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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이제 형이하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다”
“과학은 이제 형이하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다”
  • 양도웅
  • 승인 2018.11.1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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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국회 주최 「미래과학기술 오픈포럼-미래 한국을 열어갈 12가지 과학기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미래는 공포로 느껴질 수 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약은 지식과 정보다.” 지난 8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미래과학기술 오픈포럼’에서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국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포럼의 주제는 ‘미래 한국을 열어갈 12가지 과학기술’이었다. 이번 포럼은 미래를 예측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어떤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논하는 자리였다. 문일 연세대 부총장의 발언, “미래는 예측하는 순간 틀리기 시작한다,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는 이번 포럼의 정신이었다. 

국가(정부)가 정해줬던 과학기술계의 목표

과학기술의 목표는 지난 50년간 의심의 여지 없이 하나였다. 국가경제 발전. 목표가 만들어야 하는 미래라고 했을 때, 과학기술이 만들어야 하는 미래는 경제적으로 부강한 국가였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가 작년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 세계 GDP 순위는 11위다. 1인당 GDP는 28위다. 미 블룸버그 통신이 올 1월에 발표한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한국의 연구개발(R&D) 지출 집중도는 2위, 생산성은 21위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GDP 대비 연구개발비에서 한국은 세계 2위다. 인구 대비 연구개발 인력은 8위다. 2019년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내년 R&D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그리고 다른 국가와 비교해봤을 때, 한국 경제의 크기는 커졌고 과학기술은 주어진 역할을 다했다.  

국가경제 발전은 국가의 목표이기도 했다. 국가는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과학기술을 활용했다. ‘과학기술이 국가에 종속됐다, 과학기술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과 주장이 지속해서 나오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바꿔 말하면 ‘국가경제 발전 외에 다른 목적도 있지 않은가, 과학기술계가 자유롭게 연구 주제를 결정하는 게 결국 국가와 사회에도 이로운 것 아닌가’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럼 궁금해진다. 과학기술계가 말하는 과학기술의 목표는 무엇인가? 과학기술계가 만들고 싶은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지난 8일 한림원과 국회는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미래과학기술 오픈포럼’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주제는 ‘미래 한국을 열어갈 12가지 과학기술’이었다.

명확한 역할 분배가 원활한 협업을 이끈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발표한 문승현 GIST(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과학은 이제 형이하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라고 역설했다. 물질 탐구와 현상 분석을 넘어 물질의 역할과 현상의 의미 등을 과학이 고민하고 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인문학의 영역으로만 간주되던 것이었다. 문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과학혁명은 무엇인가?”라고 물은 뒤 “삶의 질을 높이는 과학기술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과학혁명”이라고 답했다. 

과학기술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문 총장은 『10년 후 대한민국 이제는 삶의 질이다』(2016.02.01.)를 인용해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이슈들은 저출산, 초고령화, 저성장과 성장 전략, 불평등 문제, 고용 불안, 미래세대 삶의 불안정, 국가 간 환경 영향 증대, 자연재해, 에너지·자원 고갈, 기후 변화, 사이버 범죄, 북한과 안보·통일 등이다.” 온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계가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국가경제 발전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문 총장이 제안한 과학기술의 목표 변화였다. 하지만 다른 목표를 같은 방법으로 달성할 수는 없다.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은 철저하게 선진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는 데 집중했다. 그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개인·사회와 관련된 온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은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문 총장의 해답의 ‘협업’이었다. 

“과거 압축 성장 시절에는 목표가 하나였다. 목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게 성공의 열쇠였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가는 방식으로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없다. 혁신 기술을 만들 수 없다. 과학 구조 생태계를 다양한 구성원이 협력하는 신뢰 사회, 거기서 혁신 기술이 생겨난다.” 

문 총장은 여기서 과학기술계의 주요 기관인 대학, 출연(연), 기업 사이의 잘못된 역할 분배를 지적했다. “대학과 출연(연), 기업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너무 경쟁만 합니다. 대학은 기초연구와 인재양성이 목표이고, 출연(연)은 정부의 전략과제를 수행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업은 기업에 필요한 상용화 연구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역할 분배가 제대로 돼야 협력이 가능합니다. 기초연구, 인재양성, 정부 전략과제 수행, 상용화 연구 등을 모두 다 하게 하면 협업이 되지 않고 경쟁만 하게 됩니다. 명확한 역할 분배로 원활한 협업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탄생하는 미래

이어진 두 번째 주제발표에선 다양한 과학기술이 제시됐다. 문일 연세대 부총장은 「과학기술인들이 상상한 미래사회」에서 12개의 미래유망기술 후보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신체증강 로봇 △웰니스(개인) 맞춤형 관리 △인공장기바이오 △뇌 기능 향상 기술 △극한 환경 적응형 소재 △차세대 자동차용 초비강도 소재 △차세대로봇 △미래 초연결 지능통신 △미래교통시스템 △재난 감지 및 대응 기술 △ 에너지 저장 기술 △스마트하우스 등이다. 모두 현재 개인과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이다. 

흥미로운 건,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인 기술들로 미래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재 과학기술계는 인간을 괴롭히는 여러 난치병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장기 기술, 유전자 치료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언젠가 이 기술들로 여러 난치병을 대부분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면, 흔히 말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를 자연스레 획득하게 된다. 문일 부총장은 “미래와 관련해 세 가지 키워드를 꼽겠는데, 4차 산업혁명, 신기후체제, 100세 시대의 도래”라며 “다른 건 잊어도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정의 중 하나가 초연결사회다. 초연결사회에서 우리는 어느 사람에게든, 어느 곳에든, 어느 물건에든 빠르게 접속(접촉)할 수 있다. 제때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했을 때, 우리가 자연스레 획득할 미래다. 신기후체제는 당장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 문제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산업과 생활 방식이 변했을 때 자연스레 획득할 미래다.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하게 된다. 초연결사회, 신기후체제, 100세 시대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인가? 

글·사진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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