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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 이후의 형이상학을 위한 지성의 생명성 담론"
"형이상학 이후의 형이상학을 위한 지성의 생명성 담론"
  • 전세화
  • 승인 2018.11.19 10: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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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형이상학과 탈형이상학: 형이상학의 유래와 도래』(신승환 지음, 서광사, 2018.11)

현대 사회에서 형이상학은 낯선 학문이 되었다. 형이상학은 잊혔거나 지난 시대의 잉여물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특히 진리의 준거를 과학에서 찾거나 실용적 관점에서 지식을 원하는 문화와 학문적 풍토에서 형이상학은 객관적 지식을 담보하지도 못하며, 쓸모를 찾을 수 없는 고담준론 정도로 간주되기도 한다. 과학과 자본이 과잉으로 작동하는 문화에서 인간의 삶과 의미, 존재에 관계하는 학문은 점차 그 자리를 상실하고 있다. 수없이 외치는 인문학 위기 선언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거나 기껏 인문학 진흥 기금 논의 따위에 그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은 과학과 자본 복합체의 사회를 넘어 그들이 보지 못하는 영역을 보려한다. 그 잊혀진 영역을 사유하는 데 철학의 과제가 있다.

인간은 감각적 실재의 영역을 넘어 그 이상의 세계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며 상상한다. 이 말과 생각, 그러한 상상이 결국 현실 사회와 실재 문화를 근거짓는 토대로 작동한다. 학문이 학문일 수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과학적 학문조차도 특정한 형이상학에 근거하여 성립되었으며, 자본주의 사회 역시 그를 이끌어가는 인간의 상상력과 형이상학적 토대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감히 인간은 형이상학적 존재(homo metaphysicus)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형이상학이 잊히고 위기에 처해진 시대에서는 결국 삶과 존재 의미가 상실되고 위험에 빠지게 된다. 철학조차 과학이 되고자 하는 시대에 존재는 다만 감각적이며 실용적 실재의 영역에 잠겨있게 된다.

250여 년 전 칸트(I. Kant)가 외쳤듯이 한때 형이상학은 모든 학문의 여왕이었지만, 지금은 “형이상학에게 온갖 멸시를 표시하는 것이 시대의 유행”이 되었다. “내쫒기고 버림받은 형이상학이라는 노녀는 헤쿠바처럼 탄식”하고 있다.

이런 몰(沒)형이상학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의 현재를 성찰하는 철학,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며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기획하는 사유가 필요하다. 형이상학이 인간의 본성이며 인간 지성의 작업이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적이기에 지성적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이 과제를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사유의 과제를 해명하기 위해 형이상학의 유래와 다가올 형이상학에 대해 성찰하려 한다.

유럽 철학에 의해 형성되고 우리에게 전래되어 근대 이후의 삶과 사고를 지배하는 그 형이상학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 형이상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시작되었고, 후대의 수많은 서구 철학자들이 새롭게 해명했지만, 그것은 철저히 유럽적 경험과 사고의 틀을 배경으로 한다. 이 말이 서구 형이상학에 담긴 보편성을 부정하고 우리만의 어떤 특수한 사고를 시도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모든 철학적 사유가 자신의 고유한 문제의식과 존재론적 요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러한 고유함을 근거로 시작되지만 철학은 여전히 보편성을 담지하며, 학적 타당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기에 새로운 사유는 결코 형이상학의 유래와 학적 체계를 떠나 자리하지 못한다.

유럽의 형이상학적 사유는 니체와 하이데거에서 보듯이 그 유효성과 타당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전통 형이상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이상학에 대한 갈망이 형이상학 이후의 사유를 추동하고 있다. 탈형이상학(post-metaphysics)이라 부르는 이 흐름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급격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 형이상학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그 문제의식에서는 물론,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전혀 합의된 방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형이상학은 인간이 자신의 사유로 그 이상의 영역을 해명하려는 철학이다. 존재 의미를 해명하는 철학은 세계와 인간, 역사와 자연,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토대이며, 이에 바탕하여 인간은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일반을 체계화한다.

