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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수능시험 이야기할 때다
대학이 수능시험 이야기할 때다
  •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8.11.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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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지난 11월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행사로 치러졌다. 직장인 출근 시간, 증권·은행 개장 시간이 한 시간씩 늦춰지고, 경찰은 비상근무하고 어느 시간대에는 비행기의 이착륙도 유보됐다. 후배들은 각종 아이디어로 수험생들을 열렬히 응원하기도 한다. ‘수능 보는 학생이 스스로 해결하면 되는 일을 왜 굳이 사회 전체가 나서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한 유학생의 지적도 신선하다. 

이번 수능은 1교시 국어시험부터 너무 어려워 수험생들에게 ‘멘탈 붕괴’를 가져와 ‘불수능’이라 불리게 됐다. 몇 년간 쏟아부었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처럼 느껴져 수험생들은 무력감, 허탈감, 좌절에 빠지기도 했을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이러한 고통을 안겨준 일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나? 

출제위원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오랜 기간 감금된 상태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낸다. ‘물 수능’과 ‘불 수능’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는 틀에서, 문제에 오류가 없기를 기도할 것이다. 애초 성공이 불가능(?)한 난이도 조절을 하라는데, 결국 실패하면 자괴감마저 들고 원성에 시달린다. 인생의 중요한 시작점이 되는 수험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는 부담도 느끼는 것이다. 

수험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단 시험이 끝나면, 입시업체들에 눈을 돌려야 한다. 어려웠든, 쉬웠든, 주어진 점수로 입시전략을 짜야 한다. 입시업체들은 대학, 학과별 합격선을 제시하는데, ‘1, 2점’ 차이로 지원 가능한 대학이 달라진다. 한 문제 틀리면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수능시험 다음날부터 대입 전략 설명회는 전국적으로 여기 저기 수천 명씩 인산인해로 모인다. 올해는 ‘국어 쇼크’로 더 예민하다고 한다. 

이어 수험생, 학부모는 논술, 면접 준비로 뛰어든다. 지방에 있는 일부 수험생들은 원정 면접 컨설팅 받으러 서울로 오간다. 5회 컨설팅에 300만원 든다고 한다. 일부 지자체도 나서서 수시모집의 논술, 면접 준비를 위해 특별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구술 모의 면접을 여러 번 경험시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란 무엇인가?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할 역량을 갖췄는지 진단하는 시험이다.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다면 누구나 맞출 수 있다고 한 시험이다. 그런데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안 되는 시험이 됐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오랫동안 반복해서 풀어보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킬러문제를 못 풀면 수험생 스스로 이류에 속한다고 생각하게 한다. 변별력을 위해 학생들을 이렇게 자기 비하하는 것이 정의로운가?

객관성,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정답 고르는 능력만 키우는 교육을 한다는 비난에 어떻게 답해야 하나? 이로 인한 국가적으로 계산조차 할 수 없는 큰 손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가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대학들의 입장은 어떠한가? 대학은 오랫동안 수능 점수가 좋으면 ‘우수’ 학생으로 받아들였다. 과연 대학들은 그동안 우수한 학생을 성공적으로 선발해온 것인가? 

대학들은 지난여름 정부가 대입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정리, 권고한 정시모집 수능 모집 30%안 자체만 이슈로 삼기보다는, 근본적인 관점에서의 수능시험에 대한 평가를 시행해봐야 할 때가 됐다. 앞에서 열거한 수능시험을 둘러싼 혼란스럽기만 한 환경 속에서 ‘전쟁’을 벌이는 수험생도, 이러한 환경에 만들어진 점수를 활용해야만 하는 대학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질문하는 능력, 협업 능력 등의 역량과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초·중·고 교육과정은 담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이는 대학교육에도 큰 손실을 가져온다. 이제는 수능 문제를 정부나 언론 등에 맡기기보다, 대학들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한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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