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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호]저자의 말말말_카프카가 실천한 '훌륭한 루저'의 가능성
[948호]저자의 말말말_카프카가 실천한 '훌륭한 루저'의 가능성
  • 전세화
  • 승인 2018.12.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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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아버지의 권위를 비난하면서도 그 권위를 상속하라는 유혹에 계속 저항한다. 권위의 회로에서 탈주하고자 욕망한 이들은 곧잘 나쁜 루저의 길로 접어들곤 했다. 반면 카프카는 권위의 안팎에 끈질기게 머무르며 지는 법을 헤아리는 루저, 그렇기 때문에 드물게 훌륭한 루저다.

카프카식 충돌의 세계는 언짢게 하는 세부로 구성된 기계장치가 돌린다. 이 기계장치는 [권위로부터] 인증 받지 못한 서사들과 적법성의 경계에 선 항의들로 웅성거리는 대군을 생산한다.

카프카는 우리에게 어떻게 질 것인지, 어떻게 헤아릴지를 가르친다. 잃는 일loses이 당연한 것임을 어떻게 하면 셈해 둘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숨은 보상이나 살아나갈 초월적인 구멍, 혹은 마지막 순간의 반전을 기대하지 않는 법을 가르친다. 카프카의 세계 속 온순한 사람들은 대지를 상속받은 것이 아니라 그저 땅에 속할 뿐이다. 요컨대 이들은 먼지투성이 황무지를 다스린다. 이들은 아무것도 다스리지 않는다. 각별히 좋을 적에 기껏해야 먼지구덩이에서 뒹굴 따름이다.


아비탈 로넬 『루저 아들』(현실문화, 2018.1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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