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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 이진이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8.12.2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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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전공 분야는 천문학 중에서 태양 물리학이다. 보통 천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계기로 천문학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돼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는 듯하다. 즉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그랜드 크로스(태양계 행성의 십자 정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천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결국 태양계 행성의 위치를 계산해 학사졸업논문을 쓰고, 이후 천문학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태양 활동 예보(우주 기상 예보)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것이 석사논문이 되고, 태양 활동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지금까지 태양 폭발 물질에 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3년 정도 마친 후 경희대로 다시 돌아와 우주기상예보 관련 연구과제에 참여하게 됐다. 그때 다른 연구자의 과제에 참여하면서도 본인이 연구책임자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교수님들의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2011년에 신청하려던 연구과제는 연구박사에게 지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고, 학술연구교수도 학교 연구처의 과제 제출 승인을 받기 어려웠다. 그 당시 비전임연구원이 과제를 단독 신청하는 일이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연구비에서 연구책임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전임연구원을 지원하는 ‘리서치펠로우 사업’이 신설돼, 필자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비전임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과제 신청을 승인하지 않는 일은 없어졌다. 사업 권고조항에 따라 학교에서 간접비로 연구책임자 인건비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불과 아주 짧은 기간에 생긴 변화다. 앞으로도 연구원의 처우개선과 연구활동비 지원이라는 장점도 고수하는 동시에 타 과제의 지원을 수반해야 하는 등 불편이 완화되도록 제도의 보완과 과제별 연구비 규모의 확대를 기대해본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위성은 목성과 토성 등 외행성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우리에게 보여줬고, 드디어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공간을 여행 중이다. 태양 코로나 루프를 따라 물질들이 움직이는 것은 수업시간에 이론으로만 배우던 수준에서 나아가 1998년 처음으로 고해상도로 관측돼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지난 8월 발사된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 위성의 첫 관측 영상을 최근 개최된 미국지질학회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위성은 태양 주위를 돌면서 태양으로부터 약 6백만 킬로미터(태양 반지름의 9배 거리)까지 가까이 가서 태양 코로나와 태양풍을 관측할 예정이다.

빠른 속도로 우주에 대한 기초연구와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내가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와는 아주 큰 차이로 지금은 학생들도 외국학회에서 많은 발표를 하고, 미국의 나사(NASA)같은 어린 시절 막연하게 꿈꿨던 외국 유명기관 연구원들과 토론도 한다. 지금 내가 있는 학교에도 대학원생을 비롯해 외국인과 국내 박사급 연구원이 여럿 있다. 

항상 1년 후를 걱정하며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들, 한국으로 돌아올 기회를 엿보는 외국의 박사 후 과정 연구자들, 학위를 마친 박사과정생들이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연구자는 자신이 궁금해하고 있는 일을 찾아 연구하고 가치를 인정받을 때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결국 그들이 할 일을 찾아 연구그룹이 커진다. 더불어 제도와 연구비가 뒷받침될 때 연구자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열심히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안정된 환경에서 하면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진이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경희대 우주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하바드-스미소니안 천체물리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했다. 현재 이온화 비평형상태의 태양 폭발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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