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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지난하고 불안한 ‘지망생의 시간’ 들여다보기
[저자의 말말말]지난하고 불안한 ‘지망생의 시간’ 들여다보기
  • 전세화
  • 승인 2018.11.2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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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지망생? 그러니까 백수 아니냐?”
창의 노동에 대한 편견은 지망생을 향한 폭력적인 시선을 만들어 왔다.

지망생들이 어떻게 불안정한 문화 산업 한복판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인지, 어떤 힘으로 그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인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망생들이 (영화)감독이 되기까지 거치는 과정은 상당 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우리가 지망생에 대해 알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과정에 무관심해서다. 영화를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는 사람은 많지만, 영화 한 편이 나오기까지 필요한 과정과 그 속에서 일하는 구성원에 대한 관심은 적다.

10년에 가까운 긴 시간, 계속 진행 중인 상태에 있어야 하는 이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지망생들이 홀로 견디는 시간에 고난의 무게를 더하는 것은 ‘세상의 법칙’이다. 하지만 길게는 10년씩 걸리는 지망생 기간 내내, 쉬지 않고 무언가를 쓰고 만들 수는 없다. 자극받기라는 행위를 잉여 시간으로 여기는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인풋input에 들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안을 받아들이고 뚜렷한 기약 없이 지난한 과정을 철두철미하게 지속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경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열정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망생들의 노동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비단 영화감독 지망생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꿈꾸는 이 세상 모든 청년들의 이야기다. 이 글이 수많은 영화감독 지망생들을 포함해 모든 준비의 과정에 있는 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불안한 창의 노동의 장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분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김보라,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스리체어스, 2018.1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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