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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창의적 '실기교육'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창의적 '실기교육'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3.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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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예술전문 교육기관 한예종

서구 사회의 예술 교육은 학문적인 영역에서 예술을 탐구하는 예술대학과 중세 이래의 도제식 교육을 통해 직업적 예술가를 양성하는 '콘서바토리(Conservatory, 예술 전문 고등음악기관)' 형태의 예술 학교가 상호 보완관계를 이루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학에서 획일적인 예술 교육을 도맡으면서 학자, 교육자, 예술가의 구별이 없는 교육과정으로 평범한 예술 인력만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동안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예술가의 부족 현상을 낳았고, 전문 예술인이 되기를 원하는 재능 있는 인재들이 보다 수준 높고 체계적인 교육기관을 찾아 해외 유학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

획일적 예술교육의 반성에서 출발
우리나라 예술 교육에 대한 반성과 자각은 전문 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예술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사회적 요구는 이 학교가 새로운 교육방법, 세계 정상급의 교수진과 우수한 교육시설을 갖춘 실기전문 교육기관이 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는 지난 1990년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국립 예술학교 설립계획을 공포, 대통령령으로 한국예술종합설치령을 제정하고 음악원을 시작으로 1993년에 문을 열었다.


올해 개교 10주년을 맞는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이건용, 이하 한예종)는 짧은 학교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 '실기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한예종은 지난 1993년 음악원을 시작으로 매년 1개원씩 개원하여 98년까지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및 전통예술원의 6개원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유일의 종합예술 고등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없다" 약속지켜
한예종이 설립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해답은 설립 초기부터 다양하고 혁신적인 입시제도 도입과 실기와 이론이 융합된 교육모델 도입, 그리고 현장과 연계된 다양한 실습교육을 강화한데 있다. 문광부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국립대이면서도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김봉렬 교학처장(건축과)은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광부와 우리대학사이의 약속이다. 설립 초기부터 형성된 학사운영의 자율성은 우리대학 발전의 바탕이 되고 있다"라며 "교육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는 상황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학교특징을 보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한예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총장, 6개 각 원장, 교학처장, 사무국장이 참석하는 '원장회'다. 격주마다 목요일에 열리는데 학과 및 부속기관의 설치와 폐지, 학교 중·장기발전계획, 학칙 및 제규정의 제정과 개정 등 주요 사안을 심의한다. 앞서 월요일에 열리는 '부원장회'는 각 원마다 학사당당 주임교수가 모여 세부적인 학사업무 논의와 조정역할을 맡고 있다.


각 원의 '독립성'은 한예종의 의사결정구조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이다. 원장은 2년 임기로 총장이 임명하지만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등 각 원은 입시제도, 교과과정, 사업예산 편성 등 각 원의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각자 독자성과 전문성을 지닌 독립된 교육기관이다.
또한 총장 자문기구로서 기획위원회가 있고, 교학처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와 교과과정위원회 등 소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영역의 사항을 심의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영재 선발위원회는 해당 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종합대학'걸맞은 지원과 혜택 아쉬워
한편, 한예종은 대통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으로 설립해 고등교육법상 '각종 학교'로 돼 있다. 명칭도 '대학'을 쓸 수 없고, 무엇보다 법제도의 문제로 석사학위를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해 대학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처장은 "설치령을 특별법안으로 대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다른 대학의 견제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인데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분야에 획일적 형태를 방치하기 보다 어렵더라도 '자율'을 택해 특성화된 예술학교를 만드는 게 더 의미가 깊다"라고 밝혔다.

또한 문광부 산하에서 예산지원 및 행정지원을 받고 있는데 '교육'관점보다 '행정조직'의 하나로 보는 관점이 많아 전문적인 대학행정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학생수의 규모에 따라 보직교수가 정해지기 때문에 현재 인가된 보직교수는 교학처장 하나밖에 없다. 종합예술대학의 체제를 갖추었으나 법제도상의 문제로 종합대학에 걸맞은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한예종의 재정은 크게 정부출연금과 등록금으로 이뤄지고 집행구조는 정부기관과 같다. 각 사업별, 원별로 예산편성을 짜고, 학교본부의 조정을 거쳐 기획예산처로부터 승인을 받는 구조다. 학생 등록금비율은 지난해 26.4%를 차지했다.

지난 1993년 개교이후 1998년까지 매년 1개원씩 개원을 하면서 교육기자재 구입, 공사, 시설비 등 주요 사업비 예산이 정부출연금을 기준으로 80%정도를 차지하고 인건비는 15%수준이다. 주요 사업비중 교육기자재 및 물품 구입에만 쓰이는 '자산취득비'는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3백여억원 가량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는 실질적인 실기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최고 수준의 기자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출연금을 기준으로 지난해까지도 인건비는 27.9%를 차지해 공무원 직제와 관련, 인력확충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처장은 재정운용과 관련 "정부기관은 긴축재정기조가 기본이라 신규사업에 대한 억제가 심하다. 시급한 과제에 대한 시기 적절하고 융통성 있는 재정운용이 어렵다"라며 "총액예산제를 실시해 지속적이고 융통성 있는 사업집행이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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