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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대학,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2019년의 대학,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 · 영어영문학과
  • 승인 2019.01.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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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대학가는?

2010년대 마지막 해의 시점에서 대학의 변화를 묻는 마음은 솔직히 착잡하다. 대학도 사회변화에 대응하여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대학의 변화를 요구해온 목소리는 경제적이고 산업적인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서열화나 사학비리 등 대학의 병폐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또 다른 방향의 개혁요구가 교수 및 시민사회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대학의 변화나 대학개혁이라는 말도 그 ‘변화’와 ‘개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를 띠게 된다. 2019년의 대학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일차적으로는 교육부의 대학정책과 연동되어 있을 법하다. 작년 12월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교육부 예산 가운데 고등교육 부문은 10조 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5800억 가량 증액되었다. 이 가운데 대학에 변화를 초래할 신규 사업으로 눈에 띄는 것은 시간강사 처우개선비 288억과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을 위한 기획연구비 10억이다. 전자는 8월부터 시행되는 시간강사법을 정착시키기 위한 재정지원 예산이고 후자는 현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공영형 사립대 기획과 관련된 예산이다. 그러나 두 사업이 대학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턱없이 빈약하거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우선 시간강사 문제부터 보자. 2011년 처음 제정된 후 네 번의 유예라는 난산 끝에 올해 시행이 확정된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원신분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교수사회의 기존질서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강사를 고용하고 신분을 보장해야 할 대학들이 법 시행에 반발하고 있고, 재정부담을 이유로 시간강사를 강의전담이나 겸임교수 등 다른 유형의 비전임교원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만이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나, 최종 확정된 예산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시간강사법의 시행이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 사업의 운명은 더 기막히다. 대학의 공공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현 정부가 내세운 ‘공영형 사립대’ 설립은 사학 중심의 한국 대학의 편제를 국공립과 사립 비율 50대 50으로 조정하겠다는 체제개편의 목표 아래 추진되어 왔으나, 후퇴를 거듭한 끝에 전국 3-4개 대학의 시범사업으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이조차 관철되지 못하고 장기적인 준비를 위한 연구비 정도만 남았을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현 정부가 추진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고등교육부문의 이 두 사업이 이처럼 곤경에 빠져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늘 이유로 내세워지는 것이 예산부족이지만, 기실 예산문제는 분배방식과 결합되어 있다. 고등교육 예산편성에서 이 두 항목이 이렇게 푸대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의 전체적인 방향과 이 두 사업이 상충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보수 정권 내내 정부는 대학 간의 경쟁을 통한 도태방식, 즉 상위대학에 대한 집중지원과 하위대학에 대한 징벌적 조정의 방식을 취해 왔고, 이에 따라 재정악화를 우려한 대학들은 비정규직 교수 비율을 높여왔다. 현 정부도 과거정부의 조정정책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으며, 시간강사법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보호장치일 뿐 이 추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대학 구조조정 정책 방향과 상충하기로는 공영형 사립대 육성기획도 마찬가지다. 애초 공영형 사립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운영위기에 처할 지방 군소사립대 가운데 살릴 수 있는 대학들을 지원하여 지역에서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공영형 사학을 육성하려면 이들 군소사립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이들을 반공립으로 전환시키는 길 뿐이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 구조조정은 이들 하위권 대학들을 도태시키는 것이 주된 방향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예산 편성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10억의 연구비로만 남게 된 공영형 사학 기획은 현재의 구조조정 정책이 지속되는 한 무망하다. 그나마 아주 불씨가 꺼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연구비는 교육공약에 대한 체면치레용으로 보일 뿐이다.

사학비리 척결이나 폐교대학 처리방안 모색도 청와대 국정보고에 오를 정도로 올해 고등교육 문제의 주요사안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두 사안도 마찬가지다. 현행 구조조정 정책이 사학문제를 더 증폭시키고 대학들을 대거 폐교로 몰아놓을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대책들 또한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대개 사학문제는 대학평가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군소사립대에서 빈발하는데 이들은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재정적 핍박을 받을 것이며 이에 따라 편법운영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또 폐교의 위험도 하위권 대학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들을 공영화하여 살릴 기획 자체가 좌초한 마당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책다운 대책은 따로 있기 어렵다.

강사문제든 사학공영화든 사학비리든 폐교대학 문제든 이 모든 현안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근원에는 목하 진행 중인 대학구조조정이 있다, 단순한 축소를 넘어 실다운 개혁이 이루어지려면, 마땅히 대학의 오랜 구조적 병폐들을 개혁하는 방향으로, 즉 극도로 악화된 서열구조를 개선하고 사학 중심의 고등교육을 공영화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전환을 추구해야 했다. 그러나 촛불혁명을 통해 창출된 현 정부의 초기 대학정책은 이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고 이제 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나갔다는 비관도 나오고 있다. 대학간의 경쟁을 통한 조정이 지속되는 한 상위권 대학과 하위권 대학의 명암은 더욱 짙어지고, 아울러 이같은 대학 서열의 강화는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더욱 고착시키고 재생산하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실로 본다면 이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2019년이 새로운 전기를 이룩할 원년이 될 전망은 매우 좁아 보인다. 그러나 그 문이 아주 닫힌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대학 구조조정의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출구가 될 것이다. 현재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사업은 진행할 수밖에 없되 올해는 2021년부터 시작될 제3주기 대학구조조정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하는 시기다. 대학이 몰락했다는 언설이 넘치고 정부의 대학정책도 혼란스러운 이 위기상황은 역설적이게도 어떤 변화의 단초들이 대학 안팎에서 돌출하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변화는 어디에서 올 것인가? 대학의 변화가 결국 사회의 기득권질서에 대한 혁파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면, 대학의 안과 밖에서 두 가지의 계기를 짚어볼 수 있다. 바깥으로는 기득권질서와 결탁되어 있던 분단체제의 해소다. 남북관계의 발전은 분단체제에 기생해온 남한 기득권집단의 성체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고 대학에도 그럴 것이다. 안으로는 대학 내부에서 그동안 과소대변되어온 주변의 목소리들, 가령 학생과 강사 등 교수 이외의 대학주체들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다. 2019년의 대학은 이같은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혼란을 겪을 것이지만, 이 외부적 환경의 변화와 내부적 주체의 목소리들에 대학이 그리고 교수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대학의 미래를 가늠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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