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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법과 ‘아니오’ 사이에서
강사법, 법과 ‘아니오’ 사이에서
  • 이하준 서평위원/한남대 · 철학
  • 승인 2018.12.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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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2학기도 종강이다. 추운 날씨만큼 대학가의 분위기는 우울하다. 시간강사를 열악한 처우에서 해방하겠다는 유령이 대학가를 한참이나 배회한 후 마침내 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변신해 대학 주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제멋대로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령의 계보학적 연원은 교육 당국과 대학의 암암리의 합리적인 공모에 의해 탄생한 강사제도이다. 이 유령이 시대를 겪으며 어느 순간 사람을 죽이는 유령이 되었다. 몇 사람을 죽인 이 유령을 퇴치하기 위해 만든 강사법이 이제는 강사를 죽이는 법이 되었다. 이 유령이 2018년 현재 7만5329명의 강사 선생님들의 살생부로 둔갑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대략 30%의 선생님들이 대학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론중심형 교양선택 강좌 담당자의 70% 정도가 해고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 중앙대, 서울과기대, 부산대 등의 강사구조 조정계획도 세상에 알려졌다. 정년교수 시수확대 + 초빙교수 확대 + 겸임교수 활용을 통한 강사 ‘제로화’를 설계·추진하는 대학들도 상당수 있음은 관심 있는 사람은 알고 있다. 

강사법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2019년 2학기에 강사법이 왜 반드시 시행되어야만 하는가? 왜 법안 발의에서 시행 확정까지 8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가? 강사법을 이해당사자 누구나 만족할 수 없으나 상당 부분 만족해하는가? 강사법 시행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시행 후 보완론자들은 정책보완 노력 이외에 보완이 확실성을 보증할 수 있는가? 강사법 시행에 따른 심각한 부수현상들의 수반에 대한 정책영향 평가는 과학적으로 산출해 보았는가?

첫 번째 질문에 필자는 ‘반드시’는 없다고 본다. 대학, 강사, 학위과정 중의 학문 후속세대, 학생에게 플러스섬(Plus-sum)이 되지 않는 강사법을 강행해야 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 이는 누구나 아는 정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최소 약자에게 최대이익 분배원칙에도 어긋난다. 어떤 강사들은 교육부의 ‘소위 예비교수 낭인 정리계획’이라는 음모론(하이브레인 넷 강사 게시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두 번째 강사법 관련 최대피해자에 대한 기존 논의는 강사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정책의 직접적 피해자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학생의 피해와 진입 장벽이 실제로 막히게 되는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논의는 간과되고 있다. 대단위 강좌화, 졸업학점 축소, 강좌 다양성 부족으로 인한 수업권 침해라는 측면을 계산하면 최대피해자는 전체 대학생일 수 있다.

셋째, 강사법 논의와 해법에서 간과되는 내용은 강사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진입장벽의 축소이다. 이는 국내 대학원 진학률의 심각한 감소 - 학문 후속 세대의 급격한 감소 - 교수연구 자원 풀의 협소화- 학문생태계의 파괴로 나타날 것이다. 인문계열과 사회계열 이론 부분 종사자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넷째, 시행 후 보완론은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는가? 해법에 대한 논의는 정부지원금의 확대, 대략 2% 안팎으로 예상되는 대학예산 증가에 대한 대학의 전향적 자세, 충격 완화 유도를 통한 단계적 시행론으로 모아진다. 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확정된 예산 288억 원(국립대 71억, 사립대 217억)은 턱없이 부족하며 정부 지원의 한시성도 예상 가능하다는 점에서 필자가 볼 때 희망 어린 요청이다. 대학의 예산분담 의지에 대한 대내적 요구 역시 강제력이 동원되지 않는 이상 ‘희망’에 불과하다. 대학구성원의 한 축인 비정년 전임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 그 간접 논거이다. 또한 전국 대학의 예산부담 수용력이 상이하다는 점, 등록금 의존율과 동결의 장기화, 입학자원 감소대비 긴축재정 편성을 내세우는 대학들의 재정압박 논변들을 고려할 때 대학의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자발적 의지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따라서 논자는 선한 정책 의지와 달리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강사법의 백지화나 시행연기를 제안한다. 굳이 강사법을 시행한다면 단서조항이 필요하다. 단서조항은 1) 각종 대학지원 예산을 재조정해 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영구화한다. 2) 대학평가 항목을 추가해 1% 내외의 예산편성을 강제한다. 3) 강사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구업적이 우수한 강사들을 연구재단이나 국책연구소 예산 활용을 통해 특별 관리한다. 단순한 감각지수로 봐도 인문사회계열 20~30%의 강사들은 교수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4) 협상파트너인 강사단체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별 강사협의회를 합법화하고 그 대표들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 협상테이블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5) 간접 이해당사자인 학생대표도 옵서버 자격으로 협상테이블에 참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단서조항의 일부가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는 이상 백지화 혹은 연기하거나 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대학별 강사협의회와 대학 간 협상을 지원하는 우회로를 거친 후 재논의하는 것이 정책의도를 살리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대학의 입장에서 강사법보다 선호할만한 카드가 될 수 있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개별 강사들의 이익 동등고려 요구를 일정부분 반영하는 안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통과된 법안에 대한 수동적 수용이 아닌 ‘아니오’라 말하는 것이다. 
 

 

이하준 서평위원/한남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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