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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종횡무진 . . . 통일의 先鋒에 선 ‘물고기 사냥꾼’
남북을 종횡무진 . . . 통일의 先鋒에 선 ‘물고기 사냥꾼’
  • 교수신문
  • 승인 2018.12.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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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12. 수달
수달. 사진출처=두산백과
수달. 사진출처=두산백과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에 한국수달연구센터(Korean Otter Research Center)가 있다. 수달연구센터는“하천생태계의 지표종(指標種, indicator species/bio-indicator)인 수달의 연구·증식·복원사업과 탐방객의 환경교육을 통해 자연과학발전과 문화생활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설립된 기관으로 아시아 최초의 수달 전문연구소이다. 2017년 2월 환경부에 의해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었다.”라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지표종'이란 환경오염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생물종을, 또 ‘서식지 외 보전기관(棲息地 外 保全機關)’이란 서식지 안에서 보존이 어려운 야생동물을 棲息地 밖에서, 또 그런 야생식물을 自生地 바깥에서 체계적으로 보전, 증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을 일컫는다.

그리고 “본 연구소는 수달을 위시하여 멸종위기 야생동물생태조사를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특히 화천 DMZ 지역을 중심으로 사향노루·산양·담비·여우·스라소니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고 설립목표를 밝히고 있다.

수달(水獺, Lutra lutra)은 족제빗과의 포유동물로 몸길이 63∼75cm, 꼬리 41∼55cm, 몸무게 5.8∼10kg 정도로 수중생활을 한다. 수달은 민물(淡水)에 사는 유일한 포유동물로(바다에는 고래나 물개 등 많음) 썩 진귀한 젖빨이동물이다.

수달은 세계적으로 13종이 있고, 우리나라 수달은 ‘European otter’로 불리듯이 한국에만 살지 않고 유럽·북아프리카·아시아 등지에도 널리 분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센터가 생길 정도로 멸종될 위험이 있어서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수달은 족제비·오소리·담비와 비슷한 무리다. 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하여 수달인데, 뜬금없이 산으로 올라가 아예 거기서 눌러 앉은 놈이 있으니 이를 ‘산달(山獺, Korean marten)’이라 하고, 바다에 사는 수달이 있으니 그게 ‘해달(海獺, sea otter)’이다.

수달은 긴긴 세월을 육지(땅)에서만 살아왔으나 어느 날 불쑥 강물로 털버덩 뛰어 들어가 드디어 물 생활에 적응/진화했다. 오랫동안 물 생활에 적응하느라 몸부림친 탓에 다리는 짧아졌고, 몸뚱이는 매끈하고 길게 변했으며, 앞 뒷발 모두에 넓적한 물갈퀴가 생겨나서 ‘물고기 사냥꾼’이 됐다.

잡은 물고기를 잡아 바위 위에 가지고 와 먹고, 커다란 물고기도 통째로 씹어 삼킨다. 주로 물에 살지만 그래도 육지 생활의 흔적이 남았으니 아가미가 아닌 허파로 숨 쉬고, 몸엔 털이 부숭부숭하다. 그리고 머리는 둥글고, 눈은 작으며, 귀는 짧고, 꼬리는 둥글면서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물속에서는 귓구멍/콧구멍을 닫을 수 있고, 털에 기름이 번질번질하여 물에 젖지 않으며, 물의 찬기(냉기)를 차단케 하는 가는 잔털이 온몸에 촘촘히 난다.

야행성이라 낮에는 굴에서 숨어 지내는데, 굴집은 일단 물속을 통해 들어가기에 여느 동물도 접근이 불가하다. 육식성으로 먹이는 주로 비늘이 없는 메기·가물치·미꾸라지 따위를 좋아하고, 개구리나 게도 잡는다. 호수·샛강·강·연못 등 먹이가 풍부하고 깨끗한 물이 있는 곳에서 산다.

내 어릴 적만 해도 시골 동네 큰 강에서 수달을 자주 맞닥뜨렸다. 여기저기 너럭바위에서 몸을 덥히느라 유유자적하게 너부죽이 엎드려있던 놈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지금은 딱하게도 밀렵꾼들이 모피(水獺皮)를 얻겠다고 덫을 놓아 마구 잡을뿐더러 강의 황폐화(오염)로 그 수가 엄청나게 줄어버렸다. 어디 ‘발등에 떨어진 불’의 처지에 놓이지 않은 생물이 있을까만…. 그런데 우리보다 한술 더 떠서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수달이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럽에서는 되레 개체 수가 증가추세에 있다 하니 강물의 정화로 물고기가 늘어난 탓이리라.

수달은 텃세를 심하게 부리기로 유명하여 보통 한 마리가 직경 10km 안팎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 넓이는 먹이 밀도에 매였으니 먹이가 넘치면 그 범위가 확 줄고, 모자라면 늘어난다고 한다. 홀로(단독생활) 살다가도 번식 시기(1~2월경)가 되면 암수가 짝짓기하고, 60여 일간의 임신(受胎) 기간을 거친 다음 2~3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새끼들은 1년 가까이 어미의 보호를 받는다.

수달은 예부터 전장에서 화살을 맞았을 때 화살촉 독(箭毒)을 해독시키는 약으로 썼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의 양기에 좋다 하여 마구잡이 했지만, 다행히도 비아그라 따위의 약이 나온 다음엔 좀 수그러들었다 한다.

그보다도 수달은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고마운 짐승이다. 옛날에 한 효자가 엄동설한에 잉어가 먹고 싶다는 노모의 소원을 들어드리려고 매운바람 내리치는 강가에 달려가 지극정성으로 비손하였다. 내처 간절하게 기도를 했더니만 안쓰럽게 여긴 수달 한 마리가 커다란 잉어 한 마리를 잡아다가 곁에 놓고 갔더란다. 至誠感天이라!

살다 보면 신나는 일도 가끔 있는 법. 지난 반세기 넘게 북한강 상류의 수달들은 분단을 뛰어넘어 수시로 남과 북을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일찌감치 앞장서 통일을 이루었다고 한다! 통일의 先鋒에 선 수달이다. 볼썽사나운 저 철조망들 어서 걷어내고 사람도 맘대로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통일을 못 보고 이 세상을 떠날 듯 하여서….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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