후기 근대를 사는 우리는 지금 급격한 문화적 변화와 과학기술적 이행의 시기를 살고 있다. 오늘날 급속히 발전하는 생명공학(BT)과 정보통신공학(ICT)은 말할 것도 없이 과잉으로 치닫으며 위기를 초래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일반적 현상은 이런 이행과 변혁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다가올 시대를 해명할 철학적 사유는 전통 형이상학을 넘어서는 이후의 형이상학에서야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탈형이상학의 철학적 사유 동인이 자리한다. 그 형이상학은 또한 근대성이 가장 극명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과잉근대로 치닫는 우리의 현재를 극복하는 철학으로 이어질 것이다. 도래하는 형이상학은 서구 근대 형이상학을 감내하면서 극복하는 철학이며, 우리의 과잉 근대를 지금과는 다른 시대로 이행하도록 만드는 사유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책은 사실 많이 부족하다. 거대한 형이상학의 계보사를 생각해보면 이 작은 책이 결코 모든 형이상학을 설명하지 못하리란 사실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럼에도 사유의 거인이 이룩한 거대한 형이상학의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탈형이상학의 사유도 불가능하기에 부족하고 빈약하지만 그 계보사를 1장에서 4장까지, 나아가 5-6장을 통해 거칠게 철학적 맥락에서 설명하고자 했다. 형이상학적 사유의 도래를 탈형이상학으로 이름했지만, 그럼에도 이 형이상학은 철학이며, 학문적 체계를 지니기에 그 유래를 떠나 자리하지 않는다. 미래는 언제나 유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제1장 “형이상학은 무엇을 말하는가”에서는 형이상학의 개념과 그 현재를 설명한다. 제2장은 형이상학의 근본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제3장은 형이상학의 주제와 사유의 역사를 거칠게 요약했다. 제4장은 형이상학을 수행하는 토대를 이성 개념에서 해명한다. 이해와 해석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적 능력인 지성을 서구철학은 이성이란 이름으로 개념화했다. 이 이성 개념이 서구 형이상학의 가장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란 사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이성 개념이 오늘날 죽음에 처해졌다는 도발적 담론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럼에도 지성의 지평을 떠나 어떠한 사유도 가능하지 않기에 탈형이상학을 위한 지성은 어떻게 개념화할 수 있을까. 이것을 여기서는 생명성의 담론으로 재개념화하려 했다. 생명이 지닌 존재론적 원리를 해명하는 가운데 탈형이상학의 사유가 조심스럽게 개념화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그 까닭이다. 이러한 간략한 설명 위에 새로운 사유를 위한 시도를 제5장 근대 형이상학 비판과 함께 탈근대적 사유로 논의를 출발한다.

이를 위해 계보사적으로 근대를 비판한 형이상학으로 니체의 반형이상학과 예술 형이상학을 설명한 뒤,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을 탈형이상학적으로 해명하는 내용을 7장에 기술했다. 이후 8장에서는 과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자연이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해명하는 자연철학과 이런 사유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생명철학의 형이상학을 제시한다. 생명 형이상학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의 탈형이상학적 사유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시도이며 모색의 사유이기에 많이 부족하고 덜 치밀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이행과 변화의 시대에 어떠한 해명의 작업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철학자로서는 심각한 직무유기일 것이다. 그래서 부족한 이 책이 수많은 비판에 부딪치고 그 논의의 범박함이 동료 철학자들에 의해 치밀한 사유로 대체될 때 아마도 시대에 타당한 형이상학적 사유가 도래할 것이다. 그때 이 책은 기꺼이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사라질 것이다. 그 사라질 시간까지 이 책을 부끄럽게 할 탈형이상학의 사유를 촉발시키는데 이 책의 이유가 있으며, 그로써 이 책은 자신의 철학적 몫을 다할 것이다. 그 내용을 제9장에서 결론처럼 서술했다. 이 책은 우리의 현재를 사유하고 지금과는 다른 시간을 해명할 탈형이상학의 도래를 말하고 있다.

 

신승환 가톨릭대·철학과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을, 독일 뮌헨과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철학적 해석학과 형이상학이 주된 연구 분야이며, 저서로는 『해석학-새로운 사유를 위한 이해의 철학』, 『철학, 인간을 답하다』, 『지금 여기의 인문학』, 『생명윤리의 철학적 성찰』,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적 지평』,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성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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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김이 2018-11-28 21:54:01
요즘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인 듯하네요.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