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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쟁점: 스크린쿼터제 관련 교수들 칼럼 분석
문화쟁점: 스크린쿼터제 관련 교수들 칼럼 분석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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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력, 국익, 시장원리 쟁점으로 갈려

근 한달간 스크린쿼터 논쟁이 뜨겁다. 한미투자협정 협상을 앞둔 재경부의 스크린쿼터 축소·폐지 발언에 문화·영화계가 대거 반발하고 나섰다. 이용관 중앙대 교수를 비롯한 영화인들의 삭발식 감행, 최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등 교수 17명의 성명서 발표, 한국영화학회와 전국대학 영화학과 교수협의회의 성명서 제출 등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계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을 통한 교수들의 기고도 활발하다. 학자들의 주장은 대략 3가지 차원에서 찬반양론으로 갈리는 형국이다.

  자생력 갖췄다 vs 아직 부족하다

조희문 상명대 교수(영화학)는 동아일보에 '스크린쿼터제는 정말로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가'로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영화의 독점력이 예전 같지 않고 한국영화의 저변이 확장되고 있는 현실에서 스크린쿼터제는 필요없다"라고 단언한다. 이에 대해 같은 신문 6월 19일자에 주진숙 중앙대 교수(영화학)가 반론을 펼쳤다. 주 교수는 "한국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초석은 스크린쿼터제라 할 수 있다. 만일 스크린쿼터제가 없었다면 할리우드의 위협 아래 기하급수적으로 위축됐을 게 분명하다"라며 조 교수 논리에 반박했다. 전자는 스크린쿼터제의 역할이 끝났고, 후자는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영화의 자생력에 대한 판단에서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한미협상타결의 걸림돌 vs 한미협상은 경제 및 문화종속

소위 '국익론'을 둘러싼 논쟁이다. 이번 논쟁의 직접적인 계기였던 한미투자협정과 직결된다. 핵심은 '과연 개방이 국익인가 아니면 실패인가'다. 우선 개방주의를 살펴보면 김정수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이번 논쟁을 1990년대 UR 쌀협상에 빗대면서 "국민 감정에 호소하는 애국주의 전략" 내지는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 또한 "한국이 집요하게 스크린쿼터를 고수함으로써 외국인들에게 독선적,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라며 스크린쿼터제가 외국인 투자유치의 발목을 잡는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개방 반대자들의 요지는 '한미투자협정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문학)는 "스크린쿼터 논란의 핵심은 스크린쿼터가 아니라 투자협정"이라며 논쟁의 구도를 세계화로 넓혀 규정짓고, 투자협정은 약소국의 국익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 또한 밀실에서 추진되는 협정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낸다. 한편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학)도 국익론에 초점을 맞춘다. 유 교수는 한미투자협정 체결로 현재 영화산업의 규모가 18조5천억원에 달하며 연간 14.6% 성장하고 있는데 이걸 재경부의 40억불 외자유치라는 불확실한 것과 맞바꿀 수 없다는 요지다.

  자유 시장경쟁 vs 보호정책 및 문화 자주권 수호

논점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완전경쟁-보호무역'에 가 닿기도 한다. 이태동 서강대 교수(영문학)는 "스크린쿼터도 이제는 보호막을 벗고 광야로 나서야만 한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 쟁점과 관련해 많은 교수들은 문화는 경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의 문화관련 교수들 외에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가 대표적이다. 특히 원 교수는 "스크린쿼터는 공룡 할리우드에 맞서 공정경쟁을 하도록 마련된 국제사회에서 공인한 제도"라고 판단한다. 때문에 스크린쿼터를 유지하는 게 '공정한 유통'이라고 역설한다. 장 교수 또한 "한국영화를 잘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그 산업이 처한 구조를 무시한 단순평면 논리"라고 비판함으로써 "스크린쿼터는 자유시장 원리에 위배되는 보호제도가 아니라 시장독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기회를 마련해 주는 최소한의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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