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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대 게임’을 함께 하자면, "의심하고 주저하자"
누가 ‘세대 게임’을 함께 하자면, "의심하고 주저하자"
  • 양도웅
  • 승인 2018.12.03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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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서평모임이 주목한 23번째 책_『세대 게임』(전상진, 문학과지성사, 2018.01.05)

지난달 21일, 아선정책연구원에서 아산서평모임이 23번째 모임을 했다. 이번 모임의 서평 대상은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과)의 『세대 게임』이었다.

‘세대 게임’은 전 교수가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을 분석하던 가운데 만든 개념으로, 전 교수는 세대 게임을 “어떤 집단이 어떤 이익을 취하기 위해, 세대를 활용해 세대 간 경쟁이나 싸움을 부추기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모임의 1부는 정수복 사회학자의 사회로 전 교수가 발제하고, 서복경 서강대 교수(현대정치연구소)와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박권일 사회비평가가 코멘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진 2부에서는 특별한 주제 없이 모임에 참가한 모든 이가 토론에 참여했다. 

청년 vs 기성세대라는 상상의 전쟁

전상진 교수가 『세대 게임』에서 말하는 바는 간명하다. 세대 갈등이 아닌 사안을 ‘세대 프레임’으로 봐선 안 된다는 것.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세대와 별 상관없는 사안들을 세대들이 서로 다툰 결과로 보게끔 프레임을 짠다. 사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원인과 책임, 해결책이 달라진다. 극소수의 기득권층을 제외하면 청년과 노인 대부분의 삶은 힘들어진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청년 대 기성세대라는 상상의 전쟁을 부각시킨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노인 혐오’를 가리키는 말들이 여럿 등장했다. 이런 선정적인 말들은 세대 간 갈등의 증거로 언론과 정치권에서 자주 다뤄진다. 

하지만 청년 취업률은 오를 기미가 없고, 노인 빈곤율은 내려갈 기미가 없다(2015년 기준 OECD 국가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 세대 갈등의 당사자들은 모두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다. 청년과 노인이 이런 위치에 있는 주된 이유가 상대 때문인가? 『세대 게임』의 문제의식이다. 

전 교수는 세대 갈등이 실제 심각한 것처럼 돋보이게 하는 이들을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로 지칭한다. 전 교수가 말하는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는 언론과 정치권이다. 하지만 잘못된 프레임을 퍼 나르는 쪽이 누구냐는 문제와 함께, 왜 대중이 세대 게임에 쉽게 빠지는가도 문제다. 

“세대 담론이 남용되는 이유는 한때 우리의 든든한 정체성이던 민족이 그 효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중요 역할을 한 계급은 이 땅에서 변변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세대는 그런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

인간은 나와 상대에게 나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그때 손쉽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세대 담론’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세대가 가장 ‘핫’한 정체성 상품이 되는 이유는 세대 언어가 가진 편리함, 즉 세상만사에 다 쓰일 수 있는 가소성 덕분이다. 그리고 세대 담론의 매력은 명확한 분석을 이끌어내는 데 있지 않다. 다양한 요소를 뒤섞어버리는 데 있다.” 

사안에 대한 쉬운 분석은 곧 쉬운 해결책을 부른다. 청년이 가난하고 자존감이 낮은 이유는 탐욕스럽게 오래 한 자리를 지키는 노인 포함 기성세대 때문이며, 노인 포함 기성세대가 예전과 달리 가난하고 눈치를 보는 이유는 버릇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청년 세대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의 자리를 뺏거나 상대를 계도하는 게 방법이라는 식으로 흘러간다. 그럼, 해결될까? 

지난달 21일 아산서평모임이 23번째 모임을 했다. 전상진 교수(맨 오른쪽)가 발제하고 서복경 교수(맨 왼쪽)가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전 교수는 현재 주목받는 여러 세대 갈등이 지나치게 부각된 건 정치권의 기획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진 제공=아산정책연구원

전 교수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세대 갈등이라고 말하는 사안이 세대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세대 갈등이라고 언론과 정치권이 말하는 갈등이 세대 프레임으로 분석할 만한 것인지 “의심하고 주저하기”를 멈추지 말라고 강조한다.

“갈등은 모든 사회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여러 사회 갈등이 중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무의미한 세대 갈등을 다른 갈등과 겹쳐 보이게 만들면, 우리는 싸우지 않아도 되는 일로 격하게 싸워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다퉈야, 또한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지정토론자로 나선 서복경 교수는 전 교수가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로 꼽은 정치권이 “그런 거대한 기획을 실행하고 성공시킬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서 교수는 1997년 대선부터 2012년 대선까지 세대별 투표율을 분석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을 제외하면, 모든 대선에서 세대별 지지 후보의 순위가 비슷하다는 점을 통계로 보여줬다. 서 교수는 “오히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 추구 행위들로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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