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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부통령 저격 사건 배후에 관한 재판
장면 부통령 저격 사건 배후에 관한 재판
  • 장병욱 〈한국일보〉 편집위원
  • 승인 2018.12.1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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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의 광장 _ ⑮ 이기붕의 불안과 장면의 총상

1956년 9월 28일, 서울특별시 시공관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장면 부통령을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 9월 28일에 일어났다고 해서 ‘9.28 사태’, 시공관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시공관 사태’ 등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이기붕의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나이가 많았던 이승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직을 자동적으로 장면이 승계할 상황이었고 그리 되면 실권(失權)할 것을 이기붕은 두려워했던 것이다.

장면이 부통령에 취임한지 한 달여 만에 열린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대표 최고위원에 조병옥을 선출하고 그 외에 최고 위원으로 장면, 곽상훈, 박순천, 백남훈이 선출됐다. 장면 부통령은 암살 시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장면이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 열화와 같이 갈채를 보내는 민주당원들을 뒤로하고 시공관 동문을 통해 나가려 할 때 누군가가 장면을 향해 권총을 쐈다.

총알은 다행히 빗나가 장면의 왼손을 스쳤을 뿐이었다. 일순 장내가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장면은 자신의 안전을 알리기 위해 다시 단상위로 올라가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저는 안전합니다"라고 말한 뒤 내려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그 배후가 누구인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법정에서는 고성과 퇴장이 오가며 피고들의 진술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렸다. 당시 정황을 한국일보는 사회면 머리기사로 소상히 보도했다. 법정 소란이 개입된 엄청난 사안이었을 뿐더러 뜻밖의 휴먼 스토리 때문이었다.  법정에서 오간 레토릭 또한 오늘의 시각에서 음미할 만하다. 다음은 기사,

“피고 강문봉 중장 담당 민선 변호인들의 퇴정으로  말미암아  자연 휴정 상태에 들어갔던  추소 군재는 16일 상오 동변호인들의  참석 없이 제 36회 공판이 속개. (중략) 역사적인 이 재판에서 진지하고 성의 있는 태도로 진살을 가려야겠다는 엄숙한 분위기가 충만되어 매우 감격적인 장면을 이루었다.

공판은 싱오 11시 20분부터 시작, 전기와 같은 발언이 교차된 후 일단 휴정. 하오 0시 50분까지 속개되었는데 (중략) 재판장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 1960년 7월 27일 장면 부통령 저격사건의 주모자들에 대한 첫 공판. 사진 출처=한국일보DB컨텐츠부
▲ 1960년 7월 27일 장면 부통령 저격사건의 주모자들에 대한 첫 공판. 사진 출처=한국일보DB컨텐츠부

◆재판장 백선엽 대장 = 개정과 동시에 강 장군 변호인 5명이 재판장과 법무사 및 기타 심판관이 불공평하다고 퇴정한 데 대하여 심판부로서 유감이다. 어제 재판장으로사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변호인 한씨가 법률의 대가고 과거 감찰총장까지 지내신 분이어서 대접상 참았고 또한 피고인안 강 장군의 체면상 그러했다. 이 공판이 어제로서 35회 째라는, 해방후 처음 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재판부는 해방 이후 처음보는 과정에 시종 관용한 태도와 인내심으로 이를 이끌어 왔으며 피고 5명에게 동정하는 태도를 아끼지 않았음은 심판부뿐 아니라 방청객들까지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동시에 강 중장에 관선 변호사를 기피한 데 대해 실망했다. 군인은 잘잘못은 고사하고 군법 회의를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 변호인측에서 심판부의 반성을 촉구한다고 했으나 심판관도 사람이니 조그마한 실수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기 군인이기 때문에 이 재판을 공정하게 이끌려고 하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어제의 일을 과히 책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심판부는 앞으로도 인내와 관용과 불편(不偏)할 것을 천명한다.

◆검찰관 = 변호인과 피고인이 법정서 부당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법률적으로 해결토록 할 것이지 총퇴장을 한다는 것은 초문이다. 관용의 덕을 베푸는 것도 좋으나 종래 그들의 태도로 보아 앞으로도 불평이 나을 것이니 법률적으로 관선 변호인의 참석 하에 소송을 진행시켜 주기 바란다.

◆피고 강문봉 중장 = 나 때문에 이런 상태가 있어 죄송하다. 관용과 성의를 갖고 해주신 법정의 성의를 잘 알고 있다. 피고는 변호인과 함께 유리한 증언을 내야겠고 허태영이 과장한 증언을 했으니 진실을 내세우자는 것이다. 변호인 퇴정은 유감이다. 피고인의 입장에서 관선 변호인만을 갖고 재판을 받을 의욕이 없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해야겠으며 피고인 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공판이다. 상사에게 귀중한 시간을 끌게 해서 죄송하나 원만히 진행되도록 해 주기 바란다.(이런 말이 끝나자 ‘백’ 대장이 개인적인 심정을 말하고 싶다고 전재한 후)

◆백대장 =  강 중장은 나의 후배이고 나와 생사를 같이 해온 관계이다. 나뿐 아니라 같은 군인들이 심심이 동정을 하며 여기 있는 심판관들이 군대에서 남의 규탄을 받을 사람이아니라고 생각한다. 피고인과 개적(個的)으로 만나고 싶었으나 법률적인 계제가 있어 못했지만 강 장군이 그의 인간 본연과 군인다운 태도로 나갈 것을 개적으로 부탁한다. 변호인들이 퇴정하는 것을 왜 군인으로 제지 못했나.

인간적으로. 또 선후배 관계의 정리로 보아 섭섭했다. 우리가 군인으로서 군법 회의를 받는 것은  앞으로 국군의 대계와  강 장군을 위하고 후배들의 길을 바로잡으려는 데서다. 군의 후배를 위해서 군인답게 해주기 바란다. 우리 심판관도 인간이다. 인간성의 진리에는 감동하는 것이다. 오늘까지도 강 장군의 태도가 훌륭했지만 앞으로 더욱 그러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이 때 백 대장은 눈시울이 뜨거운 듯 “알겠나” 하고 강 중장에게 다짐하자 “네”하고 대답)”

장병욱 〈한국일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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