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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호]새로나온 책_매니큐어 하는 남자 외
[949호]새로나온 책_매니큐어 하는 남자 외
  • 전세화
  • 승인 2018.12.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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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허균에서 정약용까지', '새로 읽는 고전 시학', '무명의 말들', '사랑의 과학', '정조 평전-말안장 위의 군주',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

나는 나다-허균에서 정약용까지, 새로 읽는 고전 시학 | 정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23쪽

현대적 감각으로 고전문학을 해석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온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신간이 출간됐다. 허균, 박제가, 정약용 등 조선 후기 내노라하는 시인 여덟 명의 시론을 압축 소개했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 ‘무엇이 좋은 시인가’라는 화두에 대한 문장가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다룬 이들의 시론은 각기 다르지만 큰 줄기는 같다. 책 제목이 시사하듯, 시를 잘 쓰려면 먼저 ‘나’를 찾고, ‘나’의 거짓 없고 솔직한 목소리를 드러내라는 것이다.

 

무명의 말들 | 후지이 다케시 지음 | 포도밭 | 216쪽

저자 후지이 다케시가 2014년 여름부터 2017년 겨울까지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 등을 엮은 책이다. 역사학자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에 살며 연구와 집필, 연대 활동을 하다가 얼마 전 일본으로 떠난 저자는 소수자의 시선으로 세월호 사건, 퀴어축제, 옥바라지골목 철거 강제집행 등에 대해 해석해 안락에 젖은 인식을 흔들어놓는다. 그는 낯설고 불편한 말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끝나지 않을 듯한 ‘흐린 날’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매니큐어 하는 남자 | 강남순 지음 | 한길사 | 316쪽

‘좋은 삶’을 향한 강남순 교수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에세이. 페미니즘의 출발 지점은 젠더 문제지만 도착 지점은 젠더만이 아니라 인종?계층?장애?성적지향 등 다양한 근거로 차별받는 주변인과 소수자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평등과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다. ‘매니큐어 하는 남자’는 억압적인 엄숙주의와 위계주의를 매니큐어라는 작은 몸짓으로 무효화시키고, 폭력적 젠더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뒤집는 행위의 상징이다.

 

바이마르의 세기 | 우디 그린버그 지음 | 이재욱 옮김 | 회화나무 | 456쪽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보수주의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관념일 뿐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종종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민주주의와 반공주의에 대한 사상을 발전시킨 5명의 독일 지식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의 냉전 정책 수립에 관여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현대 보수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인 냉전 이데올로기의 기원을 해명한다. 또, 보수주의의 특징으로 꼽히는 비일관성이 보수주의의 이론적 무능이 아니라 현실적인 필요의 결과라는 것도 암시한다. 한국 사회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바이마르의 모순적 논쟁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다는 대목은 특히 이목을 끈다.

 

 

사랑의 과학 | 존 가트맨 지음 | 서영조 옮김, 최성애ㆍ조벽 감수 | 해냄출판사 | 600쪽

행복한 부부와 이혼하는 부부를 90%에 가까운 성공률로 예측하며 관계 연구와 치료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던 존 가트맨 박사는 수학과 과학으로 사랑을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역학, 장이론, 게임이론, 방정식, 함수 등 과학과 수학의 다양한 이론과 도구를 통해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힘의 역동과 관계의 특성을 한눈에 알게 해준다. 예를 들어 게임이론으로 신뢰 척도를 정의하고, 제로섬 게임 이론으로 배신의 척도를 설명한다. 사랑의 방정식을 이용해 관계의 징후들을 인식할 수 있게 도와주며, 자신에게 적합한 관계를 선택하기 위해 알아야 할 변수도 알려준다.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 | 수전 손택 지음, 데이비드 리프 엮음 | 김선형 옮김 | 이후 | 716쪽

1964년부터 1980년까지, 수전 손택이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시절의 일기가 그의 아들인 데이비드 리프의 편집으로 출간됐다. 발레, 사진, 영화,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그 모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으며 전 세계 지성들과 자유로이 교류하며 끝없이 스스로를 발전시켰던 손택의 지적 연대기가 촘촘히 담겨 있다.

