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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가: 미국대학가 감시카메라 설치 논쟁
해외대학가: 미국대학가 감시카메라 설치 논쟁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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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돼버린 '감시'...'학문의 자유' 침해 우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감시카메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학에서 강도·도난사건이 급증하면서 효율적이고 확실한 범죄예방을 위해 감시카메라를 확대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최근 서울대 등 한국에서도 최근 감시카메라 설치로 인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범죄 예방과 인권침해의 논쟁. 미국의 크로니클지는 최근호에서 대학의 감시카메라 관련 논쟁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했다. 

미국 대학들이 감시카메라를 설치 한 것은 수 년 전부터다. 대학법추진위원회 국제협회 회장인 도너에 따르면 미국대학의 절반 이상이 이미 감시카메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역관할경찰과 대학이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감시카메라 설치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도스타주의 한 대학에서는 3년 전 10대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 50대로 늘어났으며, 펜실베니아대도 이미 80여대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데, 최근 학생들이 가장 밀집해 있는 곳에 추가로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방침이 세워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법정공방까지 치닫고 있다. 

우선 감시카메라 설치확대를 요구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범죄예방'과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로 학교당국과 지방관할경찰이 이 입장에 속한다. 로렌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가장 우선적으로 카메라는 범죄를 예방할 겁니다. 96년에 카메라가 설치된 이후 범죄율이 32%나 감소했어요"라며 안전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주로 학생과 교수들이 설치 반대론의 입장에 서있는데, 이들은 '사생활 침해'라는 인권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낸다. 펜실베니아대에서는 이천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카메라설치 반대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그 중 백 오십명은 법정 공판에도 참석했다.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츠코(경제학과)씨는 대학과 경찰의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며, 사생활 침해에 대해 격렬히 항의한다. 이들은 감시카메라가 오용될 여지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의 확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최소한 카메라가 어디에 설치되는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관할경찰서는 "경찰관이 카메라로 남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치는 전혀 없다"라며 오히려 학생들의 우려가 잘못된 정보에서 기인한다고 재반박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학'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것들이다. 일반 공공장소에서와 달리 캠퍼스 내 감시카메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우선 강의실이나 연구실에 감시카메라가 부착됨으로써 대학의 가장 중요한 이념인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사실이다. 펜실베니아대 차기 교수협회회장인 슈타이너 교수는 점점 일상이 한 부분이 되어 가는 감시카메라로 인해 "대학의 학문적 영역은 자율적으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염려스럽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대학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미국시민자유연합기술과 자유프로그램의 총관리자인 스탠리는 "대학은 전체가 하나의 행정당국에 소속돼 중앙감시통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극단적으로 감시카메라의 설치로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거취 하나하나를 데이터베이스화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펜실베니아 주의회는 감시카메라 설치법안을 4대 3으로 통과시켰으며 이는 오는 8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인권과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논란을 뒤로 한 채 이미 미국의 대학에서는 감시카메라가 '일상 그 자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은혜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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