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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패러다임의 변화
연구 패러다임의 변화
  • 최정열 성균관대 의학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9.01.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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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최정열 성균관대 의학연구소 연구교수

필자의 연구 분야에서 논문을 읽을 때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 중 하나가 ‘understand’이다. 왜 under와 stand가 결합하면 ‘이해하다’라는 말이 되는지 궁금해져 그 어원에 대해 찾아봤다. 사전적인 의미로 ‘under + stand’를 그대로 해석하면 ‘밑에 서다’인데 under는 between과 같은 의미가 있어 ‘중립적인 위치에서 바라보다’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단어는 무엇인가를 이해하려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만 같다. 어떤 일에 푹 젖어 있다 보면 당연히 알아야 할 작은 것을 놓치기도 하고, 때론 자기 자신의 연구결과만 주장하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자신의 시각에 사로잡혀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understand’라는 말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암 연구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패러다임이 계속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70년대에는 넛슨(Knudson) 등에 의해 암 억제자(tumor suppressor)라는 유전자의 역할이 부각됐다. 암 원인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우연에 의해 암이 발생한다는 학설에 무게를 둔 연구결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필자가 연구했던 비타민 A의 암 예방 분야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암 억제 유전자를 연구한 논문이 많이 출판됐으나 최근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런 일련의 연구 추세로 봤을 때, “우리가 진짜 암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처음 암 연구를 시작했던 90년대 연구논문들은 이해하기 쉬웠는데 요즘 셀-네이처-사이언스(이하 CNS)에 실리는 논문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결론을 이끄는 과정이 소위 말하는 빅데이터(big data)를 사용하기 때문에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다. 결론은 단 한 줄인데도 말이다. 포닥 과정 중 멘토였던 미네소타대(U. of MN)의 로 교수(Dr. Loh)는 진통제 연구 분야의 대가인데 그와 연구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간단함’이다. 그는 복잡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도 주니어 연구자들이 복잡한 기술을 사용해 화려한 결과를 만들어 좋은 논문을 내고자 하는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풀지 못했던 중독(addiction) 현상, 특히 아데닐산고리화효소(adenylate cyclase)의 과활성화(superactivtion) 현상에 대해 많은 논문이 발표되지만, 각각 연구방법만 달리할 뿐 아직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잔뜩 현란한 데이터만 제시하고 있다고 그는 자주 말했다. (물론 연구 분야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CNS에 실리는 논문들로 인해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처럼 언론에서 추켜세우던 시대가 있었고 요즘도 가끔 이런 기사를 접한다. 밑에 서서 바라보면 ‘암은 어쩌면 간단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암이 어려운 것은 밑에 서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복잡한 기법과 가설 데이터를 만들지 않고, 간단하게 찾고 또 찾으며 re-search(연구)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연구 설계가 비교적 간단한 소규모의 연구 지원도 중요하다. 연구비 규모가 적어서 좋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거대 사업 못지않게 암뿐만 아니라 세계가 안고 있는 많은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단조로운 연구방법들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정열 성균관대 의학연구소 연구교수
북 일리노이 대학(Northern Illinois Univ.)에서 생화학(Biochemistry)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와 삼성병원에서 암 중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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