서로 선정된 장세후(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의 『주희 시 역주』(전 5권, 영남대학교출판부)가 대표적이다. 『주희시 역주』는 『주문공집』 내집 10권, 별집과 외집 등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주희의 시 1500여 수가 모두 수록돼 있다. 장세후 박사의 주희 시 국역 작업은 2004년과 2005년에 이회문화사에서 두 권으로 출간된 바 있다. 이후 14년에 걸친 꾸준한 작업의 성과가 바로 『주희 시 역주』인 것이다. 가히 역작이자 노작이다.

학술 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의 『대학연의』(전 3권)도 역량 있는 여러 관련 연구자들이 번역하고 해설한 노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책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의 ‘국가리더십연구총서’ 가운데 하나로 출간되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고전의 현대적 의미를 구현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된 김비환 교수(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의 『개인적 자유에서 사회적 자유로』(성균관대학교출판부)는 ‘네이버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에서 강의한 내용을 대폭 심화, 보완한 결과로 나온 책이다. 근대 이후 자유주의 정치사상사의 흐름을 주요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자유’의 역사이자 자유의 논쟁사라고 할 수 있다. 학술적 깊이와 광범위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대중들과 소통하기에 충분한 책이라는 특장점을 지닌다.

한편 교재 분야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된 『노화의 심리학』(번역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기후변화와 미래사회』(계명대학교출판부), 『커뮤니티기반 지역사회발전론』(경남대학교출판부), 『창의적 사고와 코딩』(노스보스, 단국대학교) 등은 우리 사회 및 세계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를 다룬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대학 교재라고 하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주제와 내용이라는 선입견을 지니기 쉽다. 이번에 우수도서로 선정된 교재들은 그러한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시대의 과제에 발맞추어 시의적절한 대학 교육을 구현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보여줬다.

교양 부문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고전탐독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나온 『인정사정, 조선 군대 생활사』가 주목의 대상이다. 조선의 군사(軍事) 관련 학술 및 교양서는 드물지 않지만 ‘군대 생활사’라는 주제 의식과 관점에서 접근한 점이 신선했다. 아울러 ‘고전탐독’ 시리즈 자체의 기획력과 편집력도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줬다.

이번 응모작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획과 편집, 그리고 책의 만듦새 측면에서 우수한 도서들이 많았기에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대학출판부협회의 우수도서 선정 사업이 해를 거듭하면서 더욱더 많은 우수한 응모 도서들을 통하여 공신력과 권위를 더해갈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표정훈 출판평론가/칼럼니스트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특임교수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탐서주의자의 책』, 『철학을 켜다』, 역서로는 『중국의 자유 전통』, 『젠틀 메드니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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