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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채용 않는다”⋯ 고려대 ‘강사 채용 극소화’ 논의
“시간강사 채용 않는다”⋯ 고려대 ‘강사 채용 극소화’ 논의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11.1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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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강사법 대응방안 대외비 문건 입수
지난 14일 <교수신문>은 6페이지 분량의 고려대 교무처의 강사법 시행관련 논의사항 문건을 입수했다.

지난 12일 개정 강사법 합의안(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운데 고려대에서 시간강사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문건에서 고려대는 “필요불가결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간강사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한 강사법 시행에 따른 단계별 대응으로 ‘1단계 각 학과에 매학기 개설해 운영하는 과목 수 감축, 2단계 전임교원 강의 확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려대의 시도가 강사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반교육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늘(14일) <교수신문>은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에 관한 대외비 문건을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총 6페이지 분량으로 지난달 26일 고려대 교무처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강사법의 주요내용을 간략히 정리하고 총 13가지 대응방안을 명시했다. 대응 목표로는 ‘시간강사 채용 극소화’를 분명히 드러냈다.

고려대는 시간강사 채용 최소화에 따른 대응방안으로 졸업 학점 축소 등 전반적인 강좌 수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고려대의 현행 학과별 졸업학점 130점을 120점으로 축소하고 이에 따라 교양 필수 이수 학점도 축소된다. 또한 매학기 개설되는 전공과목 수와 각 과목의 분반 수도 감축될 예정이다. 또 개설되는 강좌 수를 줄이기 위해 학과 간 유사항목은 통합되고 타 학과의 전공과목으로 학점이 인정되도록 한다. 폐강기준도 강화해 강의 수 감축 기조를 재확인했다. 

강의 수와 졸업 학점을 줄여도 시간강사 감축에 따른 전임교원의 강의부담은 늘어난다. 고려대는 이에 대한 조치로 △전임교원 초과강의료 인상 △겸임교원 및 외국인 초빙교수 활용 △비정년트랙 강의전담 전임교원 채용 △연구교수 강의 배정 △HK교수, 명예교수 강의 배정 등도 계획하고 있다. 대응방안 중 하나인 Teaching fellow 제도는 교원이 강의만 개설하고 수업 진행은 사실상 TF로 명명된 대학원 재학생, 휴학생, 수료생 등이 맡게 된다. 

문건에서 고려대는 “절대적으로 필요해 시간강사를 채용해야 하는 경우에도 학기당 1강좌를 초과해 강의가 가능한 강사만 활용”하도록 해 강사 수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지난 13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단체는 대학의 강사법 무력화 시도를 방지하고 강사법에 예산을 배정할 것을 촉구했다.

대학단체들, 고려대 문건 강력히 규탄 

시간강사들은 대학의 반교육적 행태가 도를 지나쳤다는 입장이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는데 교원은 온 데 간 데 없고 껍데기만 교원인 사람들이나 학생이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이 어디있느냐”면서 “과연 이게 대학인가.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배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도 “과거에도 대량해고를 자행했던 대학들이 강사법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안정적 예산 배정과 대학 감시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생들 입장에서도 고려대의 조치는 반가울 수 없다. 현재 대학원생에 대한 노동조건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원생에 강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구슬아 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은 “문건에 있는 Teaching Fellow는 현행 Teaching Assistant의 발전된 버전”이라며 “TA의 노동조건이 현행 조교체계에서도 관리가 안 되는데 거대한 변화를 내실 있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구슬아 위원장은 “등록금은 유지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졸업이수학점이나 들을 수 있는 강좌 수를 줄인다면 심각한 학업권 침해”라면서 “대학이 교육기관, 연구기관으로서 져야 될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잠시라도 생각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문건에는 시간강사 채용을 극소화하겠다는 목표가 명시돼 있다.

학생들, 일방적 조치에 당황⋯ 대응방안 논의 중

고려대 학생들도 대학 측의 이러한 논의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홍지수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졸업계획을 세운 학생들은 학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추후 대학원학생회, 대학원노조 등과 논의해 이 문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문건에 나온 Teaching Fellow에 대해 문민기 고려대 대학원생노동조합 분회장은 "대학은 교육적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학원생의 노동 부담 증가를 정당화하려는 말에 불과하다”며 이번 조치를 대형 강의가 증가하고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상황을 포장하려는 ‘화장술’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일단은 상황 지켜보겠다”

교육부는 대학가의 논의에 대해 섣불리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강사법이 완전히 통과한 것이 아니고 예산 배정, 법안 시행 시기 등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방안을 말씀드리기 힘들다”며 “다만, 예산이 배정되면 대학에 희망적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강사법 시행에 따른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대는 해당 문건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면서도 강사 수 감축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고려대 교무팀 관계자는 고려대는 그동안 학교가 강사를 방만하게 운영해왔다. 실제로 전국에서 가장 강사가 많은 대학 중 하나라면서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학과와 논의하고 있는 사안으로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대학 교육은 결국 전임교원들이 질 좋은 강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논의는 강사 전임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자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려대 강사법 논의사항 문건에는 강사 전임화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글·사진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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