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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호] 저자의 말말말_피할 수 없는 상처 끌어안고 사는 법
[947호] 저자의 말말말_피할 수 없는 상처 끌어안고 사는 법
  • 전세화
  • 승인 2018.12.1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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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지 않음을 지지하는 사람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 안에 평화의 장소, 근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거나 흔들리지 않는 무심함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그리고 많은 이들에 따르면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중심이다. 이 중심을 개발함으로써 우리에게 불행이 들이닥쳐도 궁극적으로 상처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우리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 사이에 있는 거리를 감추게 함으로써, 우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받더라도(상처 받지 않음의 관점들은 이 점에서 제각이 상이하게 나타난다) 존재의 중심에서는 흔들리지 않게 한다. 고통을 없애는 데는 약 외에 철학도 있다.

몇몇 철학은 희박하나마 고통을 끝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런 철학적 관점 가운데 불교, 도교, 스토아주의 그리고 아마도 에피쿠로스주의는 가장 주목할 만하다.

삶의 괴로움은 우주가 하나의 변화의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실제로는 그저 이 과정의 한순간에 불과한 것들에 집착함으로써 생겨난다. 우리 모두 삶과 죽음의 유전 한가운데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 유전 속에서 무엇에든 마음을 쏟는 것은 유전 자체에 대한 무지, 그리고 더 깊게 들어가면 그 유전의 근원인 공空 또는 하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상황의 우연성과 그에 수반되는 조용한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은, 세상 앞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운이 좋다면 우리 삶의 중요한 측면을 규정해주는 큰 문제를 따라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다.

토드 메이 『부서지기 쉬운 삶』(돌베개, 2018.1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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