 

 

 

적당히 건강하라 | 나고 나오키 지음 | 김용해 옮김 | 공존 | 172쪽

오래 살수록 행복해지지 않는 일본인을 보면, 첨단 의학이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져 내린다. 근거중심의학 전문가이자 의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60대 중반 이후의 웬만한 질병은 치료를 하던 하지 않던 수명에 별 차이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초고령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혜로 노후에 건강검진이나 약을 줄이거나 끊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정조 평전-말안장 위의 군주 | 박현모 지음 | 민음사 | 356쪽

‘말안장 위의 군주’라는 부제는 정조가 문무에 두루 능한 군주였다는 의미와 더불어 평생을 말안장 위에 앉은 듯 긴장 속에서 살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가 이끈 개혁의 전개 방식, 정치적 이상과 한계, 리더십 등 군주이자 정치가로서의 정조를 살피는 한편, 왕실과 조정 어느 한 곳도 온전히 믿고 의지할 데 없었던 인간 정조의 고뇌를 들여다본다. 저자가 서술한 개혁 군주 정조의 미완의 개혁에 대한 아쉬움과 과오 또한 눈길을 끈다.
 

 

 

좋은 정부 |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480쪽

행정학의 대가인 저자가 관료적 권위주의의 가면을 벗겨 ‘더 좋은 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목전에 두고도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는 낡은 사고방식과 체제에 머무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법학과 행정학, 정치학뿐 아니라, 과학과 철학, 수학, 문학 등 다양한 기초학문을 동원해 정부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관료세계에 필요한 것은 도구적 합리주의가 아닌 상상력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한국을 읽다 | 배영 지음 | 글담출판사 | 220쪽

데이터 분석 전문가이자 사회학자인 배영 교수가 기존 사회 연구 방법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빅데이터 분석법으로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스무 가지 키워드를 선별해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문제 해결에 대해 심도 깊게 성찰했다. 혐오, 불안, 분노, 행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추적한다. 또, 비혼과 저출산, 혼밥 등의 주제를 다루며,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갑질과 적폐, 가짜 뉴스 등이 어떤 계기와 과정을 거쳐 하나의 주요한 담론으로 자리 잡게 됐는지, 그 과정도 선명하게 살펴본다.

 

 

 

현대사 몽타주-발견과 전복의 역사 | 이동기 지음 | 돌베개 | 422쪽

한나 아렌트가 아돌프 아이히만에게 속은 것이라면, ‘악의 평범성’ 명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2차 세계 대전 종전과 해방이 어떤 이들에게는 성폭력과 학살의 시작이었다면? 1차 세계대전 발발 원인이 유럽 열강의 갈등과 대립 구조가 결정적인 것이 아니었다면? 냉전이 미?소 양 진영의 체제 대결이기보다는 상호 무지와 그로 인한 오해와 공포의 결과였다면? 저자는 현대사의 정설로 굳어진 역사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 발견된 사료와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해 세계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읽어낸다.

 

욕망의 탄생 | 장-미셸 우구를리앙 지음 | 김진석 옮김 | 문학과지성사 | 347쪽

정신과의학자로 ‘모방 이론’을 임상치료에 도입해 정신과 치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저자의 심리학 에세이가 출간됐다. 그는 ‘주체’의 내부에서 주체를 움직이는 힘을 발견하려고 하는 기존 심리학을 거부하고, 욕망을 비롯한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특정 개인이 아닌 개인들 간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인간사의 수많은 문제들이 모방에서 비롯되며, 어느 누구도 모방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한편, 그것이 역설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공감과 연대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아무도 내게 명령할 수 없다: 마르틴 루터의 정치사상과 근대 | 양명수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480쪽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의 종교개혁 의미를 되짚어보며 그의 개혁 사상이 근대 사회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연구서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종교에서 시작된 엄청난 변화는 서양의 인간관과 국가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마르틴 루터다. 루터는 인간의 본질을 자유에서 찾았고, 교회와 목회자는 더 이상 진리의 독점자가 아니며, 평신도들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진리 인식과 행위의 주체라고 여겼다. 루터가 추구한 자유와 평등은 종교적으로는 평신도의 시대를, 정치적으로는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열었다. 자율적 개인의 등장은 근대 민주주의 초기 역사의 바탕이 됐다. 또, 루터의 신학은 근대 자유주의 및 사회계약론과 법실증주의 등 근대 사회사상과 정치사상에도 영향을 끼쳤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최선의 공동체를 향하여 | 김재홍 지음 | 쌤앤파커스 | 188쪽

