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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의원회, 구성원 조직화 없이는 ‘거수기’⋯ 교수들 “의견 수렴 부족했다”
대학평의원회, 구성원 조직화 없이는 ‘거수기’⋯ 교수들 “의견 수렴 부족했다”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12.03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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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책학회·대학정책연구소, ‘개정고등교육법상 대학평의원회, 이대로 좋은가’ 학술대회 개최
지난달 23일 대학정책학회(회장 김상표)와 연구소(소장 임재홍)는 ‘개정고등교육법상 대학평의원회,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사교련

지난해 11월 개정돼 지난 5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법(고등교육법 제19조 2)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수들은 이 법이 대학의 자치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국립대 교수들은 해당 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까지 청구했다.

지난달 23일 대학정책학회(회장 김상표)와 연구소(소장 임재홍)는 ‘개정고등교육법상 대학평의원회,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헌법학회(회장 고문현), 한국비교공법학회(회장 김남철), 한국국가법학회(회장 함인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상임회장 이형철, 이하 국교련),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박순준, 이하 사교련) 등이 공동 주최했다. 김상표 회장은 “대학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거버넌스에 대하여 성찰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연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개최 의의를 밝혔다.

국공립대 교수들, “대학평의원회 문제 심각”

기존 국공립대 거버넌스의 핵심 축은 대학별 교수회나 교수평의회 등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고등교육법 제19조 2(대학평의원회의 설치 등)를 신설하면서 대학 내 거번넌스에 일대 변화가 생겨났다. 신설 법령이 대학평의원회에 △대학 발전계획 △교육과정의 운영 △대학헌장의 제·개정 △학칙의 제·개정 등의 심의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학구성원이 의사결정에 심의나 자문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왕적 총장제’를 개선하는 첫걸음이 아니냐는 긍정적인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그러나 교수들은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불만을 표했다. 당장 국교련은 지난 3월 고등교육법 재개정을 국회에 청원하고 지난 9월에는 헌법소원까지 청구했다.

교수들이 개정된 고등교육법을 비판하는 무엇일까. 발제를 맡은 임재홍 대학정책연구소장은 “대학자치와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단언한다. 임재홍 소장은 2005년 도입된 사립학교법 대학평의원회를 예로 들었다. 임 소장은 “2005년 사립대에 도입된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의 자율 자치보다는 법인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구성 주체가 불명확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고등교육법에 평의원회의 근간이 될 ‘자치조직의 법제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대학구성원들이 충분히 조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의원회가 도입된다면 자칫 어용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임 소장은 의사결정 권한이 총장과 이사회에 집중됐다는 점, 교원의 중요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비판했다. 

임 소장은 궁극적으로 국립대의 운영을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의 입법을 제시했다. 한편, 교수 이외의 구성원들로부터의 동의, 재정지원과 자치의 조화 등은 풀어야할 숙제로 언급했다.

사립대 대학평의원회 10년史, “교수회 모범 보여야”

사립대 교수들도 이번 국공립대 대학평의원회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대학평의원회가 운영돼온 사립대들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발제자인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은 “대학평의원회는 의결권 대신 심의-자문권만 가지고 있어 대학본부나 법인이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출범했다”며 “게다가 구성을 법인에 위임함으로써 사실상 대학 당국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등 논란을 안고 있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국공립대에 의무 설치화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순준 이사장은 대학평의원회가 사립대에 정착해온 역사를 되돌아보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대학평의원회의 구성과 운영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핵심은 교원, 직원, 학생 등의 자치기구를 법령으로 명문화해 대학 자치의 주체로서 권리를 보호하고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 4조는 교수회를 학칙에 기재하도록 하고, 학생회 역시 학생 자치활동을 학칙에 기재하도록 했을 뿐 아무런 법적 보장을 하지 않았다.
박 이사장은 교수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교수 포용 등 교수회가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 권한 강한 프랑스와 독일 대학평의회
이어진 발제에서는 각각 독일과 프랑스의 대학평의회 사례가 소개됐다. 독일 대학은 교수 중심의 대학평의회가 특징적이다. 김유경 경북대 교수(사학과)에 따르면 20세기 중반까지 독일 대학의 대학평의회는 정교수들의 회의체로서 대학 내 최고의 의사결정권을 보유했다. 특징적인 점은 대학 교수 의원의 수가 구성원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학평의회의 구성에서 교수의 다수 점유, 과반 우세는 거의 모든 연방주 대학법에 일관해서 발견된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대학평의회는 평의회의 구성과 기능이 구체적으로 세분화돼 있다. 대학 정책을 결정하는 관리평의회, 교원 및 연구자 채용 등의 학술평의회, 연구위원회, 교육 및 대학생활 위원회 등이 그 예다. 강명원 한국외대 법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은 “대학평의원회라는 일원화된 조직으로 규정된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각 조직에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개정을 고려해봄직 하다”고 제언했다.

향후 국교련은 개정 고등교육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형철 국교련 상임회장은 “이번 공동학술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서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실정법인 고등교육법에 대해서는 학교별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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