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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랑(習近平壤)…시 주석은 평양에 가깝다
시진핑랑(習近平壤)…시 주석은 평양에 가깝다
  • 이상억 서울대 명예교수·국어국문학
  • 승인 2018.12.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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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評

중국굴기(中國崛起)의 제국주의적 정책을 펴고 있는 현재 중국의 태도로 보아 우리가 통일될 수 있을까 예측해 보면 거의 불가능하거나 가능해도 요원한 과제일 것 같다. 시진핑은 그 이름 자체에 시진핑랑(習近平壤), 즉 “시 주석은 평양에 가깝다”는 의미가 암시적으로 내재 되어 있다. 결코 말 안 듣고 다루기 힘든 김정은을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북한 자체의 정략적 위상은 자기가 꼭 영향 하에 두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밀수를 눈감아서라도 뒤로 기름은 대주고 아주 망가지지 않게 관리하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2017년 연말까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군, 유사시 평양 남쪽까지 전진 검토”란다. 또 “북한 급변 사태 종료 후 한국이 통일을 이룩하고 중국군의 완전 철군을 유도하려면 한국군의 독자 작전 능력을 시급히 향상해야 한다”라고도 충고했다.

한반도는 21세기가 넘어와서도 분단의 운명을 쉬 바꾸기는 어려울 듯하다. 북한은 2018년 3월 이후에는 핵 탑재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완성하게 될 듯하고 독자 작전 능력이 없는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으로 ‘공포의 균형’을 취한 채, 북 주민의 봉기나 기대하고 있을 듯하다. 최근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전쟁 불사를 내걸고, 중국조차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새 전략 보고서는 이미 삐걱대는 미-중 간 대립 경쟁 관계로 인해 원활한 북핵 무력화 협력이 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자기 자신의 문제인 남한 자체에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외교까지 잘하여 독자적 능력을 시급히 향상해야 한다.

특히 대중국 외교를 적절히 잘해야 하는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중국의 고압적 태도에 눌려 현 정부는 일대일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하며 ‘운명적 공동체’라고까지 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략’에는 일본-대만-인도가 부각되고, 남한에 대해서는 ‘미사일 방어(MD)에 협력할 것’이라고만 했다. MD도 중국과 이미 않기로 약속한 ‘3불’에 들어가 있기에, 미국의 도움을 받을 고려를 해보기에 앞서 지레 뿌리친 격이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도 계속 미국에 어려움을 안기며 중국의 불합리한 고집에 끌려간다면 한미동맹의 오랜 믿음은 금이 가게 될 것이다. 불안스러운 현 정부의 안보 외교를 보면서 과연 유사시에 누가 우리의 현재 상황을 도와줄 것인가 살펴보면 답은 자명하다.

1950년 한국전쟁 때처럼 북한이 다시 공격해 오면 중국은 ‘혈맹’이라며 편들 것이고 일본은 그 틈에 이득을 보려 전쟁 물자 장사나 할 것이고 그래도 미국이 유엔 몇 나라를 이끌고 한반도에 올 듯하다. 그러나 현 정부 정책이 계속 이상한 궤적을 그려 가면 미국이라고 굳이 남한을 꼭 도와줄 기분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야말로 미국이 우리에게 뭘 믿고 까불었냐는 식으로 등 돌리면 중국에 대고 살려달라고 할 것인지 참 답답할 뿐이다.

한국의 안전이나 통일에 별 협력의 뜻이 없는 중국을 향한 꿈을 깨고, 빨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략’에도 찬성하고 우리에게도 직격탄이 떨어질 미국의 ‘대북군사공격’이 다른 해결책으로 유도되도록 긴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관심이 북한 핵과 미사일의 철저한 궤멸에 있을 때를 호기로 잡아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 만일 미국의 신의를 잃어 남한은 빼놓고 미국과 북한만이 어떤 미봉적 타협에 이른다 해도 안 될 일이다. 결국 한중관계를 중시하여 한미동맹의 기조가 훼손된다면 미래에 더 많은 고난을 자초하는 꼴일 뿐이다. 시진핑(習近平)은 원래 이름이 말하는 그대로 평양에 가깝다.

 

이상억 서울대 명예교수·국어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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