“모든 공동체들 중에서도 최고의 공동체이면서 모든 좋음들 중 최고의 좋음(행복)을 목표로 하는 정치 공동체. 바로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선의 공동체이다.”플라톤과 함께 서양 고대 철학의 두 거대한 봉우리를 이루는 아리스토텔레스. 이상적이고 엘리트 중심적이었던 플라톤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상식의 철학’을 추구한 철학자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 또한 ‘인간은 정치적 동물(폴리티콘 존)’이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정치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수많은 저작 중에서 정치경제학의 효시라 불리는 이유는 도덕성에 기반을 둔 윤리적 정치체계, 최고의 좋음인 ‘행복’에 이르는 정치 공동체의 모습을 치밀하게 사유한 서양 고대 철학의 정수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저작을 꾸준히 번역해온 김재홍 정암학당 연구원의 해설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핵심적으로 붙들어야 할 메시지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주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루카치의 길 | 김경식 지음 | 산지니 | 345쪽

금융위기 이후, 물질만능과 극심한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 폐해로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대가 옳은 것인지 의심하게 됐고,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하고 낯선 사상이 된 마르크스 사상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저자는 반평생 마르크스 사상을 연구한 대표적 마르크스주의자로 20세기 사상사에 영향을 끼친 루카치의 사상을 다시 주목한다. 루카치의 초기 마르크스 사상, 루카치의 마르크스주의 문학론 구성요소, 마르크스주의 미학의 방법론적 기초 등 루카치의 수록작, 논문, 리뷰를 바탕으로 루카치 사상을 정리했다. 이와 함께, 가혹할 정도로 투쟁하고 사유하고 자기비판을 가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던 루카치의 생애를 조명하면서 실천적 사상가로서의 루카치를 바라본다.

 

 

제3세계의 붉은 별-러시아 혁명은 제3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 비자이 프라샤드 지음 | 원영수 옮김 | 두번째테제 | 178쪽

국제적 저항운동을 지원하는 사회연구소 트리콘티넨탈 디렉터로 일하는 저자는 러시아에서 일어난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혁명이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고 분투했던 제3세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차르 제국을 무너뜨린 러시아 혁명은 페트로그라드에서 벌어진 여성노동자들의 시위로 촉발됐다. 이렇게 보통 사람들의 도전으로 이뤄낸 혁명은 억압받고 착취당하며 식민지 해방 투쟁을 하던 사람들에게 강한 영감을 줬다. 관습적으로 억압받던 소비에트 연방 곳곳의 여성들이 억압을 뚫고 나오는 이야기며, 혁명적 지식인과 예술인들의 실천들 그리고 말미에 식민지 조선에 미친 러시아 혁명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다.

 

 

정보의 진화 | 세자르 히달고 지음 | 박병철 옮김 | 문학동네 | 264쪽

경제는 어떻게 성장하며, 국가 간 빈부격차는 왜 생기는 것일까? 사회와 경제학 체계에서의 복잡성에 관해 연구하는 물리학자 세자르 히달고 MIT 교수는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세계 경제의 작동과 성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늘어나는 정보의 성장원리를 이해할 때만 경제성장도 이해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정보의 효율적인 축적과 공유를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 즉 네트워크가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다. 국가 간 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져가는 정보의 격차를 해소할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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