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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頂上)회담 이후 연구의 정상(正常)화
남북 정상(頂上)회담 이후 연구의 정상(正常)화
  • 한승대 북한대학원대·심연북한연구소 박사후연구원
  • 승인 2018.11.19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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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이와는 별개로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작년 11월 29일 북한은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한반도 역사로 보면 불행한 일이었다. 역설적으로 한반도가 위기 상황이었던 때, 필자는 오롯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전쟁 위기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게 1년 전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1년도 못 돼 만사휴의(萬事休矣)였던 남북관계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북한과 통일 관련 기관·단체 등에서 남북교류와 협력에 관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시류에 편승해 급조된 것인지, 그동안 묵혀둔 계획을 꺼낸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남북관계의 발전을 염원하고, 이와 관련한 학문을 업(業)으로 둔 입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북한·통일 관련 연구와 강좌가 늘어나고 있고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관점에서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절망의 남북관계를 겪으면서 북한학의 축소를 지켜봤다. 또한, 기존 연구자의 전공 망명이나 도피를 봤다. 남북관계가 개선의 기미를 보이면서 귀환자와 예비 연구자의 진입이 눈에 띈다. 사실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다. 앞으로가 문제다. 한낱 스쳐 가는 유행으로 북한·통일 관련 연구를 마주할 것인가, 지금의 호기를 탄탄한 연구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의 성패는 오직 연구자의 몫이다. 

문재인 댙오
지난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아침,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많은 국민에게 손인사하는 모습. 사진 출처=효자동사진관 

북한·통일 관련 학문은 통일이라는 당위적 문제와 정책적 문제에 깊이 관여돼 있어 정부별, 시대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연구자의 이념, 신념 문제와 결부된 시각도 있기 때문에 연구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시각이 연구를 저해하거나 훼손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선 지적들은 더 높은 연구자의 자세와 태도를 견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통일을 언급하면 언급할수록 통일과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북한을 문제(problem)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문제의 핵심인 북한을 빼놓고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여러 연구와 논의가 이어진 적도 있다. 앞으로 북한·통일 관련 연구자의 객관적 태도와 상대주의적 태도가 더 요구될 것이다. 아울러 연구자는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보조를 맞추기 이전에 성찰과 개방적 태도를 먼저 갖춰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개별 학문을 초월한 연구자 간 협업도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다. 신진 연구자 입장에서는, 읽고 쓰는 일을 즐기고 피를 말리는 작업을 기어코 해내는 또 다른 연구자와의 만남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기대가 현실로 이어지려면 연구자는 우후죽순 밀려드는 정책적 요구와 편향된 연구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연구자라면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학문적 업적으로 말하고, 풍성한 연구에 목말라하는 연구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연구 풍토가 바로 서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 정상(頂上)회담 이후야말로 연구의 정상(正常)화가 필요하다.

한승대 북한대학원대·심연북한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북한의 정치적 의례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장과 사회장으로 본 북한 엘리트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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